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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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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지민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피해자 유가족이 어머니에게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유성호
 
"위안부였던, 나의 사랑하는 엄마에게..."

배우 한지민씨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객석에 앉은 수백 시민들의 눈시울은 금세 붉어졌다. 한씨 역시 붉어진 목소리로 "어린 시절, 또래의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는 평양이 고향이신데, 전쟁 때 다친 군인들을 치료하는 간호사였다고, 우리 엄마는 참 훌륭한 분이라고 자랑을 했었다"면서 "하지만 엄마가 일본군 위안부로 있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너무나 어린 나이였다. 철없는 저는 엄마가 부끄러웠다"라고 밝혔다.

한씨는 "엄마는 생전에 '끝까지 싸워다오. 사죄를 받아다오. 그래야 죽어서도 원한 없이 묻혀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면서 "그러나 바라던 진정한 사죄도, 어린 시절도 보상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날 한씨는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위안부 피해자였음을 뒤늦게 알게 된 한 유족의 편지를 대신 낭독했다.

'위안부 기림일'은 1991년 8월 14일 고 김학순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한 날이다. 당시 김 할머니는 "일본군대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갔던 김학순이다"라고 밝힌 뒤 "(위안부 피해 관련 잘못된 내용이) 신문에 나고 뉴스에 나오는 걸 보고, '아니다. 이거는 바로 잡아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게 돼 기자회견을 한다"라고 말했다.

2012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 연대회의'가 김학순 할머니의 첫 증언이 있는 날을 기려 '세계 위안부의 날'로 정했다. 이후 정부는 2017년 법 개정을 통해 8월 14일을 국가기념일인 기림의 날로 지정하고, 지난해부터 위안부 기림일 공식행사를 열어 기념하고 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의 눈물
 
 
 
배우 한지민씨에 이어 연단에 오른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미 눈시울이 붉어질 대로 붉어진 상태였다.

그는 "나라를 잃었던 암흑의 시기에 할머니들은 모진 핍박을 받았다. 나라를 되찾았지만 가족 품으로 가지 못했고 낯선 곳을 떠돌며 대한민국의 가장 모진 아픔을 감내했다"면서 "제대로 위로도 받지 못했지만 할머니들은 슬픔에만 머물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고 김학순 할머니 증언 이후 많은 할머니들은 자신의 고통 세상에 알리며 당당한 인권운동가의 삶을 살았다"라고 말했다.

진 장관은 "그 어떤 인권 운동가보다 큰 울림 준 할머니들이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면서 "올해 초 돌아가신 김복동 할머니를 포함해 지난 한 해 8분이 돌아가셨다.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이제 단 스무 명뿐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보편적 여성인권의 문제로 정립하고 역사적 교훈으로서 기억할 수 있도록 자라나는 세대를 교육하겠다. 나아가 전 세계적 관심과 연대를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평화와 인권을 이야기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진 장관은 기념사 말미에 영화 <김복동>의 OST '꽃'을 읊조려 현장에 참석한 시민들을 숙연케 했다. 영화 <김복동>은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인권운동가로 살다간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다룬 다큐다.

"빈들에 마른 풀 같다 해도 꽃으로 다시 피어날 거예요. 누군가 꽃이 진다고 말해도 난 다시 씨앗이 될 테니까요. 그땐 행복할래요. 고단했던 날들 이젠 잠시 쉬어요. 또다시 내게 봄은 올 테니까."

이용수 할머니 "대한민국, 지금 잘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마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을 안아주고 있다.ⓒ 유성호
  
청아라 합창단 학생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서 공연을 마친 위안부 피해자 김경애, 이옥선, 이용수 할머니에게 부채를 선물하고 있다.ⓒ 유성호
  
청아라 합창단 학생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서 공연을 마친 위안부 피해자 김경애, 이옥선, 이용수 할머니에게 부채를 선물하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유성호
 
이날 기념식에는 위안부 피해자 김경애 할머니와 이옥선 할머니,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했다. 거동이 불편한 김경애 할머니와 이옥선 할머니는 행사 종료 직후 현장을 떠났다. 하지만 이용수 할머니는 끝까지 현장에 남아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일본이 위안부라는 (말을) 짓고 위안소를 만들었다. 그런데도 아니라고 말한다. 거짓말쟁이들을 겪어가면서 내가 살아왔다. 위안부가 스스로 갔다고 말하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열네 살에 거기 가서 당했다. 일본은 거짓말쟁이고 아베를 용서할 수 없다."

이 할머니는 2015년 12월 박근혜 정권과 아베 정권이 맺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한일위안부협상안'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일본에 경제 보복에 대해 대한민국이 '잘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역사의 산증인들이 이렇게 있는데 자기들끼리 협상을 해서 우리를 다시 팔아먹었다. 지금 (일본의 경제보복) 하나도 겁 안 난다. 이것이 전화위복이 돼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잘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기자들을 바라보며 "우리 대한민국의 주인이 누구인가, 바로 학생과 젊은 여러분이다. 우리는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인인 여러분들 학생 여러분들이 힘을 줘서 저는 끝까지 뒤로 물러설 수 없다. 일본 놈한테 돈 아닌 사죄를 받아야 한다"라고 일갈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내가 살아있는 증거'라는 말을 인용해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김 할머니의 용기에 힘입어 슬픔과 고통을 세상에 드러낸 할머니들께서는 피해자로 머무르지 않으셨다. 여성 인권과 평화를 위해 연대하는 인권운동가가 되셨고 오늘 1천400회를 맞는 수요집회를 이끌며 국민과 함께하셨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할머니들의 노력에 감사드린다. 할머니들이 계셔서 우리도 진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세계 시민사회와 연대해 다른 나라의 피해자들에게도 희망을 주셨던 수많은 할머니와 김복동 할머니를 기억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경애, 이옥선,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 입장하자, 참석자들이 기립해 반기고 있다.ⓒ 유성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경애, 이옥선, 이용수 할머니와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소병훈, 김병욱,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신경민, 박경미 의원 등 학생과 시민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순국선열과 영면하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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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