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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영 교수 '위안부 비하' 발언 논란과 관련 수강생의 증언

윤소영 교수에 대한 기억들 그리고 언론사들에 대한 서운함
18.03.24 09:36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경제학개론1 수업을 듣고 있는 경제학과 17학번 김대환입니다. 저는 작년부터 윤소영 교수님의 수업을 들어왔습니다. 이번에 윤소영 교수님의 발언과 관련하여 논란이 일고 있어서 수강생의 일원으로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제가 들었던 윤소영 교수님의 강의들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언론사(아시아경제, 헤럴드경제. 서울신문, 이투데이, 국민일보, 뉴스1. 이하 언론사)에서 제기하는 "수년 전부터 각종 강의에서 비슷한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라는 보도를 보며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또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발언하신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것들이 근거가 없다"는 말씀도 직접 그 자리에 앉아서 들었습니다. 그런데 경제학개론1 수업 시간에 교수님은 왜 그러한가에 대해서 말씀해주시지는 않으셨고 그래서 논란이 더 커졌던 거 같습니다.

사실 저도 윤소영 교수님의 이전 강의들을 들으면서 "교수가 저런 말을 해도 되는 건가? 부끄럽지도 않나?"라는 생각을 했었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최저임금 1만원이나 기본소득 같은 정책들에 대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럴 때는 참 부아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윤소영 교수님은 항상 결론부터 말씀하시고 자세한 설명은 강의 기간 동안 천천히 던져주는 방식으로 지식을 전달하셨습니다. 때로는 너무 도발적이어서 사람을 당혹스럽게 하셨고, 전혀 다른 생각을 나름의 근거를 갖춰 제시하여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곤 하셨습니다. 내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했던 신념, 방법들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고 그 답을 찾게 몸부림치게 만들곤 하셨습니다.

그 시기의 강의시간에 윤소영 교수님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복합적인 해석을 제시했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 학습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당시 윤소영 교수님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우리가 정말 해결할 마음이 있는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하셨습니다. 이어서 우리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면 인류의 역사가 가진 불행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유럽의 국가들이 남아메리카에서 자행한 폭력들 그리고 그 기반 위에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찬미하는 유럽대륙의 국가들이 들어서게 된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근거란 국제사회를 더 강력하게 설득할 수 있는 논리와 협상 방법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또 지금의 우리는 일본과 감정적으로만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는 해결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무엇이고, 일본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과거사에 대해서 유감만 표명하는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윤소영 교수님은 몇 가지 생각 거리를 던져주셨습니다. 해방기에 일본으로부터 회수한 총독부 재산을 제외한 민간적산과 독도 문제 그리고 65년에 맺어진 한일외교정상화도 함께 다뤄야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또 일본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윤소영 교수님의 설명에 따르면 2차 세계전쟁은 1930년대 대불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었습니다. 여기서 기존의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과 영국은 케인스주의를 통한 시장실패를 해결하려는 정책으로 다시 한번 안정적인 자유주의 체제로 전환하게 됐고, 그러한 기반을 형성하지 못한 독일과 일본은 파시즘으로 체제가 전환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위기는 해결되지 않았고 이를 통해 전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일본과 독일은 전범 국가임이 확실하고 분명히 잘못했다는 것은 사실이나,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두 번 맞았고 그것은 인류사에 거대한 불행이었다는 것입니다. 또 일본의 민간인들이 조선 땅에 와서 형성한 자산들을 미군정이 인수하여 대한민국정부에게 넘겨줬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일본과 본격적으로 전쟁을 치르지도 않았다는 점의 무력함을 같이 설명했습니다. 전쟁을 직접적으로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이 그만큼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독도와 관련된 영토분쟁이 있는데 이것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네덜란드 국제재판소에 가자는 입장을 한국이 계속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예시로 드셨습니다. 정말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을 국제재판소에서 확인받으면 그만인데 왜 가지 않느냐는 것이 교수님이 갖는 의문이셨습니다. 여기서 감정적인 대립만으로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교수님의 주장에 수긍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65년에 있었던 한일협정과 관련된 말씀을 하셨는데 여기서 받은 자금으로 한국이 중화학 공업화를 시작할 수 있었고, 베트남 전쟁의 참여로 채권을 판매할 수 있게 되어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박정희 정부의 중화학 공업화로 인해서 한국경제가 97년 외환위기를 겪게 됐고,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는 비판도 하셨지요. 저는 여기서 우리가 지금 누리는 풍요가 순전히 다른 사람의 피를 먹어가며 쌓아 올린 부에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여하튼 일본의 감정적인 입장은 자신들도 전쟁에서 큰 피해를 받았고, 이미 한국을 대상으로 배상도 했다는 것일 거라는 겁니다. 저는 참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 방법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문제의식이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한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지요.

이러한 맥락에서 윤소영 교수님은 논란이 됐던 발언을 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몇몇 언론사에서 강의시간 중 발언이라고 보도한 "자발적인 매매춘이었으며 강제 연행 주장은 날조된 것으로 근거가 없다", "위안부들은 일본군들에게 자발적으로 성을 제공했고, 이것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상식"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다고 말씀드리고싶습니다. 저에게도 3.9일 경제학개론1 수업시간의 녹음 파일이 있는데 다시 한 번 들어봐도 "위안부 문제에 근거가 없다"라는 발언 이외에는 추가적인 발언이 없었습니다. 또 촛불집회에 대해서 "일진회 같다"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앞말과 뒷말이 모두 잘려있다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윤소영 교수님은 현대경제학특강이라는 강좌에서 촛불집회와 동학의 후예인 일진회를 연관 지어 설명하셨습니다. 당시에 일진회의 구호가 "지옥 같은 조선"이었다면서, 촛불집회에서 나온 "헬 조선"과 유사함을 지적하시며 나라가 굉장히 혼란스럽다고 말씀하셨지요. 여기서 기존의 정치적 보수파들이 촛불집회를 비난할 때 사용하는 말투와 비슷하다고 해서 그 내용까지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위와 같은 발언을 윤소영 교수님께서 하신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과 동아시아의 위태로운 정세 그리고 촛불 때 운동권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상황을 개탄하신 거였습니다. 촛불집회에 대해서 다른 의견이 있으면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학계에서는 윤소영 교수님이 성노동권을 주장하신 것과 이번 발언을 연관지었다고 주장한 보도에 대해서는 학계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그 출처를 좀 알고 싶습니다.

저는 이번 논란을 보며 참 안타깝고 슬펐습니다. 언론사사에 따르면 총학생회, 평화누리 등과 이미 면담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윤소영 교수님은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 슬픈 역사이며,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 잘못된 예시를 든 거 같다. 발언 취지에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감을 표명하셨고 또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실제로 윤소영 교수님은 3월 23일 오전 9시40분 경제학개론1 수업시간에서 논란과 관련하여 미안하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저는 학생사회와 윤소영 교수님 사이에 언어 사용에 있어서 오해가 있었던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유감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짜증부터 치밀어 오릅니다. 그래서 학생사회에서는 진정성에 대해서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윤소영 교수님의 경우에는 자신의 이론을 표명하는 데 있어서 명확한 근거를 바로 설명하지 않고 감정이 격해져서 실수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신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님의 수업을 들어보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오히려 관심이 많고 비하할 의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요. 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 또는 혐오적 발언으로도 해석해볼 수 있겠으나 강의의 맥락을 따져 본다면 너무 비약적인 건 아닌가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윤소영 교수님은 마르크스 경제학의 결함은 페미니즘이 없기 때문이고 따라서 페미니즘적 경제학 비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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