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사회

포토뉴스

훈련병 수료식이 예정 되어 있는 충청도의 한 부대 앞에서 6일 오전 군피해자 고 조성현 일병의 어머니 이근옥씨가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희훈
훈련병 수료식이 예정 되어 있는 충청도의 한 부대 앞에서 6일 오전 군피해자 고 조성현 일병의 어머니 이근옥씨가 1인시위를 하며 아들의 죽음에 대해 호소하고 있다.ⓒ 이희훈
훈련병 수료식이 예정 되어 있는 충청도의 한 부대 앞에서 6일 오전 군피해자 고 조성현 일병의 어머니 이근옥씨가 1인시위를 하던 중 아들과 찍은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 이희훈

[기사 수정 : 6일 오후 19시]

5일 오전 8시 30분, 충청도에 위치한 A사단 신병교육대 앞. 서울에서 새벽밥을 먹고 출발한 이근옥씨는 차에 실려 있던 피켓을 주섬주섬 모아 부대 앞에 차곡차곡 세웠다. 목에 건 아들의 사진은 어디서든 잘 보일 수 있도록 손으로 여러 차례 다잡았다.
 
이씨의 얼굴은 이미 검게 그을려 있었다. 8월 초부터 국방부, 수도방위사령부 등 안 가 본 곳이 없다. 하지만 이씨의 얼굴은 새까만 피부보다 그를 둘러싼 수심 때문에 더 어두워 보였다. 그는 자신의 팔목에 감겨 있는, 아들이 입대할 때 차고 갔던 전자시계를 버릇처럼 바라봤다.
 
지난해 8월 3일 이씨는 아들과 함께 같은 자리에 섰다. 6월 27일 입대한 아들이 신병교육을 마치고 엄마와 만나는 날이었다. 그때 찍은 사진 속 엄마는 지금과 다르다. 아들의 허리춤을 바짝 끌어안은 엄마는 환히 웃고 있었다. 엄마의 어깨에 손을 얹은 아들은 뜻 모를 표정이었다.
 
이제 엄마는 혼자 서 있다. 3월 8일 이후, 아들은 이 세상에 없고 엄마의 삶도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바뀌었다. 피켓 뒤에 선 엄마는 마이크를 쥔 채 목소리를 높였다.
 
군피해자 고 조성현 일병의 사진이 9일 오전 신병 수료식을 하는 충청도의 한 부대 정문 앞에 걸려 있다. ⓒ 이희훈
훈련병 수료식이 예정 되어 있는 충청도의 한 부대 앞에서 6일 오전 군피해자 고 조성현 일병의 어머니 이근옥씨가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이희훈

"저는 이 사진 속, 죽은 조성현 일병의 엄마입니다. 내 아들을 살려내라! 죽음의 이유를 밝혀내라!"
 
이날은 5주 전 입대한 장병들이 신병교육을 마치는 날이었다. 수료식에 초청된 장병의 가족과 친구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부대에 들어가고 있었다. 대부분이 무관심했지만 몇몇은 땡볕 아래 선 엄마를 유심히 바라보기도 했다. 마이크를 쥔 엄마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1년 전 저는 '남자는 군대에 가서 철들어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런 제가 죄인입니다. 아들을 군에 보낸 엄마가 죄인입니다. 오늘 아들을 만나면 꼭 아픈 곳이 없는지 물어보세요. 군대에서 하는 말 절대 믿지 말고 꼭 생지부(병영생활지도기록부)를 보여달라고 하세요!"

 
장례식장에서 처음 들은 '아들의 고통'
 
군피해자 고 조성현 일병이 남긴 유서의 일부 내용. ⓒ 이희훈

아들의 전자시계는 쉼 없이 움직이지만, 엄마의 시계는 2018년 3월 8일에 멈춰있다. 이틀 전 휴가 나왔던 아들은 부대에 복귀해야 하는 3월 8일, 오후 6시 48분 마포대교에서 투신했다.
 
"복귀한다던 아들이 군복을 두고 갔더라고요. 전화해서 '너 또 잊어먹고 갔지? 군복 주러 갈게'라고 말하고 터미널로 가서 만났어요. 그게 마지막입니다."
 
아들은 부대 대신 마포대교로 향했다. 오후 7시 30분께 엄마는 부대로부터 "성현이가 복귀하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터미널에서 헤어졌는데 무슨 소리냐"며 방방 뛰었지만, 곧이어 경찰로부터 마포대교에서 아들의 휴대폰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곧장 달려간 엄마는 "살아 있을 거야! 헤엄쳐서 나왔을 거야!"라고 목 놓아 외쳤다. 하지만 "어머님, 진정하세요. 다리에서 뛰어내리면 즉사할 가능성이 큽니다"라는 경찰 관계자의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아들은 다음날 오전 멀리 떨어지지 않은 강 복판에서 발견됐다.
 
엄마의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들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던 엄마는 장례식장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부대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은 "정신적인 문제로 상담을 진행했다"고 알려왔다. 아들의 입대 후부터 장례식장에 머물던 당시까지, 엄마는 부대 측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엄마가 부대 앞에서 "꼭 아픈 곳이 없는지 물어보라"고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자살 아니라고요!"
 
군병원에서 발행한 고 조성현 일병의 진단서에 불면장애 (primary insomnia)와 주의력결핍장애 경과 관찰 필요(R/O ADD)가 기록되어 있다. ⓒ 이희훈
군피해자 고 조성현 일병의 어머니 이근옥씨가 아들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이희훈

고등학교 시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와 우울증 진단을 받고 총 12회 약물치료를 받았던 조 일병은 병무청 복무적합도 검사에선 '양호' 소견으로 1급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입대 후 신병교육대에서 실시한 1차 복무적합도 검사에서 '정밀진단', 2차 복무적합도 검사에서 '주의' 판정을 받았다.
 
자대 배치 후 두 차례 진행된 복무적응도 검사에서도 조 일병의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두 차례 모두 '주의' 판정이 내려졌는데, 특히 조 일병은 '최근 6개월 내에 자살생각을 한 적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자대에서 진행된 다섯 차례 병영생활전문상담관 면담 일지에도 조 일병이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지에는 "상담 초반 눈물을 흘리며 향후 복무적응에 대한 불안감 및 우울감으로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임", "군 생활 두려움, ADHD 관련 문의", "본인의 심리상태에 대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고 싶어 하니 정신과 진료 및 지속적 상담 요망", "이명현상, 악몽(대인관계 단절되는 꿈) 호소", "주변인 교육 및 병원의뢰 등 지속 관심 요망"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근옥씨는 아들이 군에서 사용했던 손목시계를 자신이 차고 다닌다.ⓒ 이희훈

  실제로 조 일병은 군 생활 중 두 차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데, 이때 주의력결핍장애(ADD)가 의심된다는 판정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두 차례 진료 기록에는 "최기병원(적정병원)에서 계속 진료 받도록 권유함", "증세 악화 시 일정 조정하여 내원토록 권고함"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엄마가 아들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급기야 아들이 훈련받았던 신병교육대 앞에서 시위를 벌인 까닭은 "아픈 아들의 상태를 한 번도 집에 알려주지 않은 군대 때문"이다. 아들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부대의 책임에 따른 사망"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날 자택에서 만난 엄마는 "아들의 죽음은 의료사고와 다르지 않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때문에 "아들의 죽음을 예우하고 다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게 엄마의 입장이다.
 
"우리 아들은 입대 후 8개월 동안 고통 받았어요. 계속해서 고통을 호소하고 병원에서 아프다는 진단까지 나왔는데 군대는 이 사실을 엄마인 제게 한 번도 알리지 않았죠. 이게 어떻게 자살이라고만 몰고 갈 일입니까?"

 
사건이 벌어진 후, 군에선 조 일병을 관리하던 중대장과 인사과장만 '견책' 징계를 받았다. 엄마는 "말도 안 되는 솜방망이 처벌로 사건을 끝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군 "미흡한 점 있지만, 부대에서 최대한 조치"


해당 사단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가정과 연계한 병사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서도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상담, 정신과 치료, 배려병사 관리, 중대장·분대장·분대원 등의 관리를 통해 부대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최대한 취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7월 4일 수도방위사령부 보통검찰부에서 조 일병이 개인적인 원인으로 자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라며 "또 견책이란 처분을 솜방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군에서는 징계를 받는 군인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해당 중대장의 군 생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엄마는 마치 외딴 섬과 같았다. 위병소를 지키는 군인들도, 신병교육 수료식을 보기 위해 찾은 가족들도 간혹 곁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시위를 시작한 지 2시간쯤 지나 엄마는 답답한 마음에 단신으로 부대 진입을 시도했다.
 
훈련병 수료식이 예정 되어 있는 충청도의 한 부대 앞에서 6일 오전 군피해자 고 조성현 일병의 어머니 이근옥씨가 아들의 죽음에 대해 호소 하고 있다.ⓒ 이희훈
훈련병 수료식이 예정 되어 있는 충청도의 한 부대 앞에서 6일 오전 군피해자 고 조성현 일병의 어머니 이근옥씨가 아들의 죽음에 대해 호소 하고 있다.ⓒ 이희훈

"쏴 봐! 어디 한 번 쏴 봐! 아들 잃은 내가 뭐가 무섭겠어!"
 
유족이기 때문에 섣불리 말리지 못하던 위병소 근무자들도 결국 "다시 수사하라"며 헌병대 건물을 향해 나아가는 엄마의 걸음을 가로 막았다. 헌병 관계자들이 나와 엄마의 팔과 몸을 부여잡았고, 일부는 고성으로 대응했다. 급기야 무장한 5분대기조가 출동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나 한 명 잡겠다고 저렇게 출동한 거야? 수사팀장 나오라고 그래! 못 나오면 사단장 나오라고 그래!"
 
엄마의 싸움은 늦은 오후까지 계속됐다. 사단 참모장이 다녀갔고, 결국 오후 6시께 "다음 날 사단장을 만나기로" 약속을 받아냈다(실제로 다음 날 면담이 진행됐다). 엄마는 비로소 숨을 골랐다.
 
군피해자 고 조성현 일병의 어머니 이근옥씨는 "달력에 있는 그림이 자신의 아들과 행복했을 때 모습 같아 보인다"며 과거를 회상 했다. ⓒ 이희훈

"아들의 죽음이 아들 탓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질 때까지, 그래서 국가로부터 예우를 받을 때까지 싸울 겁니다."
댓글2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