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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광장에 모이는 '아이들의 책가방'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2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참사로 희생되지 않았다면 수험생이되었을 단원고 학생 250여명을 추모하는 '250개 책가방을 모아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해 주세요 - 아이들의 책가방' 행사가 열렸다. 시민들이 직접 가져온 책가방을 광장에 모으고 있다. ⓒ 권우성
단원고 희생자 250명 이름이 적힌 곳에 시민들이 가져온 가방이 하나씩 놓이고 있다. ⓒ 권우성
시민들이 가져온 가방에 단원고 학생들 이름표가 하나씩 붙어 있다. ⓒ 권우성
단원고 희생 학생의 한 어머니는 "우리 아이 자리가 비어 있네요. 내가 놓을까 생각도 했지만, 인연이 있는 시민이 가방을 놓아주시길 기다릴께요"라고 말했다. ⓒ 권우성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이름앞에서 한 시민이 기도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살아 있었으면 오늘 맘 졸이며 수능을 봤을 아이들, 아이들을 위해 250개 가방을 모아주세요."

살아 있었다면 어땠을까. 수능이 끝난 해방감에 들떠 있지 않았을까. 63만 명 수험생이 시험을 본 2015년 수능일(11월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시민들이 모여 세월호 희생 학생 250명을 추모하는 행사 '아이들의 책가방'을 진행했다. 한 유가족은 광화문에서 행인들을 향해 "아이들을 위해 250개 가방을 모아달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섰다. 열아홉 살, 원래대로면 친구들과 함께 마음 졸이며 시험을 봤을 나이다.  

광화문 추모분향소 앞 광장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 이름이 1반부터 10반까지 줄지어 놓였다. 이름이 쓰인 종이 옆에는 작은 전자 촛불도 켜져 있었다. 시민들은 본인이 메고 온 가방을 주최 측에 접수해 학생들 자리에 차례로 놓았고, 가방마다 단원고 명찰과 노란 리본을 달았다. 일부 참가자는 '합격기원' 떡을 함께 놓기도 했다. 

'별이 된 아이들을 기억해달라'며 행사를 주최한 것은 풀뿌리시민네트워크·416연대 광화문위원회 등 자원봉사자들이다. 함께 행사를 준비한 이헌주 목사(42)는 "저는 목사이기 전에 아이들을 사랑하는 두 아이의 아빠"라며 "책가방을 모으면서 세월호 희생 학생들을 위한 마음도 함께 모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 16분, 시작 당시 20개뿐이던 가방은 점차 늘어나 2시간 만에 120여 개가 됐다. 6시 30분께에는 인근에서 국정 교과서 반대 시국 미사를 마친 기독교인 100여 명이 참석해 아이들 자리마다 서서 기도를 드렸다. "예수님은 중립이 아니고 늘 약자 편이었다"는 목사의 기도를 들으며 한 여성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아직 세월호에 2학년 6반 남현철군이 있습니다' 미수습 학생 자리에 노란 종이배가 놓여 있다. ⓒ 권우성
세월호에는 아직 9명이 남아 있습니다. ⓒ 권우성
한 유가족이 시민들이 가져온 '아이들의 책가방'을 사진에 담고 있다. ⓒ 권우성
'아이들의 책가방'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가방을 들고 온 한 아버지가 7살 아들과 함께 세월호 광장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아직도 세월호에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직 세월호에 2학년 6반 박영인군이 있습니다"란 깃발과 함께 노란색 종이배가 놓인 자리도 있었다. 아직 시신이 수습되지 못한 조은화, 허다윤, 박영인, 남현철 학생의 자리다. 참가자들은 실종학생들 자리에 먼저 가방을 놓는 모습이었다. 행사가 종료되는 오후 8시께 가방은 220여 개가 됐다. 채워지지 않은 30여 명 학생 자리에는 시민들이 직접 명찰을 달고 가 섰다.   

'고3 아들을 둔 인천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여성은 허다윤양 자리 옆에 "아이들아 정말 미안하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그는 "오늘은 하늘의 별이 된 너희가 땅의 아이들을 걱정하고, 땅의 아이들이 별이 된 너희를 보고 싶어하는 날"이라며 "별이 된 금쪽같은 내 새끼들 절대 잊지 않으마, 못난 이 엄마도 모든 기회를 통해 세월호 진실을 밝히는 일에 끝까지 함께 할게"라고 썼다.  

추모 행사에 참여한 서은혜(37, 서울 양천구 신정동)씨는 "희생 학생이 생전에 만들었다는 노래를 뒤늦게 들었다, 그렇게 재주 많고 보석 같은 아이들이 죽었는데 무관심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서씨는 "가방을 놓는 건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관심을 가지면 심리적으로 아플 수 있지만, 이렇게라도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엔 세월호 유가족 10여 명도 참석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인 노란 옷을 입은 유가족들은 추모 분향소를 지키며 시민들이 가방 놓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단원고 2학년 8반 고 이재욱 학생의 어머니 홍영미씨는 "재욱이가 동물 사육사·환경 조경사 등 꿈이 많았다, 다른 날보다도 오늘 많이 생각나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한 시민이 희생 학생들 이름표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 권우성
단원고 학생 이름표와 노란 나비. ⓒ 권우성
행사 마지막 시간에 단원고 학생들 이름표를 가슴에 단 시민들이 직접 빈 자리를 채웠다. ⓒ 권우성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세월호 광장을 채운 책가방들. ⓒ 권우성
광화문광장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교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 권우성
태그:#수능 세월호, #수능 단원고, #세월호 수능, #세월호 희생학생, #수능 세월호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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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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