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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진보당 당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그룹 사옥 현관 앞에서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허영인 회장은 왜 노동자에겐 사과하지 않습니까!"
"당신들이 맨날 쉬지 않고 기계 돌리다 사람이 죽었습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한 데 대해 21일 대국민 사과했다. 허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 서초구 SPC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일 저희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다시 한번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아울러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사과 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SPC 노동자들은 "질의응답도 받지 않는 면피용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SPC 측은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별도의 질의응답을 받지 않겠다"며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았다. 14분 여 진행된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허 회장은 '한 마디만 해달라'는 취재진 질문에도 묵묵부답 침묵으로 일관한 채 자리를 떴다. 노동자들이 본사 입구 앞에서 항의하자, SPC 측은 100명이 넘는 남성 직원들을 입구 앞에 도열시키기도 했다.
 
ⓒ 유성호
  
사망 뒤 작업시킨 데 대해 "어떤 이유로도 설명 불가, 불찰"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그룹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 평택시 소재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유성호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그룹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 평택시 소재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유성호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그룹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 평택시 소재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허 회장은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자리를 떠났다. ⓒ 유성호
 
허 회장은 약 5분 동안 준비해온 사과문을 그대로,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목소리로 읽었다. 허 회장은 기자회견이 진행된 14분간 총 여섯 번 허리를 숙였다. 곁에 선 황재복 SPC주식회사 사장, 황종현 SPC삼립 대표, 이명욱 파리크라상 대표, 도세호 BR코리아 대표와 함께였다.
 
허 회장은 "사고가 발생한 SPL뿐만 아니라 저와 저희 회사 구성원들 모두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라며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며 평소 직원들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고 했다.

허 회장은 특히 노동자 사망 다음날 문제의 기계를 흰 천으로 가린 뒤 바로 옆에서 작업을 지속해 논란이 된 데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허 회장은 "이는 잘못된 일이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고인 주변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회사가 먼저 헤아리고 보듬어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허 회장은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 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안전 경영을 대폭 강화하도록 하겠다"라며 "언제나 직원을 먼저 생각하고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허 회장은 기자들 질문을 받지 않은 채 15분도 안 돼 이석했다.
 
100명 넘는 인원 도열시켜 노동자 출입 막은 SPC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과 청년진보당 당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그룹 사옥 현관 앞에서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규탄하기 위해 들어가려하자, SPC 관계자들이 이들을 가로막고 있다. ⓒ 유성호
 
SPC 관계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그룹 사옥 현관 앞에서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규탄하는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관계자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유성호
 
21일 서울시 서초구 SPC 본사 앞에서 노동자와 시민들이 허영인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정작 노동자에는 사과하지 않았다"라며 항의하고 있다. SPC 측은 직원들을 대동해 몸으로 노동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 김성욱
이날 허 회장 기자회견은 불과 두 시간여 전에야 급하게 공지됐다. SPC 노동자들과 시민단체들이 참석을 요구했지만, SPC 직원들에 의해 가로막히면서 항의가 빗발쳤다. SPC 측은 직원들을 대동해 몸으로 노동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회사 밖에서 기다리던 노동자들과 시민들은 기자회견 직후 "허영인 회장은 대국민 사과 전에, 먼저 노동자들에게 사과하라", "허영인을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한 노동자는 "당신들이 매일 쉬지 않고 기계를 돌리다 사람이 죽었다"라며 "허영인은 여기 와서 사과하라"고 했다. 옆에 있던 한 청년은 "기자들에게 질문도 안 받는 대국민 사과가 무슨 사과냐"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들은 '계속되는 산재사고, SPC 그룹은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하라' 'SPC 파리바게뜨는 노조탄압, 노동착취 즉각 중단하라'는 피켓을 들었다.
 
파리바게뜨 공동행동 상임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현장에서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이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며 몇 년 간 천막 농성을 하고, 집으로 찾아가도 코빼기 한 번 안 보이던 허 회장이 기업 이미지가 안 좋아지고 위기가 오니 사과를 한다"라며 "오늘의 사과는, 추상적인 누군가가 아니라 피해를 입어온 노동자들에게 해야 한다. 정작 노동자들 출입은 봉쇄하면서 사과를 하는 게 맞나"라고 했다. 서초 SPC 본사는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이 수개월간 단식 농성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날 10여명의 노동자 포함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SPC 측은 남성들을 100명 넘게 입구로 집결시키는 모습도 보였다. 마스크를 쓴 남성들은 대거 입구를 둘러싸고 노동자와 시민의 출입을 막았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그룹 사옥 현관 앞에서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과 정의당 당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그룹 사옥 현관 앞에서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노동자를 추모하며 노동자들의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태그:#SPC, #SPL, #파리바게뜨, #허영인, #중대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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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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