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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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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 차노휘

광주의 무등산(無等山)은 높이가 1187m에 달한다. '무등'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는데, '주변에 견줄 만한 상대가 없어 등급을 매길 수 없다'는 뜻으로 '무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과 절대평등의 깨달음을 뜻하는 무등등(無等等)에서 따왔다는 설이 있다.

2012년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증심사를 비롯한 원효사, 규봉암 등 사찰 문화와 서석대, 입석대, 광석대 3대 주상절리대 및 너덜바위가 있는 호남의 으뜸 명산이다. 정상은 1187m이지만 군부대가 있어 서석대(1100m)까지만 오를 수 있다. 일 년에 두 번 정도 정상을 개방하나 코로나 이후로는 개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내가 무등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생활지와 지척에 있으며 어떤 코스로 산행을 하더라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킹을 좋아하는 나는 3년 전부터 무등산 100번 오르기를 해서 카운트다운 하는 재미도 누리고 있다. 특히 2022년 새해에는 상고대가 아름다운 무등산을 세 번이나 산행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예상치 못한 선물 같던 풍경 
 
서석대(1,100m). ⓒ 차노휘
 
첫 번째 상고대가 있는 무등산 행은 100번 오르기 중 89번째인 1월 26일이었다. 원효사, 목교, 서석대, 원효사로 회귀(총 8.61km)하는 코스였다. 두 번째는 무등산 100번 오르기 중 91번째인 2월 6일이었다.

무등산은 광주뿐만 아니라 화순과 담양에 걸쳐 있는데 이번에는 화순수만리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여 장불재, 서석대를 거쳐 다시 장불재, 규봉암, 화순도원마을(총7.55km)로 하산했다. 세 번째인 100번 오르기 중 92번째는 2월 7일이었고 원효사를 출발하여 목교, 서석대를 거쳐 다시 원효사(총 8.17km)로 회귀하는 코스였다.
 
같은 설산이어도 갈 때마다 그 모양새가 다르다. 1월 26에는 원효사 쪽 '무등산옛길'로 들어서서 마른 바람 소리, 딱따구리 나무 쪼는 소리를 들으며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걷다가 난데없이 근사한 선물처럼 상고대를 만났다. 예기치 못한 선물이었기에 무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되었다.
 
서석대에서 바라본 상고대가 있는 풍경 ⓒ 차노휘
   
1월 26일이 예기치 못한 선물 같은 풍경이었다면 2월 6일은 눈이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출발한 산행이었기에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자주 다니던 산행 코스가 아닌 화순수만리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여 장불재로 향했다. 장불재에서 바라보는 서석대는 경이로웠다. 구름과 눈보라가 정상을 잠식했지만 마법처럼 나를 끌어당기는 힘이 강했다. 

마법에 홀린 나는 정상으로 향했다. 평소 같았으면 땀 식힐 겸 뒤돌아보면 확 트인 풍경과 백마능선이 한눈에 보여야 했지만 눈 내리는 풍경은 시야를 좁혔고 키 작은 나무에 앉은 눈은 다이아몬드처럼 빛났다. 보석과 같은 풍광을 감상하려는 등산객들이 몰려들어, 서석대엔 인증샷 줄이 길었다.
 
그다음날인 2월 7일은 제대로 상고대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시 산행을 해야 했다. 실은 상고대든 눈꽃이든 광주에서는 이번 주가 마지막이지 싶었다. 꽃샘추위가 남아 있긴 하지만 앞으로 기온이 올라가면 올라갔지, 내려가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 시원하게 눈이 내리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등산 주상절리대 ⓒ 차노휘
   
주상절리 틈으로 보이는 상고대 ⓒ 차노휘
   
이렇듯 산을 오르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산행은 시간과 체력을 필요로 한다. 그만한 보상 또한 해준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비경과 내밀한 소통을 하는 것만 같은 흥분이랄까. 무엇보다도 최고의 선물은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해준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산을 올라야 하는 여러 이유를 만들고는 기꺼이 즐긴다. 참, 겨울 산행에선 스틱과 아이젠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 차노휘
   
서석대에서 바라본 천왕봉(군부대가 있어 평상시에 개방하지 않는다) ⓒ 차노휘
   
무등산 ⓒ 차노휘
   
장불재에서 서석대로 오르는 길에서 만난 풍경 ⓒ 차노휘
   
무등산 ⓒ 차노휘
   
입석대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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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차노휘는 소설가이다. 2016년부터 도보 여행을 하면서 ‘길 위의 인생’을 실천하고 있다. 200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얼굴을 보다〉가 당선되었고 저서로는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와 소설 창작론 《소설창작 방법론과 실제》, 여행 에세이 《쉼표가 있는 두 도시 이야기》 와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시간들》, 장편소설 《죽음의 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