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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과통일시 동인, 시대를 향한 외침 <<붉은 안경을 벗어라>> 출간

분단의 모순을 고발하고 통일의 희망을 노래하는 시인들
17.03.24 09:15l

검토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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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현실을 직시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시를 꾸준히 발표해 온 '분단과통일시' 동인들이 네 번째 동인지를 펴냈다. 권말선, 문해청, 박금란, 박학봉, 박희호, 이적, 정설교, 지창영 시인의 작품으로 구성된 동인지의 서문에서 분단과통일시는 다음과 같이 그 뜻을 밝히고 있다.

"분단과통일시는 이 시대의 모순과 적폐를 직시하고 이를 작품화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분단은 제국주의 정책의 산물이면서 적폐의 뿌리다. 분단과통일시는 분단 현실에 애써 눈 감지 않는다. 통일을 금기어로 여기지도 않는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말하는 것이 분단과통일시 동인들이다. 분단을 함께 아파하고 통일을 함께 부르짖을 동지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네 번째 동인지를 세상에 내놓는다."

분단현실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 가고 그 아픔도 무뎌지고 있는 시대에 동인들은 작품을 통하여 분단의 소회를 승화시키는 한편 신음하는 이 땅의 현실을 통렬하게 고발하기도 하고 분단으로 인한 적폐의 민낯을 드러내기도 하며 나아가 통일을 향한 꿈을 펼쳐 가기도 한다.

김포 민통선에서 평화교회를 운영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이적 시인은 분단의 최전선에서 날마다 보고 느끼는 모습을 작품으로 담고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철책선 높이 솟고/ 강도 깊어/ 만날 길은 어디인지/ 굽이쳐 가는 길 있다면/ 언제든 가겠네만/ 남방 북방/ 한계선에 갇힌 강물/ 불빛 비껴 흐르네// 8검문소 밤고갯길/ 임진강 불빛 하나/ 오늘밤도 저문강에/ 저 혼자 떠 다니네'(「불빛 하나」).

이 시인들에게 조국은 무엇일까? '나에게 조국은 없다/ 열렬히 사랑할 수 있는/ 내 몸을 희생하여 지켜낼 조국이/ 나에게는 없다'(「조국은 없다」)고 절규하는 박학봉 시인은 가슴 속에 잠자고 있는 조국, 즉 통일된 조국이 있고서야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음을 토로한다.

분단된 나라의 주둔군에 대한 고발 또한 빠지지 않는 주제다. 문해청 시인은 「미8군 캠프워크 담장 따라」에서 '미8군 캠프워크 담장 따라/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방황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우리의 갈 길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고 있다. 박금란 시인은 '봄만 되면 시작되는/ 한미합동선제공격군사훈련'을 언급하면서 '탱크와 군홧발이/ 꿈 얘기를 하는 새싹들을/ 짓이기며 지나간다'고 현실을 고발한다(「모두 그렇게 평화를 바랐는데」).

분단 상황에서 발생하는 적폐의 군상도 고발 대상이 된다. 농민시인 정설교는 '비선 대통령/ 보름치 급료도 되지 못하는 농민의 세상/ 빚더미에 죽지 못해 그날그날을 보내면서/ 한국은 미개한 봉건왕조인지'(「순실 아바타 분노의 민심」) 물으며, '방방골골 성난파도 촛불의 거리/ 순실 아바타 라스푸틴/ 우리가 몰아내고야 말리라'고 다짐한다.

박희호 시인은 디지털 카메라의 렌즈를 통하여 분단 극복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육로이던/ 철로이던/ 하늘 길이던/ 우리에겐 길이 있어야 한다./ 숱한 철가시에 찢기고 너덜한/ 이 길을 열지 않고서는/ 통일의 피사체를/ 민족 모니터에 투영시킬 수 없다'(「디키털 카메라」).

지창영 시인은 세상을 붉게 보이도록 하는 색안경을 벗으라고 외친다. '교과서도 붉게 보이고/ 노동자도 농민도 교사도 학생도/ 온통 붉게만 보이는/ 그런 안경 집어던지고/ 촉촉한 맨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아야 '핏줄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조국이 무엇인지' 알게 되리라고 일갈한다(「붉은 안경을 벗어라」).

결국 분단으로 인한 모순을 극복하고 통일된 조국을 바라보자는 것이다. 권말선 시인은 남과 북이 자매로 만나 이야기꽃을 나누는 장면을 그림으로 통일 염원의 구체적 양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반짝이는 은하수 별빛 아래/ 순옥이 남도 사투리에 깔깔 웃다가/ 금옥언니 옥구슬 구르는 목소리로/ "우리 내년엔 바닷가 영광군 가서/ 순옥이네 사투리 배워 오자야!"/ 알록달록 이야기꽃 그칠 새 없이/ 남녘 언니 북녘 언니 깔깔대는 밤/ 은하수도 신이 나서 참방대는 밤'(「영광군 언니들」). 한편 권말선 시인은 두 번째 시집인 <<그이의 환한 미소>>를 내놓았다.

분단과통일시는 분단 현실을 부단히 고발하면서 통일을 노래하는 것이 이 시대 문인들의 사명이라는 생각으로 작품 활동과 참여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분단과통일 / 219쪽 / 값 10,000원 
* 출간일: 2017년 3월 15일
* ISBN: 979-11-960250-0-7

※ 기사 문의 : 도서출판 분단과통일(010-8372-2509)

[대표 작품]

붉은 안경을 벗어라 / 지창영

구십 퍼센트가 붉게 보인다 했는가
그 붉은 안경을 벗어 보라

독립군의 하얀 옷이 벌겋게 보인다 했는가
세월호에 자식 잃고 한뎃잠을 청하는 가족에게
붉은 물이 들었다 했는가
삽과 괭이 팽개치고 광화문에 모여 외치는 농민들에게
그 배후에 붉은 조직이 있다 했는가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 붉은 기운이 나온다 했는가

색안경을 벗고 자세히 보라

그렇다, 모두 다 붉게 물들었다

독립군의 하얀 옷은 제국의 총칼에 붉게 물들었다
제국의 앞잡이를 부모로 둔 너희가 살포하는 최루액에
유가족들의 젖은 가슴은 피멍이 들었고
차벽 뒤에 숨어서 벌벌 떨면서 쏘아대는 물대포에
농민의 머리가 터져 도로는 붉게 물들었다
교과서로 미래를 원격조종하려는 장막 뒤의 음모에
흠칫 놀라 거리로 뛰쳐나온 교복 입은 학생들의
볼이 붉게 물들고 눈이 벌겋게 충혈되었다

이것이 너희가 원하는 세상이더냐?

흰 옷을 피로 물들이고
눈물 흐르는 눈에서 피눈물을 짜내고
거리에는 온통 아벨의 피가 흥건한 세상

색안경을 벗어 던지고 다시 보라

교과서도 붉게 보이고
노동자도 농민도 교사도 학생도
온통 붉게만 보이는
그런 안경 집어던지고
촉촉한 맨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라

진짜 붉은 것이 무엇인지
핏줄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조국이 무엇인지

최루액에 맞서 핏발선 눈들이 바라보는 그 곳이 어디인지
물대포에 맞서 아스팔트를 피로 적시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우리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너희도 비로소 알게 되리라

[차례]

서문∙3

권말선

12 ∙ 웃고 있는 주한미군에게
16 ∙ 쌀값 보장, 박근혜 퇴진
18 ∙ 백남기 농민을 기리며
21 ∙ 영광군 언니들
23 ∙ 나는 울고 싶다
27 ∙ 박근혜 골프장
29 ∙ 마녀 '찌라시'
32 ∙ 눈이 내린다
34 ∙ 남북여성들의 모임
36 ∙ 흡혈의 역사책을 걷어치워라
39 ∙ 국정원이 납치했다
41 ∙ 세포등판

문해청

47 ∙ 태극기로 가면 쓴 그대
49 ∙ 촛불의 기억
52 ∙ 미8군 캠프워크 담장 따라
54 ∙ 평화를 노래하는 남순이 삼행시

박금란

60 ∙ 꽃무더기
61 ∙ 만남
62 ∙ 모두 그렇게 평화를 바랐는데
63 ∙ 세계의 아침
65 ∙ 식민지 장애
66 ∙ 식민지배 한미일 삼각동맹
69 ∙ 진달래 산천
71 ∙ 금기를 깨는 새
74 ∙ 늙은 노동자의 어렸을 적 저녁노을
76 ∙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의 해방의 바다
79 ∙ 산업화의 폭력과 싹튼 민주노조
82 ∙ 세월호의 꽃

박학봉

86 ∙ 꿈이여! 희망이여!
88 ∙ 통일로 가자!
95 ∙ 소주병 아저씨
97 ∙ 할머니의 눈물
99 ∙ 바꾼애가 내 자식이 될 수 없는 이유
106 ∙ 黴國(곰팡이나라)
108 ∙ 박대감집 그네
110 ∙ 통일은 우리의 희망이다
116 ∙ 조국은 없다
119 ∙ 반미행진곡
122 ∙ 팽목항의 붉은 노을은

박희호

126 ∙ 벗, 벗이여!
128 ∙ 격문(檄文)
130 ∙ 디지털 카메라
132 ∙ 7월 15일
133 ∙ 산, 산이 있다
135 ∙ 혼절할 네 음절
137 ∙ 만년필
139 ∙ 윤곽
141 ∙ 미국(America)
143 ∙ 조선의 가을은 폭력성이 없다

이적

147 ∙ 불빛 하나
149 ∙ 광화문에서
151 ∙ 진격
153 ∙ 호박의 제국
156 ∙ 해적선
158 ∙ 쑥국새 울던 날
160 ∙ 어떤 사내
162 ∙ 나의 노래
163 ∙ 길
165 ∙ 새벽길
166 ∙ 이별
167 ∙ 해적선13

정설교

173 ∙ 순실 아바타 분노의 민심
175 ∙ 내가 시를 쓰는 이유
176 ∙ 나는 해바라기
177 ∙ 기춘대감
178 ∙ 농사꾼도 장가가는 행복한 세상
179 ∙ 매카시즘과 대한민국
181 ∙ 분노가 미래를 개척한다
183 ∙ 우리민족의 영광은 조국통일
185 ∙ 하루도 맞지 않으면 잠이 오질 않던 한국의 군대
187 ∙ 한미동맹의 덫

지창영

190 ∙ 피아골에서
191 ∙ 긁음에 대하여
193 ∙ 봉화산 해맞이
195 ∙ 세모가 네모를 분류하다
197 ∙ 현수막을 달며
198 ∙ 붉은 안경을 벗어라
200 ∙ 꼬리 자르기
202 ∙ 세월호, 4월의 행진
204 ∙ 별과 별 사이
206 ∙ 방향치
207 ∙ 송전탑

후기 ∙ 209
<분단과통일시> 투쟁과 연혁 ∙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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