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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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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에 대한 진단이 엇갈린다. 대북제재 효과론과 내성론이 맞선다. 대북제재 효과론은 지난 2017년 세 번에 걸쳐 단행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2371호, 2375호, 2397호)가 북한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했고, 결국 그 때문에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왔다는 주장이다.

반면 내성론은 북한 경제는 제재에 대응, 체계적으로 내성을 길러왔기 때문에 제재와 북한 당국의 정책 변화를 인과적으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작금의 제재가 가혹하기는 하지만 북한 경제가 못 버틸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비롯해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당국이 취한 일련의 경제 정책들을 두고서도 의견이 나뉜다. 개혁의 신호탄으로 해석해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입장이 있는 반면, 본질적으로 '장마당'의 확산 등 아래로부터의 '시장화'에 대한 국가의 대응, 즉 국가의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며, 따라서 '반(反)시장'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는 경향도 존재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 글은 다음 두 가지 문제에 집중한다. 첫째, 북한의 경제상황, 즉 상승하고 있는지, 하락하고 있는지, 아니면 정체국면인지 살펴본다. 둘째, 북한 경제체제가 바뀌고 있는지, 그렇다면 그 방향과 내용은 무엇인지 검토한다. 북한 경제가 어디로 가는지 안다면, 우리가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편집자말]
교원 아파트 20층에서 바라본 려명거리의 모습. 왼쪽 가운데 건물이 려명거리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2018.1.31) ⓒ 진천규 제공

신뢰성 낮은 한국은행 북한 경제성장률 통계

2018년 7월 20일 한국은행은 2017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발표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년대비 3.5% 감소. 1997년 6.5% 감소한 이후 최저치다. 한국은행이 매년 추정, 발표한 북한 경제성장률은 북한 경제 상황을 살필 수 있는 가장 공신력 있는 통계로 인정받고 있다. "북한경제에 대한 신뢰성 있는 공식통계가 매우 희소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작성되는 차선의 추정치로서 큰 의미가 있으며, 다른 기관에서 발표하는 추정치보다 신뢰성 측면에서 우월하다고 판단"(양운철・정형수, 2017, p. 3- 아래 덧붙이는글 참조)되기 때문이다.

이 통계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북한 관련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의 2017년 북한 경제성장률 통계는 정치적으로 매우 유용하다.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입증'하는데 이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없다.

그러나 통계적 신뢰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단적으로 한국은행이 추정한 북한의 실질GDP 증가율과 인구수를 바탕으로 1인당 실질GDP 증가율을 계산해 보면, 2017년 1인당 실질GDP는 1995년에 비해 2.8% 감소한 것으로 나온다. 군수 공장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공장이 문을 닫고 수십만 명이 아사했던 1995년 북한에서 주민 한 사람이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2017년보다 더 많은 것이다.

1996년부터 22년간 1995년보다 1인당 실질GDP가 많은 해는 2005년과 2016년 단 두 해에 불과하다. 이 통계에 따르면, 북한은 2017년에도 여전히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북한 경제성장률 통계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상당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실질GDP 관련 통계ⓒ 고정미

다시 살아난 북한 중화학공업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를 특징짓는 키워드는 '건설'이다. 2017년 7월 5일자 미 뉴욕타임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렸다. 뉴욕타임스는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의 '38노스'가 제공한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 그 결과를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전 국토가 건설 현장이다(Sergio Pecanha & Jessla Ma, 2017). 평양만 보더라도 2012년 창전거리, 2013년 은하과학자거리, 2015년 미래과학자거리, 2017년 려명거리 등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마천루를 건설했다.

원산에는 명사십리 해변을 따라 호텔을 비롯해 수백 동의 리조트 건물을 짓고 있다. 백두산 삼지연에는 대규모 관광타운이 건설 중이다. 인프라 건설도 활발하다. 전국 곳곳에 발전소가 새로 지어졌다. 그 때문인지 평양의 전기 사정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18년 8월 초 평양을 방문한 경향신문 김진호 기자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밤마다 양각도 호텔 34층의 강변 창문으로 내다본 평양 시내 건물들은 불빛으로 환했다. 전기 사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이 분명하다."(김진호, 2018)

2015년에는 평양국제공항 신청사를 오픈했다. 이어 원산의 기존 갈마비행장 자리에 새로 갈마국제공항을 건설했다. 2017년 10월에는 강원도 세포지구에 5만여 정보의 초지를 갖춘 목장 '세포지구 축산기지'를 완공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대규모 건설사업에는 건설 자재 또한 대규모로 소요된다. 그런데 북한은 이 자재들을 어떻게 조달했을까? 방법은 자체생산과 수입, 이 두 가지 밖에 없다.

유엔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엄격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자재를 대규모로 수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KOTRA)가 집계한 '북한의 품목별 수입 실적'을 보면, 철근과 시멘트, 페인트 등 기본 건설자재가 포함된 '철강, 금속제품'과 '석・시멘트', '화학공업제품'의 수입액은 2012년 이후에도 그리 크지 않다.

북한의 무역통계는 '거울 통계'(mirror statistics)로서 교역 상대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성된다. 때문에 북한 관련 다른 통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확하다. 결국 북한의 최근 건설 붐은 북한이 자체 생산한 '국산 자재'로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품목별 수입 추이ⓒ 고정미

건설 자재는 앞서 언급한 철근과 시멘트, 페인트 외에도 수 백가지 품목을 망라한다. 그 중 상당수는 중화학공업이 뒷받침되어야만 생산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제철소가 가동되어야만 철근을 생산할 수 있다. 시멘트나 페인트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중화학공장이 '씽씽' 돌아가야 건설 붐에 걸맞은 시멘트와 페인트 조달이 가능하다.

2000년대 초반까지 북한 제철소에서 근무했던 한 탈북자는 당시 공장 현실을 이렇게 증언한다.
 
"콕스(코크스)도 없고 전기도 부족해서 공장이 거의 가동되지 않았다. 어쩌다 가끔 철이 나오면 군인들이 지키고 서 있다가 바로 가지고 가버렸다."

이 같은 상태에서 건설 붐은 불가능하다. 결국 논리적으로 볼 때, 최근 북한에서 일고 있는 건설 붐은 중화학공업이 처참한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선순환하는 북한 대형마트와 경공업

중화학공업은 그렇다치고 그럼 경공업은 어떨까?

1990년대 중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북한에서는 국영상점이 몰락하고 이른바 '장마당'이라 불리는 자생적 시장이 번성했다. 그런데 장마당에서 팔리는 상품은 거의 대부분 중국산이었다. 이 때문에 장마당과 북한 내 산업, 특히 경공업과는 별 연관이 없었다. 장마당이 번성해도 경공업이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최근 들어 북한에서는 장마당에 도전하는 새로운 상업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다. 광복지구상업중심과 같은 대형마트다. 평양의 광복거리상업중심 개점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 의의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시장은 점차 없애야 합니다. 광복지구상업중심과 같은 이런 상업망들에서 시장을 눌러놓아야 합니다. (...) 지구별로 상업중심을 내오게 되면 자연히 시장들이 조락될 것입니다. 상업중심들에서 상품들을 시장가격보다 좀 눅은 가격으로 팔아주면 우리 인민들이 시장을 리용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 당에서는 국가에서 경공업제품에 대한 인민들에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공간을 광복지구상업중심과 같은 상업봉사망을 꾸려 메꾸자는것입니다. 경공업제품을 제대로 생산보장하지 못하여 생기는 공백을 메꾸어야 합니다." (김정일, 2015, p. 521).

적어도 평양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의도가 관철되고 있는 듯하다. '장마당'에서 대형마트로 주도권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장을 보는 평양 시민(2017.7.23)ⓒ 진천규


2017년 4월 27일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루디거 프랑크(Ruediger Frank) 교수는 '38노스'에 광복지구상업중심 탐방기를 기고했다. 그는 그해 2월 평양을 방문했다.

프랑크(2017)에 따르면, 광복지구상업중심은 2011년 2월에 문을 열었다. 1층에는 식료품과 잡화, 2층에는 신발과 옷을 비롯, 각종 가정용품이 진열되어 있다. 3층은 푸드코트다. 상품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소주만 해도 25종이 팔리고 있었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상품 대부분이 '국산', 즉 'Made in D.P.R.K'라는 것이다. 상품 '국산화'는 최근 평양을 다녀 온 중앙일보 이정민 기자의 기사에서도 확인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북한 제품의 포장기술과 디자인, 훈제 햄이나 소시지, 수산물들이 진공 포장돼 있었고 과즙을 함유한 다양한 탄산단물(탄산 주스) 캔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 국산화의 성과는 적어도 화장품, 옷, 신발, 가방과 같은 생필품과 경공업 제품들에선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자외선 차단제를 함유하는 등 (북한 화장품) 제품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특히 과거 일본과 중국산이 주류를 이뤘던 판매대는 국산(북한산) 제품이 대신하고 있다."(이정민, 2018)

이처럼 지금 북한에선 대형마트를 비롯, 새로운 플랫폼이 들어서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도 개장했다. 매대는 북한산 상품으로 가득하다. 상품 '국산화'의 성과다. 앞서 지적했듯이 장마당이 북한 경공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그러나 새로 등장한 상업 플랫폼은 장마당과 다르다. '국산'이 주종을 이루는 대형마트는 상업과 북한 경공업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낸다. 대형마트의 발생, 발전은 북한에서 경공업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 김기헌 기자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위 기사는 아래와 같은 문헌 등을 참조해 작성했습니다.

강창남 외. 2010. 『광명백과사전 5, 경제』. 평양: 과학백과사전출판사.
강철수. 2016. “사회주의기업체들에서 류동자금 보장조직의 중요요구.” 『경제연구』 2016년 3호. 평양: 과학백과사전출판사.
김일성. 1988. “일원화계획화체계를 더욱 심화발전시키기 위하여.” 『주체의 경제관리체계와 방법을 철저히 구현할데 대하여』.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김정일. 2015. “광복지구상업중심은 인민생활향상에 이바지하는 현대적인 상업봉사기지이다: 광복지구상업중심을 현지지도하면서 일군들과 한 담화 (주체100(2011)년 12월15일),” 『김정일선집』 25권.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김진호. 2018. “[김진호 국제전문기자 평양을 가다] 9・9절 준비로 들뜬 평양의 광복절 “판문점선언 잘 풀려 가을 풍요롭길”.” 『경향신문』 2018년 8월 16일.
리원경. 1986. 『사회주의화페제도』.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림태성. 2016. “사회주의기업체의 재정관리권.” 『경제연구』 2016년 1호. 평양: 과학백과사전출판사
송정남. 2015. “전략적경제관리방법의 본질적특징.” 『경제연구』 2015년 4호. 평양: 과학백과사전출판사.
양운철・정형수. 2017. “한국은행의 북한경제 성장률 추정치 평가.” 『세종정책브리핑』 2017-21호.
이영훈. 2012. “북한의 하이퍼인플레이션과 개혁개방 전망.” 『북한연구학회보』 16권 2호.
이정민. 2018. “1년에 거리 하나씩 생기는 평양 … 그뒤엔 김정은 ‘과학자 우대’.” 『중앙일보』 2018년 8월 22일.
이정철. 2002. “사회주의 북한의 경제동학과 정치체제: 현물동학과 가격동학의 긴장이 정치체제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정치학 박사학위 논문.
Frank, Ruediger. 2017. Consumerism in North Korea: The Kwangbok Area Shopping Center. 38 North: Informed Analysis of North Korea April 6, 2017. http://38north.org.
Pecania, Sergio & Ma, Jessla. 2017. North Korea's Nuclear Push Is Just One Piece of a Nationwide Building Boom. New York Times July, 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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