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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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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초유의 전국 중3, 고3학생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휘봉고등학교에서 조현서 교사가 화상을 통해 ‘교복 입은 시민의 첫 선거’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대한민국 헌법 제1조 한 번 볼까요? 대한민국의 (ㄱ)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ㄱ)은 무엇일까요?"
 
온라인 개학 첫날인 10일 오후 1시 20분, 서울 휘봉고 민주시민생활교육부 교무실. 이 학교에서 <사회문제탐구> 교과를 온라인 실시간으로 가르치던 조현서 교사가 고3 학생들에게 문제를 냈다. 모니터에 떠 있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면서다.
 
온라인 개학, 제일 먼저 답변한 학생의 정체는...
  
ⓒ 유성호
 
확성기에서 곧바로 한 여학생의 또랑또랑한 목소리 답변이 나왔다.
 
"예. 알겠습니다! 웹에서 대한민국 군법(헌법?) 한 번 볼까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대한민국의 ㄱ은..."
 

조 교사는 이 답변을 서둘러 끊었다. 그러더니 "시리(Siri)야 그만! 나는 여러분인 줄 알았는데 제 옆에 있는 (핸드폰 속) 시리가 응답을 하고 나섰습니다."
 
모니터 너머에 있는 학생들도 낄낄대고 웃었다. 이 수업을 위해 만든 단톡방 채팅창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다다닥 붙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리 신 났어, 시리 똑똑 하네, 대박, 시리를 대화에 껴줘요, 지가 사람인 줄 알아, 조련하셨네요, 너무 재밌어요 ㅎㅎ, 선생님이 고생이 많습니다."
 
이날 원격학습에 참여한 학생은 이 학교 3학년 3개 반 56명. 조 교사 등 이 학교 사회과 교사들은 협력수업 방법을 궁리하던 중 서로 할 일을 나눠 이날 처음 선거교육을 실시했다. 사전투표일 하루를 앞두고서다. 이 학생들 가운데 1/5 정도가 올해 처음 선거권을 갖게 되는 만 18세 학생들이다.
 
수업이 시작되자 5분 정도 조 교사가 학생들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안부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원격학습 참여 방법에 대해 안내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초유의 전국 중3과 고3학생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휘봉고등학교에서 조현서 교사가 화상을 통해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5분이 더 흘렀다. 갑자기 조 교사가 "오 너무 좋아요"라고 손뼉을 쳤다.
 
"56명 초대했는데 56명 다 들어왔어요. 여러분들 너무 훌륭해요."
 
학생 출석률 100%다. 조 교사는 기자에게 "온라인 원격수업은 등교수업과 달라서 학생들을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수업이 본격 진행됐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통해 조 교사를 또랑또랑 바라본다.
 
조 교사는 학생들에게 선거의 기능, 누가 투표할 수 있나? 시민과 신민의 비교, 시민의 권리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조 교사 모니터에 뜬 학생들을 살펴보니, 엎드려 자는 학생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교실에든 '잠자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날 원격교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조 교사는 수업 막바지에 다음처럼 말한다.
 
"우리 권리를 포기하면 안 되겠죠?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어렵긴 하겠지만 어렵게 얻은 시민의 권리를 포기하지 말고 4.15 총선 날에 꼭 투표합시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휘봉고 정문에 걸면 좋을 투표 참여 문구를 정해서 카톡으로 보내 달라"고 말했다. 카톡 과제물이 나간 것이다.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과제물을 조 교사에게 보냈다.
 
"왜들 그리 다운돼 있어, 어서 투표해 빨리.(지코 아무노래 챌린지 패러디)"
"여러분이 가진 불만, 투표하고 당당히 말합시다!"
"10분 투자로 몇 년 잘 살기, 하루 쉬고 몇 년을 후회하며 살기."
"시험 찍듯이 투표 도장도 좀 찍어봐~"
"셀카는 그만 찍고 투표지에 도장도 찍어주세요."
"첫 투표, 꼭 투표"

 
100% 출석... 누구도 졸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초유의 전국 중3, 고3학생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휘봉고등학교에서 조현서 교사가 화상을 통해 ‘교복 입은 시민의 첫 선거’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초유의 전국 중3과 고3학생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휘봉고등학교에서 조현서 교사가 화상을 통해 ‘교복 입은 시민의 첫 선거’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초유의 전국 중3과 고3학생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휘봉고등학교에서 조현서 교사가 화상을 통해 “선거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자, 학생들이 Zoom 그룹 채팅창에 각자의 생각을 댓글로 달고 있다. ⓒ 유성호
조 교사는 이 같은 학생들이 낸 현수막 글귀를 갖고 10일 학생들과 선거교육을 이어갈 예정이다. 휘봉고 정문엔 어떤 학생이 낸 현수막이 걸릴까?
 
이날 원격학습에 참여한 고재웅 학생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다음처럼 말했다. 마침 이 학생의 생일은 오는 4월 15일이다.
 
"오늘 온라인으로 선거에 대해 배웠는데요. 젊은 세대들이 선거에 관심이 없는데, 앞으론 선거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시민들이 정치에 많이 참여해야 뭐라도 바뀌잖아요."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초유의 전국 중3과 고3학생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휘봉고등학교에서 조현서 교사가 온라인 수업시 지켜야 할 예절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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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