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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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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회장님 수행 (일) 07:00 18:00 청담동'
'6/28 사모님.딸 수행 (토) 09:00 18:00 병원, 마트, 식당'
'8/12 회장님 수행 (화) 05:00 24:00 레이크사이드C.C'

(주)무학(아래 무학)과 최재호(55) 회장으로부터 '임금착취'와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수행기사 A(43)씨가 약 7개월 동안 작성한 '차량운행일지'의 일부다. 이 일지에 따르면 그는 주말에도 최 회장과 부인, 딸을 수행했고, 평일에는 최 회장 골프장 수행 등을 위해 무려 19시간이나 근무한 적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오전 5시 출근-오후 12시 퇴근... 하루 19시간 근무하기도

'무학갑질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는 지난 2014년 3월 말 최재호 회장의 수행기사로 입사했다. 형식적이지만 공식직책은 '마케팅팀 주임'이었고, '연봉 3400만 원의 계약직'이었다. 그는 입사한 직후인 지난 2014년 4월 1일부터 퇴사하기 직전인 10월 19일까지 '차량운행일지'를 아주 꼼꼼하게 작성했다.

A씨는 "제가 회사에 입사할 때만 해도 회장님 수행차량의 운행일지 같은 문서는 없었다"라며 "제가 회사에 '수행기사의 근무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 차량운행일지가 필요하다'고 얘기했고, 회사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해 문서양식을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차량운행일지에는 일자, 업무내용, 행선지, 운행시간(출발시간, 도착시간), 비고 등의 항목들이 있고, 특히 업무내용에는 '누구'를 수행했는지가 기재돼 있다. 그가 7개월 동안 차량으로 수행한 사람은 최 회장뿐만 아니라 그의 부인과 딸, 무학 사장 등이 포함돼 있었다. 

<오마이뉴스>가 A씨의 '차량운행일지'(2014년 4월-10월 19일)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최 회장의 수행기사로 약 7개월 동안 일하는 동안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일했고, 주말과 공휴일 근무도 한달 평균 6.6일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달 평균 3일'만 쉬고 나머지는 최 회장과 그의 가족들을 수행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는 얘기다.

먼저 월별 근무일수를 보자. A씨는 4월 28일, 5월 30일, 6월 26일, 7월 28일, 8월 25일, 9월 27일, 10월 17일(19일중)간 근무했다. 이에 따라 휴무일수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5월에는 1일, 4월에는 2일, 7월과 9월에는 3일만 쉬었다. 9월은 6일 휴무로 가장 많이 쉬었지만, 추석연휴 4일 가운데 2일만 쉴 수 있었다. 추석연휴 첫날(9월 7일)과 마지막날(9월 10일)에는 최 회장 부인과 딸을 수행하기 위해 공항에 다녀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학 쪽은 "식대 등 비용을 청구한 일자를 근무일로 볼 수 있다"라며 "이에 따른 월별 최대 근무기간을 보면 4월은 21일, 5월 23일, 6월 28일, 7월 24일, 8월 22일, 9월 23일, 10월 21일 근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4월은 이틀, 5월은 하루만 쉬었다는 A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차량운행일지에 따르면, A씨는 하루 최대 19시간을 근무한 적도 있다. 최 회장의 골프장 수행을 위해 8월 12일 오전 5시에 출근해 오후 12시에 퇴근한 것이다. 15시간, 16시간, 17시간, 18시간 근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루 근무시간이 18시간이었던 8월 29일(금요일) 최 회장의 행선지는 '청담동'과 '봉은사'였다. A씨는 그날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해 다음날(8월 30일) 1시 30분에 퇴근했다. A씨는 "출근시각은 회장님 집에 도착하는 시각이고, 퇴근시각은 차량을 회장님 집에 주차시키는 시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부모님 제삿날에도 운전시켰다"라고 주장했다. 아버지 제삿날은 8월 15일, 어머니 제삿날은 6월 27일이다. 그런데 '차량운행일지'를 보면 광복절(공휴일)과 겹친 아버님 제삿날에는 최 회장과 부인을 수행했다. 최 회장과 부인이 이틀간(8월 14,15일) 강원도 평창 리조트 '알펜시아'에 갔기 때문이다. 그날 그는 오전 5시 30분에 출근해서 오후 9시에 퇴근했다. 어머니 제삿날인 6월 27일에도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최 회장을 수행했다.

하지만 무학 쪽은 "부모님 제삿날에도 운전했다"라는 A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무학은 "A씨는 근태기록상 부모님 제삿날에 휴가를 신청한 사실이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A씨는 "다른 직원들은 모르겠지만 저희 같은 수행기사는 휴가계 자체가 없었다"라고 재반박했다.

한국 파견·용역 월평근 183시간, 수행기사 A씨 월평균 337시간

또한, 월별 총근무시간도 상당히 길었다. 9월과 5월이 각각 350시간 20분과 346시간 50분으로 가장 길었고, 7월(338시간 30분)과 8월(337시간), 4월(335시간 25분), 6월(313시간)도 310시간 이상이었다. 월 평균 336.83시간(2021시간÷164일, 10월 19일간 제외), 하루 평균 12.35시간(2234.6시간÷181일)을 일한 것이다.

지난 2014년 고용노동부가 고용형태별 근로시간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전체 노동자의 총 노동시간은 월 평균 165.5시간이다. 정규직은 월 평균 177.7시간, 비정규직은 월 평균 128.3시간이다. 비정규직 가운데 파견·용역과 기간제가 각각 183.0시간과 178.0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대기하는 시간이 길고, 근무시간이 불규칙하다는 수행기사 직업의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비교할 경우 A씨는 한국 전체 노동자의 월 평균 노동시간보다 두 배나 긴 근무시간을 가졌던 셈이다. 

A씨는 '1일 8시간, 주 5일' 근무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서(표준)를 작성했지만 무학은 그의 근로시간외수당과 휴일근무수당 등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퇴사 직후 '차량운행일지'를 근거로 '노동부에 임금체불로 제소하겠다'고 하자 '합의서 작성'을 전제로 1118만여 원을 지급했다(2014년 11월 28일). 합의서에는 '회사를 상대로 한 근로계약 및 임금체불 등에 관한 일체의 진정, 고소 및 어떠한 민원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무학은 "담당 임원은 A씨가 근무기간 동안 불성실한 태도로 근무한 사실 등을 감안하여 지급을 반대하였으나,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수행기사의 특성상 A씨의 근무사실을 일일이 밝히기가 어렵고, 회장을 수행하는 동안 다소 늦게 퇴근한 사실도 있음을 감안하여 회장님의 지시로 요구하는 금액을 모두 지급했다"라고 해명했다. 

무학은 '합의서 작성'과 관련해 "그로 인해 담당임원은 근무중 A씨의 행태를 감안하여 이러한 요구가 추가적으로 없도록 하기 위하여 합의서를 작성하도록 했다"라고 밝혔다.   

한 노무사는 "연장근로했는데도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어서 '3년 이하 징역,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라며 "법적으로 수당 지급 청구가 가능하고 노동청에 임금체불로 진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했는데 근로시간을 더해봤더니 총 60시간이 나왔다고 하면 법적으로 40시간만 소정근로로 계산되고 나머지 20시간은 연장근로가 된다"라며 "현행법에서는 1주일 12시간을 연장근로의 상한선으로 설정해놓고 있어서 A씨는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회사가 노동부로부터 A씨를 감시·단속적 근로자로 승인받았다면 법적으로 연장수당, 휴일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라며 "하지만 감시·단속적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야간수당(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은 법적으로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업무차 백화점·병원·애견센터·레스토랑에 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A씨는 최 회장뿐만 아니라 그의 부인과 딸까지도 수행했다. 무학 쪽은 "부인과 딸 모두 회사 등기이사이기 때문에 회사와 무관하지 않다"라며 회장 가족의 수행을 합리화했다. 하지만 차량운행일지에 기재된 수행장소를 보면 과연 회사 업무를 위해 가족들을 수행했는지는 의문이다.

A씨가 최 회장 부인과 딸을 수행한 일수는 4월과 6월이 각각 13일로 가장 많았고, 9월에는 9일, 8월에는 7일, 7월에는 6일, 10월에는 5일, 5월에는 4일이었다. 수행장소는 회사 업무와 상관없는 백화점, 병원, 레스토랑, 마트, 애견센터, 골프장, 카페. 미용실 등이었다. 

최 회장 수행 장소도 공항, 골프장, 호텔, 예식장, 미술관, 레스토랑, 언론사, 여의도 등 다양했는데 골프장과 '파머스키친'이라는 레스토랑이 상대적으로 많이 등장한다. 파머스키친은 무학에서 운영하는 고급레스토랑으로 최 회장이 외부인사 접대장소로 많이 이용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A씨는 "최 회장은 골프와 술을 좋아해서 골프장과 강남 술집을 다니기도 하고, 신사동에 있는 '파머스키친'에 손님을 데려가기도 한다"라며 "파머스키친에는 룸과 옥상 가든이 있는데 거기서 많이 드신다"라고 전했다.  

한편 수행장소 등이 적힌 차량운행일지 '비고'란에는 차량수행 외에도 '집안청소'나 '차량정비'도 적혀 있다. A씨는 "회장님 서울 집 쓰레기 분리수거는 도맡아서 했고, 사모님과 따님의 벤츠와 아우디 차도 세차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학은 "회장님 댁에는 가사도우미가 근무중이어서 운전기사가 분리수거해야 할 이유가 없다"라며 "만약 A씨가 분리수거했다고 주장한다면 회장님 댁 방문시 분리되어 있는 쓰레기를 2층에서 분리수거장으로 가져다 놓은 경우는 있을 수 있다"라고 해명했다.  
태그:#무학, #최재호, #무학갑질, #좋은데이, #차량운행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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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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