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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에서 아들 입고 있는 빨간 내복 벗긴 어머니

[서평] '눈물만 보태어도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
19.05.24 19:21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한 우물만 팠습니다. 불교계 최초로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35년간 천여 명의 제자를 길러냈습니다. 그렇게 길러낸 한 명 한 명의 제자가 복지의 두레박줄이 되고, 복지를 퍼 올릴 수 있는 두레박이 되어 아직은 저 깊숙이 고여 있는 복지를 한 움큼 두 움큼 퍼 올리고 있는 활인 구도를 펼치고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외롭고 소외받는 사람들, 누군가의 보살핌이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사람에게 온정으로 나눠주는 한모금의 물, 온기로 전해 주는 한 움큼의 복지야 말로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부처님 가르침을 이해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행동 실천함으로 당신 스스로가 부처님 제자였음을 증명해 보이려는 '신해행증'의 표상이라 생각됩니다.
 
구도의 삶을 살며 읽었을 수많은 경전 속 좋은 말들, 지극히 올린 기도를 통해 얻은 영감, 오욕칠정을 누르며 다진 의지와 각오 또한 사회복지를 구현하게 하는 반석이 되고 토대가 되었겠지만 정작 스님에게 자비의 씨앗을 심어 주고 사회복지를 실천할 수 있는 근력을 길러준 이는 몸 낮아주고 길러주신 어머니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눈물만 보태어도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 
 
<눈물만 보태어도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지은이 보각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9년 5월 22일 / 값 16,000원) ⓒ 불광출판사
<눈물만 보태어도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지은이 보각, 펴낸곳 불광출판사)는 '법문 잘하는 스님 베스트5'에 들만큼 법문 잘하는 스님, 우리나라 불교계에서 복지 분야 개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보각 스님,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35년간 대학에 재직하며 천여 명의 제자를 길러낸 보각 스님이 정년을 맞으며 펴낸 고별사이자 앞으로 사회복지를 어떻게 펼쳐나갈지를 어림하게 하는 각오의 글,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했습니다. 중학교 입학시험 고사장으로 가는 버스에서 아들이 입고 있던 빨간 내복을 벗으라고 해 걸인 모녀에게 건네주게 했던 어머니의 마음이야 말로 먼 훗날 구도자가 될 아들 가슴에 심어준 자비의 씨앗, 사회복지의 콩이었을 겁니다.
 
아직은 부끄러움이 많은 나이였지만 어머니의 말씀 거스르지 않고 사람들 앞에서 내복을 벗고, 벗은 내복을 걸인 모녀에게 건네주던 그런 심성이야 말로 먼 훗날 사회복지를 실현하게 하는 떡잎이었고, 복지를 무성하게 펼쳐나가게 할 덩굴이 되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중학교 입학시험 고사장으로 가는 버스에서 만났던 걸인 모녀가 떠올랐습니다. 그들이 버스에 올랐을 때, 어머니는 갑자기 제게 내복을 벗으라고 하셨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저는 추운 버스 안에서 내복을 벗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걸인 모녀에게 내복을 건넸습니다. 빨간 내복을 받아들던 새까맣고 부르튼 걸인 여인의 손이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았습니다. 제가 출가 후 사회복지 업무에 종사하게 된 것도 어쩌면 그 경험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물만 보태어도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 181쪽-
 
부처님의 전생부터 최순실 국정농단까지, 승속과 시공을 넘나드는 이야기, 종교와 사회적 격변까지를 아우르고 있는 이야기들은 '베스트5'에 손꼽힐 만큼 법문을 잘한다는 명불허전 스님이 펼치는 글의 향연입니다. 술술 넘겨 읽어도 좋을 만큼 평탄한 글이지만 글속에 담겨 있는 지혜와 가르침은 흐르는 물결이 만들어내는 소용돌이처럼 뭉툭뭉툭 똬리를 트는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떨어트린 한 알의 콩을 잡으려다 한 움큼의 콩을 몽땅 떨어트린 원숭이 이야기는 이솝우화만큼이나 재미있고 쉽지만 탐욕과 어리석음을 실감나게 일깨워 주는 따끔한 회초리입니다.

우여곡절, 파란만장한 구도의 길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던 사연은 우여곡절이고, 경영학 전공으로 입학을 해 사회복지학으로 전공을 바꾸게 된 과정은 파란만장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밥 한 끼 제대로 사주지 않는 구두쇠의 삶을 살지만 그간 30억 원에 이르는 수입을 모두 사회복지에 기부해온 또 다른 모습의 스님의 삶은 저절로 두 손을 모으게 하는 보살도임이 분명합니다.
 
석가모니부처님, 혜가, 승찬, 달마, 원효, 법정 스님까지…, 온통 불교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지혜의 서, 사는 이야기로 읽히는 건 보각 스님이 구도한 복지, 보각 스님이 전하고자 하는 사회복지야 말로 승속을 초월하는 시대적 가치이자 이 시대에 필요한 사랑실천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부록처럼 이어진 보각 스님 인터뷰 글은 닮고 싶은 삶, 그리고 싶은 삶을 잔상으로 그려내는 커다란 울림, 스님의 삶을 집적화한 마이크로필름입니다. 조금 지쳐 있는 마음에 읽으면 생기를 돋아주는 글이 되고, 조금 심드렁한 마음으로 읽을 지라도 남의 고통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눈물 한 방울 흘릴 수 있는 자비의 씨앗이로 발아 될 거라 기대됩니다.
 
보각 스님이 행복을 위한 부조로 심은 콩, 복지사회를 위한 부조로 심은 팥알이 읽는 이의 마음에서 복지 콩으로 나고 복지 팥으로 움틔우고 싹 자라며 무성한 가지를 펼치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눈물만 보태어도 세상은 아름다워집니다>(지은이 보각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9년 5월 22일 / 값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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