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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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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두지휘 나선 나경원에 심상정 "비겁하게 뒤에 숨지말라" 25일 오후 국회 정개특위 전체회의가 예정된 회의장을 자유한국당 의원 및 보좌진, 당직자들이 점거하고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의원들의 입장을 막아 극한 대치중인 가운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 뒤)가 "비겁하게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와 이야기하라"는 심상정 위원장의 호통에 맞대응하고 있다. ⓒ 남소연

명분과 여론 -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지정) 대치 정국 닷새째인 29일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이 각자의 명분을 앞장세우며 여론전에 힘쓰고 있다.
 
여야 4당은 국회 의안과 등을 점거하고 보좌관·당직자들을 동원해 정상적인 회의를 '육탄 저지'한 한국당을 매섭게 비판하고 있다. 선거제도 개편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등 개혁입법에 대해 불성실한 협상으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를 촉발시켰던 한국당이 막상 패스트트랙이 닥치자 국회선진화법을 무시한 불법 폭력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당은 이 같은 비판을 '여당의 프레임'일 뿐이라고 규정하며 맞서고 있다. "선거제 개편을 다수의 횡포로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은 의회주의 말살", "공수처는 대통령의 홍위병 수사기관" 등의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 밖에도 한국당은 지난 20일과 27일 2주 연속 서울 광화문에서 장외집회를 열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이 싸움은 어디로 흘러갈까.  
 
[여론] 누구 책임? 한국당 43.3% 〉 민주당 33.1%... 청와대 국민청원 급증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강행 저지 농성을 하던 중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방문해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 이희훈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는 29일 '동물 국회' 재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질문은 "선거제도 개편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둘러싸고 국회에서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2012년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 7년 만에 이른바 '동물국회'가 재현됐다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선생님께서는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십니까?"였다.
 
리얼미터가 YTN '노종면의 더뉴스' 의뢰로 지난 26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5명(응답률 5.1%)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번 사태의 책임에 대해  "한국당의 물리력 행사"라는 답변이 43.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의 무리한 추진"이라는 답변은 33.1%였다. 이어 "여야 공동 책임(16.5%)", "바른미래당의 내부 갈등(3.2%)"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도층과 무당층에서도,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물리력 행사의 책임 소재가 한국당에 있다는 답변이 높게 나타난 점은 여론전에서 한국당이 불리한 상황임을 나타낸다. (무선 전화면접 10% 및 무선 70%·유선 20% 자동응답 혼용방식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사개특위 여당 의원 입장 저지하는 자유한국당 26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사개특위 소속 의원들이 국회 본청 사개특위 회의장에 입장하려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스크럼을 짜고 입장을 가로 막고 있다.ⓒ 유성호
 
여론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한 "한국당 정당해산 촉구" 청원이다. 이 청원은 이날 오후 8시 20분 현재 동참 인원이 56만 명을 넘겼다. 이 숫자는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원래 이 청원은 패스트트랙 정국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22일 등장했다. 이 시기는 한국당의 첫 장외집회(20일) 직후로, "한국당은 국민의 막대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으로 구성됐음에도 걸핏하면 장외투쟁과 정부의 입법을 발목잡기 하고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사사건건 방해하고 있다"며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을 촉구한 내용이었다.

이 청원은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다가 국회 대치 상황이 격화됐던 26일 이후 불이 붙었다. 27일 오전 11만 명을 넘겼고, 28일 밤 10시 22만 명을 넘겼다. 이날(29일) 오전 7시 기준으론 30만 명을 넘기면서 한 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마비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반대 주장인 "민주당 해산 촉구" 국민청원도 복수로 존재한다. 그러나 동참 숫자가 다르다. 가장 많은 인원이 동참한 청원은 이날 게재된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청구" 제목의 청원이다. 이 청원에 동참한 사람 수는 이날 오후 8시 20분 현재 3만8056명 정도에 그쳤다.
 
[명분]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이런 여론의 흐름은 국회선진화법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회의방해 등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국회선진화법은 2013년 지금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여당 시절 주도해서 만든 법이다. 자신들이 주도해서 만든 법을 야당이 돼 무시하는 현재 한국당의 모습을 국민들이 납득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패스트트랙은 법안 '처리'가 아닌 법안 '심사'를 강제하는 절차다. "선거제를 다수의 횡포로 일방적으로 결정한 적 없다"는 한국당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비약이 있는 것이다. 실제 여야 4당은 패스트트랙 합의 이후에도 거듭 한국당의 참여를 요구한 바 있다.
 
'사보임' 채이배 찾아간 오신환 바른미래당 오신환, 유승민 의원이 25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 모여있던 채이배 의원을 찾아가 설득하고 있다. ⓒ 남소연
 
한국당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 바른미래당의 사법개혁특위 위원 사보임 ▲ 전자입법발의시스템 통한 법안 온라인 접수 등도 법리적으로 쉽지 않은 상태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의 사개특위 위원 사보임을 '국회법 48조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해당 법과 다르게 "해당 의원 의사에 반해 반하는 사보임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또 "국회법에는 전자법안발의(법안 온라인 접수)의 근거가 없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사무처는 28일 "국회법 48조 1항은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위원을 개선(사보임)하도록 하고 있고 의장의 국회운영은 기본적으로 교섭단체 대표의원과의 협의로 이뤄진다"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법안 온라인 접수 관련 한국당 주장에 대해서도 "(온라인 접수가) 처음이긴 하나 규정에 따라 접수된 의안으로 문서 효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국회사무처는 더 나아가 지난 25일과 26일 국회 의안과를 불법 점거한 한국당 의원·보좌진들에 대한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전망] 그래도 '고' 할 수 밖에 없는 양쪽

패스트트랙 정국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앞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별도의 공수처법을 발의해 기존 합의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자는 새로운 제안을 던졌다. 민주당은 최고위원·사개특위 위원 연석회의, 의원총회 등을 거쳐 이 제안을 수용했다.
 
곤혹스런 표정의 김관영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사보임된 오신환, 권은희 의원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이 당 안팎의 반발에도 바른미래당의 새 제안을 수용한 까닭은 이번 패스트트랙 성사 여부가 향후 정국 주도권의 향방을 결정 짓기 때문이다. 윤여준 전 장관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민주당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강행 처리로 몰렸다고 본다"며 "지금 여기서 이게 흐지부지되면 아마 바로 대통령 레임덕이 올 것이라는 걱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개혁입법 실패로 정국주도권을 상실한 경험이 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지난 28일 본인 페이스북에 "(2006년 참여정부 당시 사학법 장외투쟁)그 투쟁으로 한나라당은 국정주도권을 되찾았고 종국에 가서는 집권의 길을 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에게 선거법 개정은 사활을 건 문제다.
 
한국당 의원들도 물러서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여전히 사개특위·정치개혁특위 회의실인 국회 본청 220호실과 본청 445호실 앞에서 농성 중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해결책을 제시해야 될 때"라면서도 "패스트트랙을 철회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강대 강이다. 양쪽 모두 물러서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문재인 정권 규탄 구호 외치는 황교안-나경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규탄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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