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 비행기 탑승기] 시리즈, 김민수 기자의'21단짜리 고급 자전거, 여기선 부끄럽겠다' 기사를 반박한다.자전거, 호기심에 시작했지만 내 생활의 일부로 깊숙히 들어오면서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지도 4~5년이 넘었다. 도로 정체가 심한 도심지는 알고보면 자동차나 대중교통보다 자전거가 더 빠른 경우도 많다. 경기도 광명에서 여의도까지, 버스나 전철로 1시간남짓, 자전거로는 40분! 자전거는 참 매력있는 탈것이다. 내가 밟는 만큼 나아가고, 또 멈추는 자전거. 천연자원을 소비하지도, 공해를 만들지도 않고 온전히 내 체력이 허락하는만큼 달릴 수 있다.
사실 자전거를 배운 것은 30대에 접어들어서였다. 어릴땐 가난해서 자전거를 가져보지 못했고, 자연히 배울 기회도 없었다. 30세에 자전거를 빌려서 며칠간 넘어지며 배우고, 신세계를 맛보자 싸구려 21단 자전거를 구입했다. 배운지 일주일만에 남들은 한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세시간에 걸쳐 퇴근하는데 성공했고, 운전면허증은 서랍 속에 고이 잠들었다.
그러나 한국의 자전거 문화는 아직 호락호락하지 않다.자전거를 배우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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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자전거도로로 다니되, 자전거도로가 없는 경우 차도(우측 가장자리)로 다닐 수 있다. <도로교통법 제13조의2(자전거의 통행방법의 특례) 제1,2항>
- 자전거가 인도로 다니는 것은 불법이다. 단, 어린이, 노인 등이 운전하거나 자전거통행이 허용된 안전표지가 있거나, 도로의 파손 및 도로공사 등으로 도로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가능하다. <동조 제4항>
- 자동차는 도로에서 운행중인 자전거의 옆을 지날 때에는 자전거운전자의 안전을 고려하여 일정한 거리를 두고 운행하여야 한다. <자전거이용활성화에관한법률 제17조(자전거통행의 보호)>-
자동차나 원동기는 자전거도로에 주차 또는 정차할 수 없다. 다만, 자전거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일시정차만 가능하다. <동법률 제18조 제3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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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는 자전거전용도로에서 보행하면 안된다. <동조 제4항>
시행된지 1~20년이 훌쩍 넘은 오래된 법률들인데, 이상하게도 처음 들어보는것 같은 생소한 조항들이다.
각 지자체에서 친환경도시를 조성한다며 자전거도로를 곳곳에 만들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 '자전거 전용 도로'는 인도 가운데 선 하나 찍 긋고 자전거 그림을 그렸을 뿐이고, 도로와 도로 사이를 지날 때 마다 타이어 두께의 서너 배 높이가 되는 턱을 타고 올라 보도블럭을 넘나들어야 하며, 그마저도 곳곳에 버스정류장이며 소화전, 가로수로 막혀 있다. 자전거 전용 도로라고 해서 모든 자전거가 BMX이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데, 한국의 자전거 전용 도로를 달리려면 묘기를 부려야만 한다.
▲ BMX 자전거 '묘기자전거'라 불리우는 프리스타일 곡예를 수행하는 스포츠 전용 자전거 ⓒ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
그뿐인가. 어쩌다 눈에 띄는 (진짜) 자전거전용도로는 그저 도로변 주차장의 다른 이름일 뿐이며,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는 물론이거니와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로가 구분되어 있는 산책로에서 조깅을 즐기는 보행자들이 두 팔을 크게 벌려 온 세상을 내 품에 안고자 하는 동작을 하더라도 자전거는 잘 알아서 피해가야 한다. (덴마크인들 뿐 아니라 한국인들도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자전거도로에 서 있는것'이라고, 김민수 기자는 멀리 갈 것 없이 한국의 자전거도로에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자전거들은 도로로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이마저도 버스나 택시, 그리고 무분별하게 불법주차된 자동차들을 피해가며 '맨 우측 가장자리'로 통행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위의 법 조항들을 숙지하지 않고도 운전면허를 소지한 자동차 운전자들의 위협운전과 욕설, 혹은 김민수 기자가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험한 말들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전거가 생활이 될 수 있을까?
자전거 운전자, 권리와 함께 의무도 지켜야 한다.사실 이런 환경에서 자전거 운전자가 항상 피해자인것만은 아니다. 위의 법 조항들은 자전거 운전자를 보호하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지켜야 할 의무도 분명히 포함하고 있다. (명시된 예외사항을 제외하고) 인도로 다니지 않을 것, 규정 속도를 지킬 것, 차도에서는 '차마'로서 교통법규를 준수할 것.
이 외에도 자전거 운전자라면 응당 숙지해야 할 사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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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는 반드시 전조등과 후미등을 달도록 한다. 자신의 안전 뿐 아니라 다른 자전거 운전자 및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서이다. 어둠 속에서 예기치 않은 충돌사고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 멋을 위해 브레이크를 제거한다든지 하는
불법 개조를 지양한다.-
헬멧 등의 보호장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한다.자전거를 오래 타다 보면, 차도에서 위협운전이나 욕설을 퍼붓는 자동차 운전자 못지 않은 몰지각한 자전거 운전자들도 적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인도를 주행하며 보행자들이 비키지 않는다고 따르릉 벨을 울리고 짜증내는 건 예사, 자전거를 탄 채로 차도를 역주행하거나 무단횡단, 야간에 전조등도 달지 않고 인도나 자전거 도로를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자동차 운전자가 아무리 방어운전을 한들 어둠 속에서 전조등도 없이 역주행하여 다가오는 자전거는 두려울 수 밖에 없다. 이쯤 되면 자동차 운전자들이 차도에서 자전거만 보면 기겁을 하고 경적을 울리거나 화를 내는 상황도 이해할만 한 것이다.
차도로 내려온 자전거.
▲ Share the Road 캠페인 '도로를 공유하자'는 캠페인으로, 9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세계로 확산중이다. 자전거 이용을 확대하여 대기환경보호에도 기여한다는 취지. ⓒ 위키피디아 http://commons.wiki
쉐어 더 로드(Share the Road) 캠페인은 지난 90년대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확산중인 운동이다. 자전거 이용을 확대하여 환경보호에도 일조한다는 취지로, 국내에서도 십 수년 사이 여러 환경단체나 자전거 동호회에서 전개중이며, 여러 지자체에서도 '함께 달리자' 혹은 '자동차 없는 거리'와 같은 행사들을 통해 전파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도로 공유'캠페인은 사전에 신고를 하고 당국의 허가를 득해 이루어지는 정당한 행사이며, 여타 마라톤대회나 퍼레이드 행사 등과 마찬가지로 전체 도로를 완전히 점유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떼지어 차로 하나만 점령해도 김민수 기자와 같은 사람들이 험한 말을 퍼붓는 세상 아닌가.
한편, 자전거 문화가 앞서 정착된 여러 선진국은 저마다의 특색이 있다. 중앙선 1차로가 자전거 전용도로인 스위스, 차도/자전거로/인도로 나뉜 네덜란드 등 자전거 전용 도로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자전거도로 뿐 아니라 차도에서도 자동차와 자전거가 뒤섞여 질서정연하게 주행하는 독일같은 나라도 있다. 도로상황 외에도,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전철과 연계하는 주된 교통수단이 자전거로 자리잡고,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유료주차장을 이용한다.자전거를 탈 때 음주운전을 하거나 헬멧을 착용하지 않으면 범칙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생활의 일부' 그리고 '취미'김민수 기자는 얕은 지식으로 덴마크의 자전거 문화를 칭송하느라 국내 자전거 운전자들을 생활인과 동호인으로 양분하고는 싸잡아 비하하는 우를 범했다. 그러나 자전거가 생활의 일부라면, 곧 그 사람의 취미가 자전거 아닌가? 평일에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그 사람들이, 주말에는 취미로 산악자전거를 타고, 또 사이클로 강변로를 달리는 것이다.
근본적인 차이는 여기에 있을 것 같다.
덴마크에서 자전거는 그냥 '생활의 일부'다. 산악지대가 아니라 평지가 대부분인 덴마크는 우리나라에 비해 자전거 타기가 훨씬 편하기 때문이었을 게다. 거기에 검소한 국민성은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선호했을 것이고,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기 좋은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렇게 도시의 자전거도로뿐 아니라 자전거 보관소와 같은, 자전거를 타는 데 필요한 것들이 적재적소에 자리 잡으면서 자전거는 덴마크인 생활의 일부가 됐을 것이다. 생활의 일부가 됐으니 자전거는 고급화를 지향하기보다는 편리성을 지향했을 것이다. 또 자전거가 출퇴근 교통수단이기도 하니 평상복을 입고 타는 데 익숙해졌을 것이다. 이런저런 잡동사니들로 싣고 다녀야 하니, 짐받이나 바구니는 필수고, 필요에 따라 이런저런 장치들을 자전거에 연결했을 것이다.
그러나 취미로 자전거를 타게 될 경우는 생활로 자전거 타기와 다른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자전거는 고급화되고, 동호회가 생기게 되고, 자전거용품까지도 고급화되고 특성화되는 성향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등으로 인해 가격이 높은 자전거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치달았다. 자전거 타기에 그다지 필요 없는 최첨단 기능을 탑재한 비싼 자전거나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외제 자전거의 수요가 높은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김민수 기자의 '21단짜리 고급 자전거, 여기선 부끄럽겠다' 기사 본문 中)근본적인 차이가 아니라, 이 기사의 근본적인 오류가 바로 여기에 있다. 멋대로 '생활'과 '취미'로 나누고는 '그랬을 것이다'라는 짐작만으로 재단한 뒤, 취미로 자전거를 타는 이들은 값비싼 고급자전거를 선호하는 사람들이라 단정짓고는 기사 제목마저 '21단짜리 고급 자전거'가 부끄럽다며 혼자만의 감수성에 젖어들었다. 이렇게 함부로 싸잡아 비하해놓은 것이 개운치 않았던지,
'행복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동력이 우리 안에도 있음을 확인'했다는 싸구려 미사여구 덧칠을 잊지 않았다. (기사 본문 중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그런 대목을 찾을 수 없었다. 우리 안의 자전거 문화를 시종일관 비하한 가운데, 도대체 어디서 확인하였나 그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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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자전거 풍경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이들이 신호대기를 하며 기다리고 있다. |
ⓒ 김민수 |
김민수 기자가 직접 찍어 그의 기사에 첨부한 사진이다. '평상복을 입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덴마크인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정작 사진에 나온 덴마크인은 김 기자가 불편해하는 라이딩 팬츠를 입고, 그가 비판해 마지 않는 고가의 브랜드 자전거를 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풍경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한국의 자출족들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21단 자전거가 비싼 고급 자전거라 부끄러운가? 나는 당신의 기사가 부끄럽다.사실 21단 자전거는 값비싼 고급 자전거가 아니다. 21단, 24단 등의 자전거와 3단, 7단 등의 자전거는 단지 기어가 한쪽이냐 두쪽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용도와 종류에 따라 3단, 7단 자전거 한 대가 21단 자전거 수십 대 값이 나가는 경우도 많다.
재미있는 사실은, 김 기자가 덴마크인들의 검소한 국민성으로 인해 보편화된 수수하고 평범한 자전거'라고 찍은 사진들에 나온 자전거들은 하나같이 만듦새가 뛰어난 '고가의 고급 자전거'들이다. 자전거로 출근하며 신호대기하고 있는 이의 자전거도 쌍기어 자전거이다. 찍은 사진을 올리기 전에 자신의 주장과 다르지 않은지 자세히 보시기 바란다.
자전거는 용도에 따라 크게 MTB(산악용), 사이클(로드레이서), 이 두 종류의 장점을 취해 개량한 하이브리드, 미니벨로 등으로 나뉜다. 휴대성을 강조한 접이식 자전거나 묘기 스포츠를 위한 BMX, 그리고 바구니와 짐받이가 달린 짐자전거를 꼽을 수 있다.
물론 자전거 동호인 혹은 각종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급 라이더들 중에는 비싼 고급 자전거를 보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취미'로 자전거를 탄다고 해서 모두가 그런 고가의 자전거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또 김 기자가 언급한 '자전거 타기에 그다지 필요 없는 최첨단 기능을 탑재한 비싼 자전거'는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거니와, 만약 실제로 있다면 그가 좋다고 찍어 올린 사진의 '등받이'자전거일 것이다. 실제로 등받이 안장에 등을 붙이고 자전거를 타 보시라. 척추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이야말로 '자전거 타기에 그다지 필요 없는' 악세서리에 다름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값비싼 자전거는 최첨단 기능을 탑재한 것이 아니라, '가볍고 튼튼한 소재'일 뿐이다.
김 기자가 상상하는 '수수한 생활자전거'는 대체로 짐자전거 혹은 클래식 자전거(프레임이 직선으로 뻗지 않고 둥글게 처리된)일 것이다. 기사 마지막에 '바구니와 짐받이가 달린 수수한 3단 자전거'를 하나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는데, 정말로 그렇게 가격까지 수수한지 동네 자전거포나 인터넷에서 꼭 알아보고 구입하시기 바란다. 장담하건대 그 가격으로 그가 '비싼 고급 자전거'라 싸잡은 그 21단짜리 자전거 여러 대를 살 수 있다.
행복 사회를 만들어 가는 동력은 선진국 칭송과 자국 비하에서 나오지 않는다.자전거 사용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은 바람직한 일이다. 유럽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치솟는 유가가 부담스러워 검소한 이들이 자전거를 선택했고, 매연 배출을 줄여 환경오염을 덜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다. 대중은 앞서 변화하고 있는데, 사회 시스템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라 봐야 옳다.
다만 자전거는 자동차가 보급되기 전, 그러니까 '자동차 전용의 차도'가 생겨나기 훨씬 전부터 보편적인 탈것이었다. 그때는 인도며 차도의 구분도 없었고, 자전거 전용 도로는 물론 보행자라는 개념도 따로 없었던 시절이다. 그래서 나이드신 분들이나 시대 변화의 흐름에 어두운 분들은 이런 변화를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옛날에는 그냥 사람 다니는 길에서 자전거도 탔고,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하는 노래가 친숙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며 보행자에게 '따르릉 따르릉' 벨을 울리고 '비켜나세요'라고 말하면, 도로교통법에 저촉되는 시대가 왔다.시대가 빠르게 변하면서 새로이 생겨난 규칙들을 알지 못한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좀 친절하게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앞서 언급한 바 각 지자체 행정단위에서 전시행정을 위해 자전거도로를 만들었느니 하며 인도에 붓칠하는 예산을 들이기 전에, 또 멀리 자전거 선진국까지 다녀온 언론인이 덴마크 물 몇모금 마시고 와서는 갈곳없이 내몰린 자전거 운전자들을 싸잡아 뭇매를 때리기 전에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본보 김민수 기자의 기사 '21단짜리 고급 자전거, 여기선 부끄럽겠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07917)를 반박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