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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진상조사 방해 말라"…5·18희생자 가족 국회 앞 농성 5·18 희생자 및 부상자 가족으로 구성된 ‘옛 전남도청 지킴이 어머니회’ 회원들이 11일 오후 국회 앞에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를 방해하는 자유한국당을 규탄하며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엄마들은 그 소리여. 자유한국당 자기들이 5월 진실을 밝히기 싫으면 '우리는 안 했응께!' 하고 위원회를 내놔 부러야 다른 당에 분배도 되제."
 
"당당하게 조사할 최고의 위원을 추천하든지, 추천을 안 한다고 하든지. 그걸 결정할 때까지는 여기서 농성을 한다, 안 내려가고 끝장을 본다 이 말이여."

 
11일 오후 국회 본청 정문 뒤 아스팔트 도로 위. 6명의 노인들이 주저앉았다. 팔십을 넘긴 노인이 대부분인 이들은 '진상규명 방해 자유한국당 규탄!'이라고 적힌 주황색 조끼를 입고 앞뒤로 지나는 차를 향해 이따금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이름을 부르거나 구호를 외쳤다. 5.18 광주항쟁 당시 남편 또는 아들을 잃은 유족들, 5월어머니집 회원들이었다.
 
맨 바닥에 주저앉아 장갑 없는 맨손을 이리저리 비비고 있었다. 녹지 않은 1리터짜리 얼음 생수가 유일한 마실 거리였다. 이들 뒤에는 5.18 광주민주화 항쟁 당시 부상을 당하거나 구속된 5.18구속부상자회 회원들이 버티고 섰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 5분 KTX를 타고 곧바로 국회로 왔다고 했다. 국회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잠은 역시 여의도에 있는 농민회 천막에서 자기로 했다.
 
"다른 것 없다, 약속을 지켜라"
 
"한국당, 진상조사 방해 말라"…5·18희생자 가족 국회 앞 농성 5·18 희생자 및 부상자 가족으로 구성된 ‘옛 전남도청 지킴이 어머니회’ 회원들이 11일 오후 국회 앞에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를 방해하는 자유한국당을 규탄하며 농성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목적은 하나였다. 지난 9월 5.18진상규명특별법이 시행된 지 넉 달이 지난 상황에서, 진상규명 추천위원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한국당에 5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겠다는 것. 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5.18 북한군 개입을 주장하는 지만원씨 발탁을 주장하거나, 지씨 대신 진압작전에 참여했던 인사를 대신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는 이들의 분노를 더욱 돋웠다.
 
이들 중 어린 축에 속한다는 추혜성(62)씨는 지만원씨가 쓴 <그것은 북한이 일으킨 게릴라전이었다>는 제목의 소책자를 꺼냈다. 지난 10일 한국당 의총 직전 뿌려졌다는 책자였다. "이런 걸 돌아다니게 하느냐"는 분통이었다. 추씨는 "(한국당이) 우리를 차디찬 땅바닥에 앉게 한 장본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이 약속한 '규명위원 선정' 시한을 하나하나 짚었다. 추씨는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12월 12일까지 3명 추천하고 대표직 내려놓는다고 했는데 안 지켰다. 또 나경원 원내대표는 7일까지 한다고 했는데 약속을 또 안 지켰다. 약속을 지켜라. 다른 것 없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말들도 함께 언급했다. 추씨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이순자 (전두환이 민주주의 아버지라는) 말이 부인이 남편에 대해 한 이야기라고?"면서 "김진태 의원은 지만원이 적격이라고 말하고... 말이 안 되는 소리지 않나. 그냥 입을 딱 다물어 버리면 된다"라고 꼬집었다.
 
"니 광수 몇 번이여?"
"(지만원이 북한군이라고 지목한 사진을 보여주며) 야가 야여."
"(기자가) 보기에 누구인 거 같어?"
 

인터뷰 도중 지만원씨로부터 북한군, 이른바 '광수'로 날조된 부상자회 회원이 사진 속 인물이 바로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지씨를 상대로 현재 명예훼손 등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는 당사자였다. 지씨 같은 인물이 5.18 진상규명위원회에 '들어간다, 안 들어간다' 의견이 나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었다.
 
지만원씨가 지목한 '탈북광수'들의 반박 기자회견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는 지만원씨가 '탈북광수'로 지목한 피해 탈북자들이 1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지씨의 증거조작을 주장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10일에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씨로부터 북한 특수부대로 지목 당했던 탈북민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는 1976년생으로 1980년 당시 4살이었던 이가 나와 "4살에 대한민국 광주에 내려왔다는 거냐"며 황당함을 드러냈다.
 
"지만원이가 우리를 가지고 논 건, 어머니들이 수없이 봤기 때문에 '미친사람이구나' 이런 심정이었고. 이순자가 발언한 뒤에는 한국당도 '이게 뭔 소리냐' 하고 나올 줄 알았어. 한국당도 이 나라 국회의원 집단인데... 그럼 신중하게 지만원은 배제하고, 더 저기한 사람을 최대한 추천하겠다 해야 할 거 아니야."
 
경찰 관계자가 자리 이동을 설득하며 다가오자 이들은 더욱 완강히 자리를 버티고 섰다. "이대로 국회에서 죽으면 (5.18 때) 죽은 아들도 빨리 보고 좋다"는 말에 관계자는 멋쩍은 듯 말을 더 잇지 못했다. 추씨는 자신 앞에 줄지어선 경찰들을 바라보며 "1980년에 전경 옷을 입은 사람들, 그런 트라우마가 있다"면서 "우리는 순수한 마음이다. 자유한국당 애기들 (우리) 좀 보라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나경원 원내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이슈로 (규명위원 선정을) 검토하지 못하다가 1월 초부터 검토하고 있다"면서 "추가응모과정이 있었고 여기저기서 추천해 주신 분들이 있는데, 언론 보도된 부분은 지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김종분 5.18구속부상자회 서울지부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원래 9월에 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해야 하는데 지금 5달째다. 할 마음이 없으면 포기하는 것이다. 다른 당이 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당, 진상조사 방해 말라"…5·18희생자 가족 국회 앞 농성 5·18 희생자 및 부상자 가족으로 구성된 ‘옛 전남도청 지킴이 어머니회’ 회원들이 11일 오후 국회 앞에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를 방해하는 자유한국당을 규탄하며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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