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회

포토뉴스

한 손엔 꽃, 한 손에 촛불 강남역여성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저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강남역여성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손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 ⓒ 이희훈
강남역여성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강남역여성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강남역여성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강남역여성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 촛불이 하나둘 켜졌다. 길을 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함께 촛불을 들었다. 이곳에서 시민들은 돌아가며 한국 사회에 넓게 퍼진 여성 혐오·차별을 고발했다.

17일 새벽에 벌어진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이 여성 혐오에 따른 범죄인 것으로 알려진 후,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쪽지가 나붙고 국화가 쌓였다. 이곳은 어느새 거대한 '추모의 벽'으로 변했다.

추모를 넘어 한국사회에 널리 퍼진 여성 혐오·차별의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시민들 역시 이 같이 외쳤다.

"어쩌면 나는 간신히 살아남았다"

자신을 스물세 살 대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사건을 다룬 기사를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은 '강남역 10번 출구는 정말 번화한 곳인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구나'였다, 이후 피해자를 조롱하며 '잘됐다'라고 쓴 기사 댓글을 보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여성이 당하는 성희롱·성폭력은 빈번하고 흔한 경험"이라고 토로했다.

김정민(22)씨는 "어젯밤에 나 역시 강남역에 있었다, 내가 죽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한 혐오범죄이기 때문에 그냥 길가다 여자로 태어난 게 재수 없어서 온몸을 칼로 난자당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오원춘 사건이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멀쩡히 잘 살다가 인생의 어느 순간에 여자인 게 재수 없어서 토막살인을 당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화성 살인 사건이나 제주 올레길 살인사건이나 트렁크 살인사건 같은 걸 볼 때마다, 나는 여자라서 강력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녀'라는 낙인과 함께 죽음마저 조롱당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저절로 깨달았다."

그는 "이번 참사로 인해 여성혐오범죄에 대해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만은 다행인 일이다, 그러나 사실은 너무 늦었다"면서 "이제야 묻지마 살인이라는 워딩이 너무나도 손쉽게 젠더폭력을 은폐했다는 것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어쩌면 나는 간신히 살아남았다, 존엄한 인간으로 살고 싶다,  멸시, 혐오, 비하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고 싶다"면서 "여성으로서 운이 좋아서 살아남는 게 아니라, 존엄하고 자유로운 인간이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 20대 여성은 피의자를 두고 목사를 꿈꾼 청년이라고 소개한 기사를 비판했다. 그는 "내가 죽으면, 내 꿈이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녀'가 될 것이다, 화장실에서 죽었다고 어떻게 '화장실녀'라고 할 수 있느냐"면서 "정말로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은 피해자다, 그야말로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사회가 이번 사건의 공범이다"
강남역 밝힌 초의 '붉은 눈물' 강남역여성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강남역여성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강남역여성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강남역여성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강남역여성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강남역여성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끊임 없이 늘어나는 추모의 글 강남역여성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촛불문화제를 처음 제안한 양지원(30)씨는 "(이번 범죄에는) 사회저변에 넓고 깊게 깔린 여성혐오 혹은 여성멸시라는 기제가 있었다, 언론은 이 사건을 자꾸 정신에 이상이 있는 한 개인의 일탈쯤으로 보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사건의 책임을 우리 사회 전체에 묻고 싶다, 아주 오래 전부터 수많은 여성 대상 범죄들이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공권력과 국가는 이에 보다 근본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단순한 개별적인 사건으로 치부해왔다"고 꼬집었다.

"'이 범죄의 희생자가 나일 수 있었다', '다음 범죄의 타깃이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여성들을 휩쓸고 있다. 사회 전체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같은 일은 반복될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가 이번 사건의 공범이다. 약자와 여성에 대한 혐오와 범죄를 멈춰야 한다. 그리고 이 일은 시민들이 직접 해내야 한다."

이날 촛불문화제에는 남성들도 많았다. 마이크를 잡은 최황씨는 "'남자로서 부끄럽다', '수치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이 태도는 중요하다, 이 사회에서 여성혐오를 없애고 유리천장을 없앨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남성들 스스로 인정하는 방법이다, 때문에 '나와 관계없으니 남자 전체로 확대시키지 말라'는 태도를 버렸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여성 혐오·차별을 고발하는 자리가 많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0일 오후 신촌에서 '여성폭력중단을 위한 필리버스터-나는 □□□에 있었습니다'를 열 예정이다. 또한 21일 오후에는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추모 집회가 열린다.
강남역, 애도의 꽃을 든 남자 강남역여성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강남역여성살인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가 17일 벌어진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으로 변한 가운데, 19일 늦은 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들이 추모 열기를 조롱하는 화환을 이곳에 보냈다. 화환에는 '남자라서 죽은 천안함 용사들을 잊지 맙시다‘, ’일간베스트저장소 노무현 외 일동‘이라고 쓰여 있다. 이후 시민들은 이 화환에 '부끄러운 줄 아세요' 등의 포스트잇을 붙여 문구가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 안홍기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가 17일 벌어진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으로 변한 가운데, 19일 늦은 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들이 추모 열기를 조롱하는 화환을 이곳에 보냈다. 화환에는 '남자라서 죽은 천안함 용사들을 잊지 맙시다‘, ’일간베스트저장소 노무현 외 일동‘이라고 쓰여 있다. 이후 시민들은 이 화환에 '부끄러운 줄 아세요' 등의 포스트잇을 붙여 문구가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 안홍기
태그:#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 #강남역 10번 출구
댓글1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