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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19일, 이틀에 걸쳐 고양시에서 ‘고양누리길 전국걷기축제’가 열렸다.
 4월 18일~19일, 이틀에 걸쳐 고양시에서 ‘고양누리길 전국걷기축제’가 열렸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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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길이 너무 좋다."

고양힐링누리길을 한두 번 걸은 게 아닌데도 걸으면서 감탄사를 터뜨리고 또 터뜨렸다. 길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4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산과 들에는 완연하게 봄이 깃들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계절에 좋은 길을 걷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좋다"는 말이 방언처럼 터져 나왔다.

4월 18일~19일, 이틀에 걸쳐 열린 '고양누리길 전국걷기축제'에 참가, 50km를 걸었다. 첫날인 18일에는 30km를, 두 번째 날인 19일에는 20km를 걸었다. (재)고양시걷기연맹이 주최한 걷기축제는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걷기축제는 5km, 20km, 50km 3개 코스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50km 코스 참가자들만 1박2일 동안 걸었다.

군인들 안내로 한강 철책선 따라 장항습지를 바라보다

작년에 처음 걷기축제가 열렸을 때 꼭 참가하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몸살이 너무 심하게 걸려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는 무사히(?) 참가할 수 있었다.

특히 고양시 걷기축제는 평소에는 들어갈 수 없는 한강 철책선 구간을 걸을 수 있어서 좋다. 군인들의 안내로 군부대 안으로 들어가 한강 철책선을 따라 고양시가 자랑하는 장항습지를 바라보면서 걷기 때문이다. 장항습지는 다양한 생태계와 자연경관이 아주 잘 보조된 한강 하구의 보물창고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18일 오전 9시 40분, 일산문화공원을 출발했다. 먼저 5km 코스 참가자들이 출발하고, 이어서 20km 코스 참가자와 50km 코스 참가자가 함께 출발했다. 일산문화공원을 가득 메운 걷기 마니아들의 표정은 밝았다.

너덧 살 어린아이부터 10대 청소년, 20대 젊은 연인, 30대 젊은 부부들을 포함해 70대의 어르신까지 참가자들의 연령층은 다양했다. 화사한 봄볕 때문인지, 벚나무에서 꽃비가 화려하게 쏟아졌기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내딛는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하지만 50km를 걷는 건 결코 쉽거나 만만한 일은 아니다. 신발 끈을 잘 동여매야 하고, 양말도 두꺼운 것으로 신어야 발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장거리를 걸을 때 조심하지 않으면 발바닥이나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기 때문이다.

4월 18일~19일, 이틀에 걸쳐 고양시에서 ‘고양누리길 전국걷기축제’가 열렸다.
 4월 18일~19일, 이틀에 걸쳐 고양시에서 ‘고양누리길 전국걷기축제’가 열렸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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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습지를 따라 이어지는 한강 철책선 구간을 걷는 건 이번이 3번째. 3번 다 고양시에서 열린 걷기축제에 참가했기 때문에 걸을 수 있었다. 널찍하게 잘 닦인 길은 군부대에서 관리하는 구간이다. 민간인은 평소에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길이기 때문에 걸을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 그건 다른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 구간을 벗어나면 자전거도로인 '평화누리길'이 나온다. 아직은 완전하게 개통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그 길이 열리면 자전거 마니아들이 신나게 페달을 밟으면서 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강을 따라 걷다 보니 고양시 시정연수원이 나온다. 2시간 남짓 걸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길은 행주산성역사누리길로 이어진다. 이 길 역시 한때는 한강 철책선 때문에 갈 수 없었으나, 철책선이 제거되면서 '고양힐링누리길' 구간을 조성, 행주산성역사누리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저물녘에 보면 운치 더할 나위 없는 강매석교

이 길은 전체 길이가 3.7km로 고양힐링누리길 가운데 가장 짧은 코스다. 한강을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길로, 행주산성에 깃들인 역사도 함께 음미할 수 있다.

우리는 이 길의 일부 구간을 거쳐서 행주누리길로 접어들었다. 이 길은 전체 길이가 11.9km로 걸으면서 창릉천과 강매석교, 배다골테마파크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창릉천에 놓인 강매석교는 저물녘에 보면 운치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히 어우러져 있어서 좋았다. 오르막길을 걸을 때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내리막길을 걸을 때는 숨 고르기를 한다.

아, 바람에 벚꽃이 지면서 꽃잎들이 비가 되어 흩날린다. 벚꽃도 이제는 끝물이다. 아마도 사나흘만 지나면 벚꽃은 언제 피었나 싶게 흔적 없이 사라지고, 무성한 푸른 나뭇잎들이 가지를 죄다 차지하리라.

바람아 불어다오, 꽃비가 더 거세게 쏟아지도록. 걸으면서 자꾸 뒤를 돌아본 것은 꽃잎이 바람에 더 많이 떨어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4월 18일~19일, 이틀에 걸쳐 고양시에서 ‘고양누리길 전국걷기축제’가 열렸다.
 4월 18일~19일, 이틀에 걸쳐 고양시에서 ‘고양누리길 전국걷기축제’가 열렸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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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길은 바람에 진 꽃잎이 눈처럼 뒤덮여 있기도 했다. 지금이 아니면 절대로 걸을 수 없는 길이 있게 마련이다. 바로 벚꽃 길이 그렇다. 일부러 꽃잎으로 덮인 길을 찾아 밟으면서 짧은 탄성을 여러 번 내질렀다. 봄이 가는구나.

감탄사에 또 감탄사... 어쩌면 숲이 이렇게 예쁘니?

창릉천을 지나면서 창릉천에 가로지르듯이 걸린 강매석교를 바라본다. 시간이 난다면, 잠시라도 강매석교에 걸터앉아 창릉천을 내려다보는 호사를 누려보기를 권한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면서 멈추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으리라.

봉대산을 넘었다. 그리고 성사천을 따라 오래 걸었다. 한때는 성사천에서 몇 마리의 오리를 보았는데, 오늘은 없다. 성사천이 끝나는 즈음에 배다골 테마파크가 나온다. 여름철이면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이곳을 찾는 젊은 엄마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물놀이장이 있기 때문이다.

배다골 테마파크를 지나 성라산으로 오른다. 이곳에서 20km 코스 참가자와 50km 코스 참가자들이 가는 길이 달라진다. 20km 코스 참가자들은 성라공원으로 내려가고, 50km 참가자들은 가와지볍씨 박물관을 거쳐 오늘 밤 묵을 숙소인 홍익비전센터까지 가기 때문이다.

성라산 길에서 홍익비전센터까지 가는 길은 고양힐링누리길 구간이 아니다. 하지만 길은 감탄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좋다. 좁은 숲길이 빽빽한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데, 고즈넉한 분위기가 금방이라도 숲의 정령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연둣빛을 간직한 나뭇잎들은 어찌나 여린지 건드리면 금세라도 연둣빛 물이 뚝뚝 떨어져 손끝을 적실 것만 같다. 한 걸음 내딛다가 감탄사 한 번 터뜨리고, 두어 걸음을 채 걷기도 전에 다시 감탄사를 터뜨린다. 어쩌면 숲이 이렇게 예쁘니?

발밑에서 마를 대로 말라 밟기만 하면 부서지는 활엽수 잎이 사라지고, 어느 사이엔가 누런 솔잎이 잔뜩 깔린 길을 지난다. 은은한 솔 향기가 숲을 가득 메운다. 숲을 안개처럼 떠도는 갖가지 향기는 걷지 않으면 절대로 맡을 수 없다. 그 향기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면서 깊은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내가 이래서 걷고 또 걸을 수밖에 없는 거야.

4월 18일~19일, 이틀에 걸쳐 고양시에서 ‘고양누리길 전국걷기축제’가 열렸다.
 4월 18일~19일, 이틀에 걸쳐 고양시에서 ‘고양누리길 전국걷기축제’가 열렸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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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지볍씨 박물관에서 잠시 쉬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박물관 마당에 털썩 주저앉거나,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건 걷기 축제 덕분이다. 평소라면 이곳 마당에 자유로운 포즈로 앉거나 눕는다면 다른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것이 분명하지. 이래서 걷기는 자유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와지볍씨는 한반도 농경문화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귀한 존재다. 고양시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가와지볍씨 박물관을 세웠다. 걷기축제는 고양시 농경문화 역사까지 더듬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

숙소인 홍익비전센터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즈음. 30km를 벌써 다 걸었단 말이야? 길에 홀려 걷노라니 시간 감각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종아리에는 묵직한 피로가 매달려 있으나, 나는 안다. 하룻밤 자고 나면 다리는 거뜬해지면서 다시 걸을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50km 코스 도전자는 100여 명. 어린아이부터 70대 노인까지 참가자 연령대는 다양하다. 숙소에 도착해서 함성을 지르면서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니 저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너희는 아직도 기운이 팔팔하구나.

고양누리길 걷기축제 1박2일 참가기②가 이어집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고양누리길, #걷기축제, #고양시, #장항습지, #일산문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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