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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갑수, 라디오21 복귀선언

인원 줄이고 감량 경영... 22일 새롭게 단장
03.05.16 16:53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라디오21에 복귀하게 되는 김갑수씨.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15일 인터넷방송국 라디오21 대표직을 사임했던 방송인 김갑수씨가 라디오21(radio.betterday.pe.kr) 편성국장으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김씨는 1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라디오21에 편성국장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라면서 "라디오21과 별도로 SBS '생방송 세븐데이즈' 진행도 병행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SBS행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이 실망스러워하는 것에 대해 김씨는 "라디오21을 무책임하게 버리고 가는 것이 아니다"고 답했다.

김씨는 "나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노조를 결성했던 직원 가운데 10여명은 사표를 제출한 상태"라며 "라디오21은 새 경영진에 의해 직원을 5∼6명선으로 축소하고, 월 지출액도 3천만원 선으로 줄이는 감량경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디오21의 대표는 음악평론가 강헌씨와 또 한명의 언론인이 같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라디오21은 17일부터 21일까지 방송을 일시 중단하고 22일부터 새로 단장한 모습으로 방송을 재개한다.
한편 김씨는 자신과 라디오21의 상황에 대한 최근 심경을 담은 장문의 글을 16일 오후 라디오21 게시판에 올렸다. 다음은 김씨가 쓴 글의 전문.

참담한 심정으로 자판 앞에 앉았습니다.
어디부터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할 지 가늠이 안될 만큼 일이 복잡해져 버렸더군요.

얼마 전에 집에서 빌려다 본 "체인징 레인스"라는 영화가 문득 생각이 납니다. 출근길에 차선을 바꾸던 두 남자가 접촉사고를 내면서 생긴 일련의 사건들.......

분명 서로가 선의를 가지고 해결하려 했지만 뭔가 오해가 생기고, 그 사고 때문에 잃어버린 몇분의 시간이 그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리는가 하면 서로의 증오 때문에 죽음까지 빼앗으려하던 그 두 사람의 모습.......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그런 모습이 진심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극적인 화해를 하게 되는 그런 영화였죠.

그 영화를 보면서 꼭 얼마전부터 저의 삶의 터전에서 일어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참 기분이 착잡했습니다. 서로가 잘 해보자고 한 일인데 언젠가부터 서로를 이유없이 증오하고 미워하는가 하면 서로를 불신하는 그런 모습....

저는 오늘 저의 모든 잘못을 인정하려 합니다. 아울러 조금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의 해명을 하려 합니다.

일단, 모든 것의 출발은 저의 과욕이었음을 인정합니다. 그 과욕의 출발이 어디서부터였는지는 몰라도 아마 어떤 '승리감'에 너무 도취해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가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몇 달전부터 확인했던 인터넷 방송의 위력에 대해서도 과대평가했던 부분도 저의 불찰이라면 불찰이었습니다.

어쨌든 가깝게는 저의 친구들부터 선배, 후배들까지 제가 내건 취지에 공감하면 많은 분들이 물심 양면으로 도움을 주셨고, 그런 도움에 힘입어 조금 판을 크게 벌린 측면이 있지만 무사히 개국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난 후.... 갑자기 투자받기로 한 자금이 펑크가 나 버렸습니다. 저희 회사에 상당한 자금을 투자하기로 한 곳에서 투자가 곤란하다는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해 온 것입니다. 정말 앞이 깜깜했습니다. 그 돈이 들어 와야 회사가 안정권에 들어갈 때까지 여유있게 버틸 수 있었는데...

클라우제비츠라는 사람이 그랬다는군요. 삶의 과정에 수많은 우연과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데 그런 것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그 리더가 훌륭한 리더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라구요. 그 말에 비한다면 저는 분명 훌륭한 리더는 죽어도 되지 못할 재목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때가 제가 3일간의 휴가를 보내던 때였습니다. 그 뒤로 미친 듯이 돈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일주일여를 넋이 나간 사람처럼 헤매다닌 끝에 다행히 두 명의 투자자로부터 1억원씩, 각각 2억원의 자금을 투자받기로 약속을 받고 상당한 금액의 광고까지 가계약을 한 끝에 회사로 복귀를 한 것입니다. 휴가까지 걸린 시간이 모두 열흘간이었지요.

물론 제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은 다른 분들이 번갈아 가며 진행을 했으니 방송인으로서 참 잘못된 일이었던 것은 분명하지요. 청취자들에게 백배 사죄해야 되는 일이구요.

직원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고는 회사로 돌아갔습니다. 몇몇 팀장들에겐 사정을얘기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고 잘 해결되었으니 걱정하지 말라구요.

직원들에겐 정말 말할 수 없는 힘든 일이 있었으나 이제 잘 해결된 것 같다. 열심히 일하자며 회식을 하고 그 다음 날 개편회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에 2차 개편회의를 하기로했고, 월요일 출근을 했더니 팀장들이 뜬금없이 대표직에서 물러나라는 것입니다. 이유가 뭐냐고 했더니 '더 큰 변화가 필요하다. 잘 추스려지지 않는 직원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표이사의 거취문제는 이사와 주주들에게 물어봐야 할 일이다. 그러니 잠시 기다려달라고 해 두고는 이사진과 주주들을 하루 종일 만나 의견을 들었습니다. 모두가 그럴 이유가 없으니 가서 열심히 일이나 하라길래 돌아와서 팀장들을 만났습니다. 회사가 갑자기 문닫지도 모를 위기상황에 대표가 돈구하려 다닌 것이 물러날 일이면 누가 대표를 한단 말인가..가 이유였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사퇴요구를 받았다. 법적으로나 뭐로나 내가 대표직을 사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내가 신뢰를 얻지 못해 그런 것이니 도대체 더 큰 변화가 필요한 직원들이 누군지, 무슨 이유인지 설득을 할 기회를 달라. 나도 퇴진 요구를 받았으니 직원들도 똑같은 입장이 되어 같이 얘기하자. 모두가 사표를 내고 똑같은 입장에서 개별면담을 하겠다. 사표수리는 절대 안 한다. 그러나 설득하겠다. 정 설득이 안되어 이 회사에서 일할 수 없다는 사람의 사표는 부득이하게 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에 돌아가서 직원들에게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일하자. 개별면담을 하겠으니 준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 뒤 저녁때 직원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딘가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팀장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분명 저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한 것이었고, 절대 이 회사에서 일하기 싫다는 팀원들이 누군지를 파악해서 보고해 달라는 말과 함께 그 직원들은 다음날 오후에 개별면담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팀장들은 이왕 모여있다고 하니 팀원들에게 직접, 또는 전화로 의사를 물어 불만과 요구가 뭔지 수렴해 다음날 오전 10시에 회의를 하자고 한 것이죠.

다음날 아침 아무도 회사에 출근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10시에 만나기로 한 팀장들 역시 아무도 나오질 않았습니다. 어딘가에서 모여 회의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몇 명의 직원과 함께 오후 1시까지 방송을 운행하고 회사 홈페이지에 파행방송이 부득이하니 양해해달라는 글을 짤막하게 올리고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의중에 '새로운 라디오21을 만들자! 기존의 라디오21과 김갑수에게 타격을 가하기 위해 성명서를 내고 기자회견을 하자'는 말까지 나왔다는 얘길 전해듣고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어 간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감정적으로 나올만한 모티브는 전혀 없는데 왜 갑자기 저렇게 흥분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어쨌든 제가 못난 탓이니 어쨌든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괄사표 요구도 분명 다 나가라고 한 것이 아니라고 누누히 얘길하고 했는데 의미가 잘못 전달되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별 큰 일이 난것도 아닌데 시끄러워지면 진보는 분열로 망하니 어쩌니,노무현 떨거지들 하는 짓이 다 저렇구나....하는 얘기가 나올 것은 뻔한 일이었고 수구세력들에게 좋은 빌미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목숨걸고 만들어 놓은 곳에서 겨우 한 달 열심히 일을 하고 그만 둔 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 더구나 제가 그만 두고 나갈 때 쏟아질 비난과 원망이 얼마나 클 지 뻔히 아는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방송국만큼은 원활하게 돌아가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가 없어도 방송국은 살아야 하며 저보다 훨씬 유능한 경영인이 사장을 맡으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억지로 하고는 부사장을 통해 팀장들의 의사를 물어보라 했습니다. 나만 물러나면 되는거냐고...
나만 물러나면 방송국에 복귀해서 열심히 방송하겠는냐고....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민끝에 물러난 것입니다. 거취에 대해 밝히는 것이 원칙이란 판단에 짧게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글을 게시판에 썼던 것이죠.

자,,,이제 그러면 사태는 일단락 된 것입니다. 라디오21만큼은, 저희 회사만큼은 무사히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제가 물러나면서 팀장들을 보자고 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어쨌든 물러나라고 하니 물러나겠다. 나는 좀 쉬겠다. 방송만큼은 열심히 만들어 달라. 이건 우리 모두의 꿈이다. 부탁이다.

그런데, 그러고 난 뒤 갑자기 직원대표라는 사람이 부사장을 만나서는 사장을 직원들이 추천하겠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사장은 이사회에서 새로 선임하면 되는 것인데 뜬금없이 사장을 추천하겠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김갑수의 지분 중 31%와 문성근의 지분 14%...도합 45%의 지분을 직원들에게 양도할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가지고 와서는 지분을 넘기라는 것입니다. 경영에 무능한 제가 물러났으면 됐지 왜 사장을 직원들이 뽑고 지분마저 일방적으로 무상으로 넘기라는 요구서를 들이민단 말입니까 ?

그리고 나중에 알고보니 그 요구서는 직원들 전체의 요구사항이 아니었습니다. 몇몇 사람이 모여 얘기하고는 직원일동이라고 써서 가져왔을뿐더러 그 요구 자체가 참으로 황당한 것이었단 말입니다.

그때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제가 회사를 비운 몇일 사이 회사 직원중 누군가가 저의 지분을 얼마에 인수할 수 있겠냐며 문의를 했다는 것입니다. 제 친구에게 문의를 했는데 친구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일언지하에 얘기를 접었다는 것이죠.

어쨌든 대표이사가 사임을 했으니 이사와 주주들은 비상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결국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제가 사임을 했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제가 유치한 투자자금이 결국 취소가 되었고, 광고 역시 취소하며 없던 얘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문제가 심각해진것이죠. 그 여파는 참으로 일파만파였습니다.

그런데도 자꾸 감정적으로 뭔가가 진행된다는 느낌을 무척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물러난 다음, 뒤에서 회사를 망가뜨리기 위한 행동들을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 현물출자개념으로 무상으로 서버를 임대해 주던 회사에서 서버를 철수하겠다는 공문을 회사에 보내 왔던 모양입니다. 그랬더니 김갑수가 전화를 해서 서버 끊으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정말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습니다. 왜 자꾸 나를 그런 놈으로 몰아가는 것일까? 과연 저들이 진정 라디오21을 사랑하는 것일까? 진짜 목적이 뭐란 말인가?

팀장들을 불렀습니다. 내가 만든 회사를 내가 망가뜨릴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이냐? 해도해도 너무 한다. 자꾸 나를 못된 놈으로 몰아봍이는 이유가 뭔가? 최종 목표가 무엇이란 말인가? 경영자가 무능해서 물러나라고 해서 물러 났지 않느냐? 새로 훌륭한 사장이 선임되면 되는 것이 아니냐 ? 그러니 그저 방송만 열심히 만들어 달라.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다. 난 이미 무책임한 놈으로 세상이 손가락질 한다. 그렇지만 그 모든걸 감내하고 있다. 회사 잘되라고 감내하고 있는 것 아니냐 ?

제가 물러나는 순간까지 회사에는 단 한푼의 채무도 없었습니다. 물론 월급 당연히 지급했구요. 누가 라면만 먹고 살았다는데 지난 한달간 저희 회사 식대만 천만원이 넘게 나왔습니다. 100만원도 못받는 직원 저희 회사에 한 명도 없습니다. 수습직원 네명만 월 100만원에 나머지는 연봉 1500에서 2400까지 지급을 했습니다. 물론 많은 월급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전직원을 정규직으로 뽑은 건 그 대신 평생 같이 가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후 저는 기자들에게 시달리는 것도 싫고, 사연도 모른 채 고생한 직원들 버리고 도망간 비겁한 놈이란 말도 괴로워 지방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그 사이 전 임직원이 모여 회의를 했던 모양입니다. 그간의 사정들을 얘기한 뒤 오해를 풀고는 합의문을 발표하기로 했던 모양입니다. 내용은 자세히 모르나 라디오 21은 무조건 정상화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한 여러가지 방안중에 김갑수의 복귀도 추진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얘길 전달받았습니다. 아울러 당장 형편이 어려우니 약간의 감량경영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방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얘기가 잘 정리되었으니 복귀해서 방송할 준비를 하라. 경영은 다른 사람이 하고 당신은 편성제작 책임을 맡으면 안 되겠느냐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워낙에 상처가 컸습니다. 무책임하게 도망간 놈이라는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비난은 그렇다 치더라도 저 떠난 다음 참 많은 사람들이 마음 상하고 실망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 돌아가면 정말 열심히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만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던 거지요.

그러나 그 후로 깜깜 무소식이었습니다. 대표대행을 맡은 친구에게서 연락이 와서는 합의문을 직원대표가 써와서 발표하기로 했는데 안 써 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누군가가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고 그 사람은 지난번에 직원들이 합의한 내용이 아님에도 거짓으로 '직원일동'이라고 적어 와서는 지분을 무상으로 넘기라고 했던 그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합의를 해놓고 안 지키는 것은 고사하고 이 역사성과 정통성이 중요한 라디오21이라는 회사를 아무에게나 회사를 넘긴다는 것이 참 그랬지만 직원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그럴 수 밖에요.

그때부터 지겨운 2,3주간의 '인수기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정도의 감량을 감수해서라도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는 대표대행의 의지는 온데간데 없고 돈이 10억원이 있다며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제가 거짓으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는데 그게 언론에서는 배후라 표현되었더군요. 어쨌든 저는 이 사람을 사기꾼이라 단정지으며 계속 거짓으로 사람들을 선동한 사람으로 이제 감히 단정짓습니다)의 말...직원들은 오직 그 사람의 말이 아니고서는 그 어떤 협상이나 제안도 거절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런 일이 있기 한참 전에 저를 통해 3000만원을 빌려간 사람입니다. 어머니 병원비 때문이라면서요. 그러나 그 역시 직원들에겐 제가 스카웃 비용으로 준 돈이라고 거짓말을 했더군요. 어쨌든 그 사람은 대표대행에게 회사를 인수할테니 계약을 하자며 약속을 해놓고는 세 번이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때마다 갑자기 몸이 아파 병원에 있었다는 둥 어머니가 갑자기 위독했다면서 말이죠. 심지어 직원들에겐 5개월밖에 못 사는 시한부 생명이라 돈에 미련이 없다며 꼭 인수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지루하게 시간을 끄니 회사가 엉망이 되어갔습니다. 하루에 방송을 듣는 청취자 수가 500명 이하로 떨어진 것입니다. 심각한 지경이었지요. 랭키닷컴의 순위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희 방송국이 생긴지 12주가 겨우 되어갑니다. 당연히 12주 합산 순위(초기회면에 나오는)는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대행이 은행대출을 내어서라도 회사를 정상화시키고 가겠다는 의지를 비쳤습니다. 참 고마운 일이었지요. 물론 상황이 어려우니 약간의 일시적인 감량경영은 불가피하다는 것 피할 수 없는 전제였지만요. 그리고 그렇게 지루하게 진행되던 인수과정에 월급날이 끼어 있었지요.

4월 마지막 주 화요일, 지방에 있던 저도 올라 왔습니다. 대표대행에게 계약서를 쓰자고 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최대주주니 참석을 하라길래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지만 일단 만났습니다. 돈이 있다는 겁니다. 8억에서 10억이요. 그러면서 계약서를 쓰자는 겁니다. 회사가 어떤 상태인지 잔고가 얼마있는 지 확인하는 건 당연한 거구요. 계약을 위반했을 때 20%의 위약금을 내는 조건으로, 직원들의 월급도 모두 자기가 안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물론 빌려간 3천만원에 대한 차용증도 썼지요.

5월 2일 입금하는 것으로 하고 계약을 한 뒤 3일이 지났습니다. 지난 몇번간 했던 것처럼 똑같이 당일날이 되자 또 전화를 안받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 연락이 되질 않는 것입니다.

당연히 계약은 무효가 되고 본인이 위약금을 물게 된 것이죠. 그날 밤 한 직원에게 전화를 해서는 몸이 아파 삼성병원에 실려갔다는 것입니다. 삼성병원에 확인을 해보니 그런 환자는 삼성병원 개원이래 다녀간 적이 없었습니다. 조금 있다가는 어머니가 위독해 충남대 병원에 갔다가 쓰러져 내일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확인을 해보니 역시 그런 환자는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그런 확인까지 해 봤겠습니까 ?

그래놓고는 몇일 있다가 어느 신문에 '돈이 있는 지 확인을 요구하는 것이 기분 나빴다 그래서 인수를 안 하기로 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한 기사가 나온 것입니다. 여러분 같으면 위약금을 8천만원이나 물어야 하는 그런 계약을 기분이 나빠서 어긴다는 게 이해가 되십니까? 그러면 위약금 물기로 하고 기분이 나빠서 인수는 안 하기로 했다 치고, 사기혐의로 고발될 수도 있는, 형사적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3천만원은 왜 계속 안 갚고 있단 말입니까? 10억원이란 돈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이 말입니다.

상식적으로 수 억원이 왔다갔다 하는 돈문제가 아니더라도 이 방송국이 가지는 여러 가지 의미를 생각해서도 이렇게 가볍게 왔다갔다 할 문제가 아닌 것 같아 대표대행이 친구를 잘못 만난 죄로 자금을 대출받기로 했습니다. 밀린 임금 정산하고 가되 회사가 너무 엉망이 되어 감량경영은 불가피하다는, 어쨌든 회사는 정상화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물론 직원들은 거부를 했지요.

그런데 직원들은 그 뒤로도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어 그랬을 것이라며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참으로 이상하고도 안타까운 노릇이지요. 물론 그 뒤로 수 차례에 걸쳐 전화를 해 빌려간 돈이라도 갚으라는 의사를 전하려 했지만 전화를 한 번도 받지 않고 오히려 빨리 인수하라며 애원하는 전화가 자꾸 온다며 거짓말을 하더라는 얘길 듣고는 참 서글픈 생각마저 들더군요.

라디오 21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역사적 소명과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방송국의 정상화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찾아 나섰고 곧 신임 대표에 의해 라디오 21 정상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발표될 것입니다.

사태의 전말에 대해 그간 단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던 이유는 물론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조용히 사는 것만이 저의 길이란 생각에서였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제가 만들자고 해서 제가 만든 방송국에서 이토록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것은 모두가 저의 무능과 저의 불찰로 빚어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에 대해서는 죽을 때까지 반성하며 열심히 사는 것으로 속죄하려 합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가슴에 부푼 희망을 안고 도와주셨고 큰 기대를 보내주신 것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실망시켜 드린 점,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열심히 훌륭한 방송하는 것으로 반성하며 살겠습니다.

직원여러분께도 머리 숙여 용서를 빕니다. 어찌되었든 저를 보고, 제가 내건 기치를 보고 모이신 분들인데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점....제가 어찌 변명할 수 있겠습니까 ? 라디오 21은 우리가 함께 만든 것입니다. 앞으로도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오해들이 서로간에 쌓이면서 에스컬레이팅된 감정들...그것이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고 하고 서로를 미워하는 지....정말 서글플 따름입니다.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사는 우리들이, 우리들과 긑은 생각을 가지고 따뜻한 마음을 보내주신 분들이 서로 미워하고 그런 다는 것.....너무 익숙하지 않은 것이라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진심으로 여러분께 사죄합니다. 못 드린 월급은 오늘 내일 중으로 대출이 될 듯 합니다. 늦게 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과 일했던 시간 정말 행복했습니다. 제가 개국 리셉션때 여러분은 제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며 정말 고생한다고 눈물흘렸던 그 마음...그 마음 영원히 변치 않을 겁니다.

그러나 겨우 한달의 시간을 주시고 나가라고 하신 부분에 대해선 정말 아쉽게 생각합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셨으면 좋았을 것을....

이 회사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힘을 보태주신 여러분들이 계십니다.특히 저 하나 보고 거금을 투자해준 이승교 부사장님...
그저 우리가 하는 일이 좋아 지난 대선때부터 이 방송국 만들때까지 열심히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입니다. 큰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투자하지 않았겠죠. 그저 생각이 좋고 하는 일이 좋아 선뜻 함께 길을 걸어 온 것입니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본인인 빚을 내서 정상화된다면 그렇게 하겠다던 친구였습니다. 단지 '노사'라는 단어에서 '사'에 있는 사람이라 해서 여기저기서 수구꼴통이니 뭐니 하는 비난받게 한 점 친구로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경영진', '사측'이란 표현이 무조건 강자이며 횡포를 저지르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느꼈습니다. 그저 뜻이 좋아 사재를 털어 좋은 일에 보태라며 선 듯 마음을 주신 분들이 졸지에 그렇게 되는 것 보고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미안합니다.

참 기막힌 타이밍이라고 제가 그렇게 죽겠다면서 방황하고 떠돌 때 방송제의가 왔습니다. 서영석 부장님이 제작진에게 추천을 하셨던 모양입니다. 라디오21 개국하고 그 방송국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맡아달라고 할 때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하라고 하는 직원들이 꽤 많았음에도 거절한 이유는 제가 신경쏟을 것이 라디오21 하나였으면 좋겠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때도 그게 SBS라는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직원들 다 모인 자리에서 말을 했으니 기억하겠죠.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라디오21에서 물러난 다음 제가 할 것은 방송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방송쟁이기 때문이죠. 제가 유일하게 조금 잘 한다는 방송일....그것으로 저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으면 그렇게 했고, 그 방송일로 사회변혁에 도움이 된다면 그 길을 택했던 것입니다. 지난 대선때나 그 이전이나 지금도 저는 흔히 말하는 '출세'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제가 가긴 재능이 사회변혁에 도움이 된다면 그 글을 묵묵히 갈 뿐입니다.

그 프로그램 제작진을 저는 신뢰합니다. 여러 분으로부터 그런 말씀을 전해들었고 직접 만나본 뒤 결정을 내렸습니다.

제가 늘 저를 아는 분들만 대상으로 방송하는 방송쟁이가 아니라 저를 몰랐다가도 제가 하는 방송으로 인해 저를 신뢰하고 그 신뢰가 또한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내는 일에 사용될 수 있다면 그것이 저의 길인 것입니다.

라디오21 개국 이전부터 쭉 늘 듣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 방송이 아니라 전혀 이곳을 모르고 우리를 몰랐던 사람들을 계속 모아 나갈 수 있는 방송을 하길 원했던 이유와 같은 것입니다. 늘 익숙한 그 분들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그 분들 역시 그 분들만의 방송국이 되는 것은 원치 않아셨을 줄로 믿습니다. 제가 간간히 아주 간간히 너무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조금씩 아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방송에서 드렸던 이유 또한 그런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저로 인해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참 몇번이나 글을 썼다가 지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번쯤은 꼭 이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훌륭한 방송쟁이로 살아가겠습니다. 자꾸 저를 '친노'니 뭐니 하면서 정치권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그저 옳고 그른 일에 있어 옳다고 판단이 되고, 그 옳은 일에 제 능력이 필요하다면 저는 그 능력을 주저없이 그런 것에 사용할 뿐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늘 그렇게 살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이 모든 결말이 '체인징 레인스'라는 영화처럼 행복한 결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망가지면 어떻습니까 ? 직원여러분께서도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함께 전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김갑수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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