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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입양센터의 하루

동물보호 시민단체 '케어' 입양센터 답십리점의 하루는 오전 9시 청소로 시작된다. 밤새 동물들의 배설물을 치우고 물과 밥을 급여하는 데에만 꼬박 두 시간이 소요된다. 개들에게는 매일 산책이 필요하다.

활동가들은 미리 산책의 동선과 방법을 게시해놓고 봉사자들이 오면 이를 안내한다. 입양홍보 글을 쓰고 입양상담을 하고 봉사자 관리에 따른 서류를 정리하면 벌써 오후. 오후 4시 정도부터 시작한 정리는 오후 7시까지 이어진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센터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호동이(진도 믹스견)가 보인다. 처음 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호동이의 눈이 이상하다'고 말한다. 호동이의 전 주인은 야산에 호동이와 강아지들을 묶어두고 쇠파이프로 학대를 해왔다. 호동이는 그 야산에서 자신의 형제들이 죽어가는 것도 목격해야 했다.

2015년 5월 제보를 받고 현장에 간 케어 활동가들은 주인을 설득해 소유권을 포기시키고 호동이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다. 호동이는 이미 눈이 멀어버린 상태였고 치아는 모두 부러져 있었다. 호동이는 처음에 '성인 남자'라면 모두 경계했다. 자신을 학대한 사람이 중년의 남자였기 때문이다.

잔인한 학대로 눈이 멀고 치아가 부러진 채 구조된 호동이.
 잔인한 학대로 눈이 멀고 치아가 부러진 채 구조된 호동이.
ⓒ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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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공간과 복도가 만나는 곳에서 만나는 하얀 백구의 이름은 백곰이. 장애가 있는 백곰이는 2014년 7월 시흥에서 구조되었다. 당시 제보자는 '하얀 백구 한 마리가 뒷다리를 끌고 다닌다'고 했다.

백곰이가 병원에서 받은 검진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교통사고로 인한 골절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오랫동안 좁은 곳에 갇혀 지냈기 때문에 뼈가 굳은 것이었다. 현재 오랜 물리치료를 통해 다니는 것에는 큰 무리는 없는 상태다.

백곰이 구조 당시 사진(왼쪽)과 현재 모습 (오른쪽)
 백곰이 구조 당시 사진(왼쪽)과 현재 모습 (오른쪽)
ⓒ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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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좋아해서 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었어요. 1년 정도 매일매일 동물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정이 많이 들었는데... 집에서는 간호학과 편입해서 다른 길을 가길 원했죠. 안정적이고 편한 길이요. 가족들 마음이 어떤지는 잘 알지만요. 지금은 동물들과 함께 있고 싶어요. 헤어지고 싶지 않은 거죠."

입양상담을 하고 있는 이은혜 간사.
 입양상담을 하고 있는 이은혜 간사.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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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전 센터에서 정직원으로 채용되어 현재 동물관리 업무를 맡은 이은혜 간사는 "동물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물들이 자신을 돕는다"고 말한다. 온종일 민원 전화와 끝이 없는 동물관리는 그야말로 고된 노동이다. 무엇이 활동가들을 이곳에 머무르게 하는가?

도심 속 입양센터 건립의 의미

흔히 '반려동물 천만의 시대'라고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족이 천만 명에 육박한다는 의미다. 대한민국 국민 5명 중 한 명은 반려동물과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규모만 대략 2억 원에 달하고, 공중파 방송에도 동물만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생길 정도이다. 반려동물 문화의 성장은 한국의 산업화와 함께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그 때문에 한 가족 내에서도 각각의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반려동물 문화에는 다소 차이가 발생한다. 과거에는 가축으로 분류되어 때로는 '잔반 처리반'으로, 혹은 집을 지키는 경비견으로, 심지어 '식품'으로까지 취급되었던 개.

그런데 공동주택이 급격하게 늘고 개들이 집안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가족구성원으로의 역할이 보다 강조되기 시작했다. 한국의 동물보호 운동이 개고기 반대운동과 유기견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 급속히 조직되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00년을 전후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동물보호 단체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유기견의 급속한 증가였다. 산업이 확장되면서 너도나도 키우게 된 반려견. 그러나 개와 인간이 어울려 살아가야 할 올바른 문화는 정착되지 못했다. 유기견은 해마다 급증했고 2014년 기준 전국적으로 정부가 집계한 유기견의 숫자는 약 8만 마리에 달했다.

열악한 번식장의 상태. 2016년 1월 케어활동가들이 열악한 번식장을 고발하고 번식견들을 구조할 당시 발견된 강아지들의 사체.
 열악한 번식장의 상태. 2016년 1월 케어활동가들이 열악한 번식장을 고발하고 번식견들을 구조할 당시 발견된 강아지들의 사체.
ⓒ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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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는 유기견 급증의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반려견의 번식, 판매업의 무분별한 확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대중 캠페인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캠페인 구호다.

학대받고 버려진 동물을 구조 후 치료하고 그들을 다시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 보내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샵에 진열된 작은 강아지에 대한 수요를 줄이자는 것이다. 적지 않은 애견샵에 진열된 인형처럼 예쁘게 진열된 반려견은 어디서 왔는가. 이른바 '애견 번식업'의 존재다.

대부분 애견 번식장에서 개들은 어둡고 좁은 철창에 갇혀 죽을 때까지 새끼를 낳아야 한다. 번식업의 개들은 생명이 아니라 이윤을 생산하는 기계다. 동물보호 단체들은 번식, 판매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한편 시민들에게 '이 잔혹한 산업에 동참하지 말자'고 호소하고 있다.

도심 속 입양센터 답십리점(왼쪽)과 퇴계로점(오른쪽). 천사단으로 가입하면 입양센터 운영을 직접 도울 수 있다.
 도심 속 입양센터 답십리점(왼쪽)과 퇴계로점(오른쪽). 천사단으로 가입하면 입양센터 운영을 직접 도울 수 있다.
ⓒ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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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 입양센터는 이런 취지에서 설립되었다. 2011년 애견샵의 메카라고 불리는 충무로에서 문을 열게 된 퇴계로점에 이어 2013년에는 답십리에 2호점이 개설되었다.

356일 불이 꺼지지 않는 입양센터

케어(CARE-Coexistence of Animal Rights on Earth)는 현재 입양센터 두 곳과 세 곳의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성에 따라 역할분담이 되어 유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선, 사무국 학대상담팀으로 학대 제보가 들어오면 구조 여부를 결정한 후 입양센터에 소속된 구조팀에 이를 알린다. 구조팀은 현장에서 동물을 구조한 후 센터에 입소하기 전 병원으로 들어가 기본 진료 및 상처 치료를 받게 한다.

이 과정에서 모금, 홍보, 고발 등의 조치는 사무국에서 맡게 된다. 지속적인 치료를 해야 할 동물은 우선 답십리점으로 입소한 후 치료를 받게 한다. 소형견이고 입양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동물은 퇴계로점으로 입소한다. 오랫동안 입양이 되지 않는 대형견의 경우 보호소로 이동한다.

입양센터 안에 물품들에는 활동가들의 땀이 배어있다.
 입양센터 안에 물품들에는 활동가들의 땀이 배어있다.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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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센터의 전화는 종일 한가할 여유가 없다. '여기 고양이 있으니 데려가세요', '제가 더 이상 이 개를 못 키우니 데려가세요' 같은 내용의 전화가 쏟아진다.

하루에도 수십 건에 달하는 문의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가 없다.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생명의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동물'에 인력을 한정한다는 점이다. 센터와 보호소에 수용 가능한 개체 수, 동원할 수 있는 인력과 재정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런 말에 욕지거리가 돌아오게 마련이다. '동물보호단체라는 사람들이 뭐하는 거냐'는 거다. 입양센터의 활동가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이런 '무대뽀식' 민원 항의 전화다. 입양센터와 보호소는 365일 불이 꺼질 수 없다. 언제나 도움이 필요한 동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상 이런 고충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개들에게 약을 챙겨주고 있는 손이슬 간사.
 개들에게 약을 챙겨주고 있는 손이슬 간사.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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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 이겨낸 동물들, 보면 가슴 아파요

상당수의 시민이 '학대받고 버려진 동물은 버릇이 나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한다. 100마리의 개들에게는 100개의 성격이 있다. 이 세상의 어떤 개도 똑같지 않다. 어떤 동물은 자신이 받은 상처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기도 한다. 또 어떤 동물은 언제 그런 아픔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밝고 쾌활하다.

상당수의 입양자는 '자신이 입양한 동물들이 어릴 때부터 함께 살았던 동물에 비해 어른스럽고 조숙하다'고 말한다. 아마도 '저를 받아주셔서 고마워요'라는 동물 나름의 표현은 아닐까. 훈련사 강형욱씨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이 세상에 나쁜 개들은 없다"고 했다.

개들의 행동이 나쁜 것은 개들에게 비도덕적인 의도가 있다기보다 개들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람의 탓이다. 자신만의 시각으로 동물을 바라보았던 주인의 나쁜 생각과 행동이 원인이라는 뜻이다. 인간은 동물보다 고도의 인지능력과 언어능력을 소유하지 않았나.

동물도 자신만의 행동과 소리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도덕과 윤리개념의 경우 동물보다 사람이 더욱 발달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것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사람은 쉽게 변할 수 있고 '선'뿐 아니라 의도를 가진 '악행'도 다양하게 저지를 수 있다는 뜻이다.

센터 안 낮잠시간.
 센터 안 낮잠시간.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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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범죄자들이 재판에서 '자신은 가정형편이 좋지 않고 나쁜 환경에서 자라다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고 변명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열악한 환경에서 어렵게 살았어도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입양센터에 있는 동물들이 활동가들을 가장 가슴 아프게 하는 순간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낸 동물들이 너무 밝은 모습을 보여줄 때이다.

입양센터, 사람과 동물의 '조화' 배우는 공간

개들은 집단생활에 적합하지 않다. 모두 가정으로 입양되어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행복할 수 있다.
 개들은 집단생활에 적합하지 않다. 모두 가정으로 입양되어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행복할 수 있다.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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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상담을 하는 부모님 중에는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 아이 정서에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다. 일면 맞는 말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아이들이 강아지를 집에 데리고 와서 만지고 보고 놀게 되면 저절로 정서가 좋아지는 것일까.

아이들은 부모가 한 생명에 대해 책임을 지고 타자의 행복을 위해 애쓰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타자에 대한 윤리의식을 배운다. 만약 그 동물이 이전에 불행한 환경에서 살았던 동물이라면 교육적 효과는 더 클 수 있다. 부모들이 입양센터에 아이들과 방문해 이렇게 설명해주는 것은 어떨까.

"이 아이는 전 주인에게 학대를 받았어. 몸의 상처는 아물지만 마음의 상처는 오래갈지도 몰라. 우리가 많이 사랑해주고 아껴주면서 마음의 병을 회복할 수 있게 도와주면 어떨까."

인간의 폭력성은 진화한다. 폭력성의 발현은 주로 자신보다 약자를 향하게 되어 있다. 아이들이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를 할 때 바로잡지 않으면 그 행위는 성인이 되어 다른 인간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동물 학대를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반면 인간의 선행도 진화한다. 어린 시절 학대받은 동물에게 베푼 선행이 그 아이들의 정서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주고 삶에 얼마나 큰 감동을 줄 것인가.

이 사회에서 누군가는 끊임없이 동물을 버리고 학대하고 방치하고 있다. 버려진 동물, 학대받는 동물에 대한 책임 역시 결국 사회 구성원에게 돌아온다. 그 학대의 주체가 아이들이라면 더욱 위험하다.

그 아이들이 크면서 폭력의 대상이 동물이 아닌 인간으로 향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입양센터의 존재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동물의 학대를 막고 동물이 사람들과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우는 교육공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조 동물의 입양,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실천'

간혹 '자신이 개를 더 이상 키울 수 없다'며 보호소에 맡기고 싶다는 전화가 온다. 그리고 항상 "사료는 보내드릴게요"라는 말을 덧붙인다.

이런 분들이 모르는 진실이 있다. 개는 밥만 던져주면 되는 동물이 아니다. 사람과 함께 가족 구성원을 이루고 살아가야 동물의 복지가 지켜질 수 있다. 보호소는 그야말로 임시 거주지일 뿐. 보호소에 수십, 수백 마리의 개들이 모였을 때 개들은 사람과의 친화력을 발휘할 수 없다.

고양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보호소라는 공간에 수많은 고양이를 모아놓으면 대부분 폐사한다. 고양이가 집단생활에 적합하지 않다는 증거다. 개와 고양이를 보호소에 보내고 '그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개와 고양이들은 사람과 함께 가정 내에서 살아야 한다.

애니멀 호더(저장강박증)집에서 좁은 박스 안에 갇혀 생활하던 앙리. 고양이는 개보다 집단생활에 더욱 취약하다.
 애니멀 호더(저장강박증)집에서 좁은 박스 안에 갇혀 생활하던 앙리. 고양이는 개보다 집단생활에 더욱 취약하다.
ⓒ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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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의 동물이라도 극한 위험에 빠졌을 때 구조하는 일. 동물들을 최대한 치료하고 보호한 후 좋은 가정으로 재입양 보내는 일. 이 일에는 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여된다. 그러나 약자를 배려하고자 하는 시민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구조 동물의 입양은 곧 반려동물의 학대를 막기 위한 시민들의 실천이다. 그 실천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실천'이라고.

덧붙이는 글 | 케어 입양센터를 돕기 위한 여러가지 방법입니다. 입양과 후원을 통해 학대받고 구조된 동물들에게 새로운 삶을 주실 분들을 기다립니다.

케어 입양센터 홈페이지-> http://fromcare01.cafe24.com/
케어 천사단 가입 안내->http://me2.do/xZuN4NvA
케어 회원 가입 안내-> http://me2.do/Ig8Z3nMs



태그:#동물학대, #CARE, #입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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