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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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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TCC 아트센터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행복한 우리 만들기' 전국순회강연 300회 기념 행복콘서트 참석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권우성
"53일, 제가 지난 1년 동안 전국순회강연을 위해 외박했던 숫자입니다. 집에 안 들어갔어요. 저랑 같이 사는 아내는 좋아했을까요, 싫어했을까요? 우리 회사 직원들은 사장이 없으니까 좋아했을까요?"

강연장에 있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좋아해요"를 외쳤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가 "그래서 이게 '행복'강연입니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강연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4일 오후 7시,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 TCC 아트센터에서 오연호의 '행복한 우리 만들기' 전국순회강연 300회 기념 행복콘서트가 열렸다. 오연호 대표기자가 직접 보고 온 덴마크의 행복 비결을 담은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발간과 함께 시작한 전국순회강연이 벌써 300회를 맞았다. 그간 강연을 통해 만난 사람은 3만 2천여 명이다. 오 대표는 자신이 강연하는 것이 기사를 쓰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하곤 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날은 '강연'이라는 '기사'가 딱 300개째 되던 날이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오 대표는 '단독기사'를 쓰는 대신 '공동기사'를 선택했다. 혼자 연사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그간 강연을 통해 만난 '꿈틀리 주민들'이 직접 무대를 채우는 콘서트를 연 것이다. '꿈틀리 주민들'은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행복을 찾아 '꿈틀'거린 사람들을 의미한다. 

행사가 시작되자 프레젠테이션으로 전국 곳곳에서 열린 강연 사진을 보여주며 지난 1년간을 곱씹던 오 대표는 "우리 안에 이미 덴마크가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가 얼마나 좋은 나라인지 설명하려고 갔는데, 그들의 표정만 봐도 '이 사람들은 이미 덴마크를 만들고 있구나' 알 수 있는 이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을 하나둘씩 무대 위로 불렀다.

"지금은 씨앗을 심기 위해 밭을 갈아엎는 과정"
<꿈을 먹는 젊은이>를 부르는 권경아, 이동원씨. ⓒ 권우성
첫 공연은 이동원씨와 권경아씨가 맡았다. 두 사람은 안양에서 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대안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연인이다. 오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전국순회강연을 위해 안양을 방문했을 당시 강연 시작 전부터 가장 표정이 좋던 이들이다.

"그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 그 강연에서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해서 공연을 했는데, 여전히 저희가 행복해서 이 콘서트에서 첫 번째로 노래를 부르게 됐습니다."

이씨의 짧은 소개인사 후, 둘은 <꿈을 먹는 젊은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불렀다. 잔잔했던 노래가 점차 빨라지면서, 객석의 사람들이 노래에 맞춰 박수를 쳤다. 긴장감이 느껴졌던 둘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공연이 끝나자, 어수선하던 행사의 분위기가 한층 밝아져 있었다.
무대에 오른 '꿈틀자유학교' 한태우씨와 학생들. ⓒ 권우성
수업비도, 교육 내용도 자유롭게 정하는 대안학교 '꿈틀자유학교'의 학부모와 학생들도 무대에 올랐다. 공동육아를 하던 부모들이 지난 2003년 힘을 합쳐 만든 꿈틀자유학교는 올해로 15년째다. 오 대표는 "이 학교를 직접 찾아갔는데 '꿈틀,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은 꿈틀거린다는 것입니다'라는 문구의 현판이 걸려있었다"며, "이 말에 감동을 받아 그 이후에 '우리 모두 꿈틀거립시다'라는 말을 하게 됐고, 꿈틀리, 꿈틀버스, 꿈틀비행기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 안의 덴마크'에 대한 소개는 계속 이어졌다. 오 대표는 '우리 안의 그룬트비'라며 광주광역시 은빛초등학교의 송경애 교감을 소개했다. 그룬트비는 덴마크의 신학자·시인·역사가·정치가이자 교육가로, 평등과 사랑의 가치를 주창한 인물이다. 송 교감은 학교구성원과의 독서모임을 통해 부모와 함께하는 달빛 걷기, 요리 시간 등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을 학교에 도입했다.
한 북카페 안내문에 '누군가의 꿈을 듣고 밥 벌어먹겠냐는 말이 먼저 나오는 사람은 출입금지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 권우성
자신이 운영하는 협동조합 북카페에 '누군가의 꿈을 듣고 밥 벌어먹겠느냐는 말이 먼저 나오는 사람은 출입금지'라는 문구를 붙여놓은 청년, 대구의 부모 독서모임을 통해 '꿈틀15리 주민'이 된 아이 엄마, 곡성에서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며 교육희망연대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부부까지. 이날 행사는 덴마크가 아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곳에서 열심히 '꿈틀'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민경찬씨와 세자녀들이 자작곡 '씨앗의 꿈'을 부르고 있다. ⓒ 권우성
일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음악 교사를 하는 민경찬씨도 그중 하나였다. 민씨는 행사 2부에서 첫 무대를 맡았다. 그는 세 자녀와 무대에 올라 "학교에서 아이들을 많이 만나는데, 아이들이 많이 아프다"며, "노래를 통해 굳어있는 아이들을 풀어주려 하지만, 이마저도 경쟁이 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자신이 기타반주를 하고, 자녀들이 부를 첫 번째 곡으로 직접 만든 노래 <씨앗의 꿈>을 고른 민씨는 노래에 앞서 "씨앗을 심을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씨앗 심기가 아니라 밭을 갈아엎는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씨앗을 심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운데, 이곳에 있는 200여 명이 채 안 되는 분들이 그 일에서부터 씨앗을 심는 일을 하고 계신 겁니다. 지금은 모르지만, 앞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과정에서 열매가 나타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도시락부터 마을공동체까지, 지자체도 꿈틀거린다

이날 행사에서는 행복 사회를 위한 시민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단위의 노력이 소개되기도 했다. 김성환 노원구청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직접 행사장을 찾아, 해당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여러 제도를 설명했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이 '워킹맘' 구청 여직원들을 위한 반찬가게 운영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었다는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실제 책 내용에 있는 덴마크의 사례를 노원구청에 도입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는 2012년 '덴마크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GPTW협회 주관)로 선정된 '로슈 덴마크'의 사례가 나온다. 로슈 덴마크는 일주일에 두 번 직원과 그 가족들을 위한 저녁 도시락을 준비한다. 가정이 행복해야 직장이 행복할 수 있다는 취지다. 노원구청도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두 번, 구내식당에서 '행복한 반찬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김 구청장은 "책에 나온 로슈 덴마크가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회사라고 하더라,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노원구청을 만들고 싶었다"며 행복한 반찬가게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던 오 대표는 "책을 읽은 독자들이 '시민들만 꿈틀거리면 뭐하냐, 정부가 바뀌어야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이렇게 지방정부에서 실제로 꿈틀거림이 존재한다"고 정리했다.
오연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야기 도중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 권우성
'행복한 우리 만들기' 전국순회강연 300회 기념 행복콘서트에 초대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연호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오 대표로부터 "(서울시의 정책 중) '이것만은 자랑하고 싶다' 하는 것 두세개만 말 해달라"는 질문을 받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왜 두세개만 있느냐, 수 만가지를 (운영)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박 시장은 "사람들은 자꾸 청계천과 같이 큰 사업을 하나 하라고 하지만, 저는 작은 걸 꼼꼼하게 챙겨서 (서울을) 바뀌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스 및 전철이 끊기는 새벽 대중교통 공백을 채우기 위해 서울시가 지난 2013년 도입한 '심야 올빼미 버스' 제도부터 시작해 마을공동체 사업과 협동조합 사업, 도시 농업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박 시장은 "(시장이 되기 전) 봉고 자동차를 몰고, 3인 1조가 되어 2006년, 2007년, 2008년에 전국을 돌았을 때 (오 대표가) 말한 '꿈틀거림'을 곳곳에서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들이 아마 우리 사회의 희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시에서 하는 것도 다 거기서 배운 것"이라고 정리했다. 박 시장은 "행복이 무엇이냐"는 오 대표의 마지막 질문에는 "더불어 함께 가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경제력하고 행복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함께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우리 '안에' 덴마크 아닌, 우리 '만의' 덴마크가 있다"

김 구청장, 박 시장과의 토크콘서트가 끝난 후에는 광주광역시 혁신학교인 선운중학교 학생들이 무대에 올랐다. 마이크를 잡은 강소정(16)양은 '삶을 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공간, 사람, 상상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잡고 활동해온 자신들의 사례를 발표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뒤이어 오 대표가 설명한 '인생학교'에 대한 구상과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오 대표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읽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부러워하는 것이 중학교 3학년을 졸업하고 나서 바로 고등학교에 가지 않고 1년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덴마크의 '애프터스쿨'제도"라며, "이것을 우리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혁신학교인 선운중학교 학생들이 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광주광역시 혁신학교인 선운중학교 학생들이 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인생학교' 교장을 맡을 예정인 정승관 전 풀무학교 교장. ⓒ 권우성
인생학교의 교장을 맡을 예정인 정승관 전 풀무학교 교장은 오 대표에 이어 마이크를 잡아, "11월쯤 학교 설명회를 가지고 개교는 내년 2월 22일 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7시부터 시작해 약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행사는 9시 30분께, 오연호 대표의 노래 공연으로 마무리됐다. 행사가 끝난 뒤 행사장 입구에서 친구들과 기념 사진을 찍던 강소정양은 "지금은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 나온 덴마크의 사례가 부럽기는 했지만, 덴마크도 못하는 것을 우리 학교가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다른 학교도 이렇게 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우리 안에 덴마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덴마크가 있다고 생각해요."  
태그:#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연호, #덴마크, #행복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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