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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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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광재 의원과의 인터뷰①에서 이어지는 일문일답이다.

- 강원도지사에서 물러난 2011년에 정계를 떠났다. 그리고 올해 21대 국회의원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중국에도 2년 머물렀고, 2016년에는 싱크탱크 '여시재'를 주도해서 만들었다. 책에 쓰여진 표현대로라면 "권력의 정점에서 차가운 바닥으로 떨어진" 시기이기도 할텐데. 이 시기는 이광재 인생의 나이테에 어떤 의미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는가.

"정도전이 유배 생활을 10년 했다. 사실 노 대통령이 돌아가신 것과 제가 도지사를 그만둔 이유가 같은 내용이었다. 처음엔 정말 절치부심, 이가 부러지고 속이 썩는 시간을 보냈다. 분노가 조금 가라앉을 때쯤 역사책을 들여다봤고, 그 다음에는 산을 다녔다. 그러다보니 (또다른) 나를 만나게 됐다.
  
모든 게 내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세상 그 어떤 어려움이 와도 내 마음이 쓰러지지 않으면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 사람은 마음 하나로 산다는 걸 깨닫게 됐다. 낮은 곳에 살면 마음을 비우게 되는 게 삶의 지혜다. 자기를 많이 발견하고, 제3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공부를 하는 시간이었다."

- 10년만에 다시 여의도로 돌아왔다. 다시금 국회의원이 돼야겠다고 결심한 동기는 무엇인가.

"3가지 부분에서 제가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정치는 담대한 꿈이 있어야지, 직업화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국가의 (미래) 설계도를 만드는데 제가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위기의 본질은 제대로 된 설계도 없이 지은 집이라는 데 있다. 세 번째는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꿈과 국가 전략과 정책은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다."

"세계적인 싱크탱크 한국 분소를 적극 유치해야"

- 국회 안에 예산정책처 수준의 국제전략연구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나 벤처컨벤션 등의 아이디어가 눈에 띈다.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가 중요할텐데.

"미국 의회에는 중국만 연구하는 기구가 두 곳이나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모르고서는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 그래서 국회에 국제전략연구처라는 싱크탱크를 두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싱크탱크의 한국 분소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전 세계의 생각을 우리가 받아들이고, 우리의 생각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전 세계의 생각을 알아야 진정한 일류가 될 수 있다. 싱가포르는 세계 일류를 데리고 와서 일을 시킬 수 있는 구조가 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이런 주장을 해서 정세균 국회의장 때 만들어진 게 국회미래연구원이다. 박병석 현 국회의장께는 미·중·일·러를 연구할 수 있도록 세분화하자고 건의했고, 재계에는 세계적인 싱크탱크를 유치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학회가 참석하는 벤처컨벤션을 지속적으로 연다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친구들이 실리콘밸리도 가겠지만 한국에도 오게 된다. 세계의 변화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칭화대가 갖고 있는 지주회사, 벤처회사가 2300개쯤 된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 등 벤처컨벤션을 운영할 수 있는 재원은 충분하다. 국가와 기업이 함께 투자할 수 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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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빅2' 지자체 재보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코로나 방역, 치료제, 백신 등을 통해 빨리 클린 국가가 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국민들은 미래를 불안해 한다. 미래로 가는 계획을 누가 확실히 제시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거라고 본다. 미래로 가는 비전은 뉴딜이 기본 줄거리라고 생각한다. 디지털경제, 그린경제, 사회적 뉴딜, 지역균형 뉴딜 등이 그렇다. 미래 비전에서 승부가 갈릴 거라고 본다.

'정치가는 희망을 파는 상인'이라는 나폴레옹의 말을 나는 믿는다. 조직도 중요하겠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열병처럼 번져나가게 하는 게 선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국회의원을 두 번 하는 동안 지역구의 경·조사를 채 열 번도 안 갔을 거다. 다들 그렇게 하면 선거에서 질 거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선거는 기술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강렬한 열망과 비전, 그리고 갈라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내는 일이 국민을 감동시킨다."

- 2022년 대통령선거는 봄에 치러진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20년 전 노무현처럼 정치 벤처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본다. 따뜻하고 유능한 리더십은 기본이다. 주목할만한 내용은 통찰, 통합, 소통 등 '3통'이다. 

통찰은 결국 미래로 가는 기관차, 디지털 그린으로 가는 미래 경제에 대한 강력한 기관차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이냐다. 디지털 사회가 진화하면 할수록 수명 100세 시대의 사회안전망에 대한 강력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 미국 같은 경우 벤처를 하다 망해도 경력이 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바로 신용불량자가 되기 때문에 도전을 꺼리게 된다.

향후 10년 동안 제대로 된 성장을 못 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 기술 중심의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를 걸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미·중의 파고는 점점 깊어지게 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전략을 만들어내는 게 통찰의 영역이다. 

갈라진 나라를 묶어세우지 않고는 우리의 미래는 어려워지기 때문에 통합이 절실하다.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고 하지 않나. 검찰개혁도 소리 없이 강력하게 진행됐어야 하는데,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 안타깝다. 

과거에는 담론을 정당이 만들어 냈는데 요새는 피렌체의 식탁이나 트레바리 같은 온라인상 지식플랫폼이 담론을 만들고 있다. 이런 게 또 하나의 미래 정당일 수도 있다고 본다. 소통이라는 영역은 근본적으로 새롭게 플랫폼을 짜야 한다. 시민들이 정책을 제안하고 발의하는 '정책 당근마켓'이 활성화되면 새로운 인재들이 나타나고 변화의 동력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대선 후보가) 너냐?'라고 묻는다면...

- 일각에서는 이광재 의원도 잠재된 대선후보로 보고 있다. 2022년 대선에서 본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한 국가의 미래 설계와 정책을 대선이라는 그라운드에 올려놓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네가 직접 그 일을 해보지 그러느냐'라고 묻는다면... 그 시대적 과제가 너무 어렵다. 그 과제의 무게에 비해 제가 부족한 게 많은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다만, 지금 시기에 국회에 들어온 이상 현재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상황을 그냥 흘려보내진 않을 거다.

저는 분명한 제 역할을 해나가려고 한다. (대통령 후보는) 시대를 개척해야 된다. 그러면 그걸 (내가) 감당할 수 있느냐 (스스로 묻게 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애초 김경수 지사를 도와주려고 했는데 지금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권력은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까기와 비슷하다. 양파를 계속 까면 눈물만 난다. 양파로는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저는 일단 요리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국회의원, 도지사, 민간 싱크탱크 원장 등을 두루 경험했다. 대선에 도전할만한 커리어를 갖춘 것 아닌가.

"글쎄요. 그럴까요? 물론 그게 보통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다. 그리고 그냥 주어진 게 아니라 항상 새로운 땅을 개척하면서 살아왔다. 정치인 노무현과 함께 했고, 강원도라는 (민주당으로서는)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삶을 살아왔다. 대한민국은 새로운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20년 전 노무현의 정치 벤처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면, 지금은 또다른 새로운 시대의 탄생을 요구받고 있다. 이걸 넘어서야 변방의 역사를 끝낼 수 있다. '그렇다면 (대선 후보가) 너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글쎄... 고민이 많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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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기 후반부를 지나고 있는 문재인 정부를 평가한다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만들어져서 권력기관 개혁, 기울어진 운동장의 한 부분을 어느 정도 바로잡아 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같은 사회안전망 부분도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다만, 미래차, AI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등 미래지향적인 뉴딜을 패키지로 묶어 국가전략으로 좀더 빨리 추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 됐으면 좋겠고, 잘 돼야 한다."

- 이 의원은 오랫동안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었다. 두 분 리더십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공통점이라고 하면 집념이 강하다는 것이다. 두 분 모두 이루고자 하는 걸 이루려고 하는 집념이 강하다. 또 다른 공통점은 본인의 유·불리를 덜 따진다. (불리해도) 가야 할 길은 가는 스타일이다.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노 대통령은 독대를 안 하고 토론을 즐긴다. 참모들과 토론하다가 화를 내기도 하지만, 나중에 다시 불러서 본인의 생각이 잘못된 거 같다고 솔직히 얘기하고 정책 방향을 수정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 사람이 토론할 때 주로 심판 역할을 맡았다. 쟁점이 있으면 (입장 차이가 있는) 두 사람을 불러놓고 질문을 한다. 서로 논쟁을 시킨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판단하는 스타일이다. 청와대 참모진이나 내각을 짤 때도 균형을 생각한다. 예를 들어 외교라인에서 진보 성향의 윤영관, 보수 성향의 반기문으로 짝을 맞추는 식이다. 경제라인의 이정우-김진표도 마찬가지다. 

두 분 다 샤이하지만, 노 대통령은 낯가림이 덜하다. 문재인 대통령 같은 경우는 훨씬 더 말 실수가 없다. 그리고 훨씬 더 차분한 편이다. 이번에 상당히 빛을 발했던 것도 그런 성격과 리더십 덕분이다. 코로나 같은 상황이 닥쳤을 때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석대로 하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 리더십의 장점이다."

"변방의 역사를 끝내보고 싶은 열망이 있다"

- "나는 정치를 잘 모릅니다. 나를 역사 발전의 도구로 써주세요." 30여 년 전 첫 만남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이 의원에게 했던 말이다. 이후 한 번도 이 말을 잊은 적이 없다고 했는데, 이광재라는 사람은 역사에서 어떤 도구로 쓰여지길 바라는가.

"지난 40년 동안 나의 뇌를 지배하고 있었던 어릴 적 경험이 있다. 누나와 함께 동네 부잣집에 TV를 보러 갔다. 그 집에서 보기에 우리가 지저분해 보였던 모양이다. TV를 못 보게 해서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가 화가 나서 TV를 샀다. 그 집은 문을 닫아놓고 자기들끼리만 봤고, 우리 집은 TV를 마루에 놔두고 동네 사람들과 함께 봤다. 그때 본 드라마가 <여로>였다.

그 여름을 보내면서 문 닫은 부잣집과 잘 살진 못하지만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TV드라마를 보며 함께 웃고 분노했던 그때의 체험이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를 지배하고 있다. '인간은 노력하면 자기 운명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 돈 없고 빽 없고 서러운 사람들이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학에 입학한 뒤 동대문 부근 창신동에서 야학교사 생활을 한 것도 그에 대한 연장선이다. 자기 운명을 바꿀 수 있으려면, 우리 사회의 수직·경쟁형 사다리 구조를 그물형 사다리로 바꿔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노력 여하에 따라) 언제든 옮겨 탈 수 있고 새로운 길을 찾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나의 열망이다.

우리나라는 변방의 역사다. 주변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어려움을 겪는, 이 변방의 역사를 끝내보고 싶은 또다른 열망이 있다. 이게 노 대통령과 저의 공통점이다. 제 인생과 생각을 지배하는 강렬한 그 무엇은 이 두 가지다. 인간이 노력하면 자기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그물형 사회가 되는 것과 변방의 역사, 강대국의 사회에서 정말 힘들고 어렵게 살아온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것이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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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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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광재, #노무현, #대통령선거,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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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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