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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을 바꿔야 할 때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한대?
20.06.04 11:30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아이를 낳기 전, 그리고 연년생 아이를 키우면서 나름 기준을 세운 것이 있다. 

핸드폰을 사주든, 화장품을 사주든, 아이가 무엇을 원할 때 반 아이들의 50% 이상이 소유하고 있다면 사주자는 것! 그 기준의 배경엔 다수의 아이들 사이에서 우리 아이가 소외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마음과 부모의 생각과 아이의 생각이 다를 때 대다수의 아이들의 생각이 우리 아이와 같다면 아이의 편을 들어주자는 나름 합리적이고 아이를 위한 기준이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고민 ⓒ 픽사베이
   

아직 아이가 어리다 보니 아이들의 생각을 취합해서 평균을 낼만큼 의사결정에서 일치를 보지 못한 경험은 없고 큼직한 일들은 부모의 결정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첫째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 요즘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생겼다. 
 
다른 학교는 어떻대?
다른 애들은 어떻게 하고 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을 때조차 나 혼자 속으로 저런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지? 다른 아이들은 집에서 공부를 얼마나 하고 있지? 학원은 다니는 건가, 집에 있는 건가? 등.

이런 최근의 나를 보면서 나는 이 기준을 수정해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느라 내 일상의 고민이 이것으로 채워진다면 이것은 기준이 아니라 그저 다른 이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다수에서 소외당하지 않기. 는 상당히 소극적인 기준이다.
물론 다른 분야에서 남다름을 나타내기 위해 부모로서 해 주는 것들도 상당 부분 있지만 어쩐지 '이게 엄마 기준이야.'라고 말하기엔 멋지지 않은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뿐만이 아니다.
나 역시 내가 무슨 행동을 하기 전에 빅데이터 분석을 한다.
빅데이터 분석은 다름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과 결정을 살피는 것이다. ^^;
그래서 내가 이런 행동을 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대략 예측을 하고 안전한 선택과 편안한 행동만을 취했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요즘은 너무 열심히 살거나 힘이 잔뜩 들어간 글이 유행이 아니니 게으른 듯, 하지만 뼈 때리는 그런 글을 써야지 하면서 남들 글만 열심히 읽는다. 남의 글을 읽어서 내게 좋은 토양이 되느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고 아, 요즘은 이런 글은 좀 진부하지 않나? 응? 내가 보기엔 잘 썼는데 왜 무반응이지? 하면서 그냥 데이터만 수집한다.
남들 하는 것만 몇 날 며칠 살피다가 나는 다수에도 속하지 않고 특출 난 소수는 더더욱 아닌 혼자만의 섬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다수에 의한 기준 ⓒ 픽사베이
 
결국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깨달음이 나의 동일한 혼잣말과 고민 속에서 새삼스럽게 찾아왔다.
내 아이가 원한다면 부모로서 허용되는 수준에서 해주면 되는 것이고 원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사회적 수준에서 부모가 해야 될 기준의 몫에서 결정하면 되는 것. 더불어 더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심어주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50% 이상의 아이들이 하느냐, 안 하느냐가 쓸데없는 기준이라는 건 아니다. 이런 기준 역시 필요할 때가 있겠지만 적어도 모든 결정 앞에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한대?"라는 질문이 먼저 나오진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선택을 위한 선택, 선택 위의 선택을 메타 선택이라고 부른다. 비슷하게, 생각에 대한 생각을 메타인지라고 부르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살펴 결정을 한다면 나는 메타 선택이 아닌 남들의 선택을 따라한 것이고 어느 조직의 구성원이 될 수밖에 없는 결정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에게도 동일한 과정을 적용하며 미래를 살게 하는 것.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게 주어진 조건을 파악하고 내가 쓸 수 있는 카드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가운데 택해지는 결정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아야 하고 선택되지 않은 대안들에 미련 없어야 한다.

남들의 결정은 그들의 상황에 맞는 결정이고 상황이 비슷하다면 나 역시 같은 결정에 다수에 속한 안정감을 누릴 수도 있지만 다른 상황이라면 오히려 다른 결정이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나의 다른 결정이 또 다른 무리에게 힘이 되는 격려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이렇게 조금씩 다른 세상에서 조금씩 다른 결정을 하는 사람이 다음 리더가 되고 선두주자가 되는 것을 요즘 많이 보게 되었다.

남들의 결정을 보기 위해 내 시간을 내어 전화를 하고 검색을 하는 대신,

1. 내 아이의 장단점을 한 번 더 확인하기
2. 우리 아이의 마음 상태를 더 깊이 알기
3. 그중 우리의 형편에 맞는 결정을 하기
4. 다른 이들의 결정과 비교하며 후회하지 않기!

남들의 글을 분석하고 비교하는 대신 나는,
그저 쓰고 쓰고 또 써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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