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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고가공원화 사업은 노후화된 고가를 철거하지 않고 17개의 사람길로 만들어 도시재생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 유성호
서울역고가 하부에 노후된 콘크리트가 달리는 열차에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ㄷ자 모양의 낙하물 방지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다. ⓒ 유성호
"저기 ㄷ자 구조물 보이시죠? 낙하물을 방지하기 위해 고가 밑에 파이프 가설재를 대놓은 겁니다. 철로 위에 언제 뭐가 떨어질지 모르니까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서울역고가를 지난 18일 오후 직접 찾아가봤다. 현장을 안내한 한승윤 서울시 교량안전과 공사과장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고가 아래 낙하방지시설로 보이는 폭 15미터, 길이 60미터의 장치가 고가 하부를 싸고 매달려있다.

한 과장에 따르면, 서울역고가 하부에 이 같은 크고 작은 낙하방지시설이 5곳 설치돼있다고 한다. 노후화된 고가에서 떨어진 콘크리트 조각이 사람이나 열차를 덮쳐 큰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작년초 실제로 직경 40cm의 콘크리트 조각이 교통섬에 떨어진 뒤 내려진 조치다.

그는 이같이 콘크리트가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겨울이 되자 (벌어진 틈으로) 하단 콘크리트에 물이 유입되고 철근이 팽창되면 다시 콘크리트를 밀어내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며칠 전에는 열차가 안 다니는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떨어져내릴 가능성이 있는 콘크리트 부분을 일부러 떨어내기도 했다. 손으로 조금만 대도 콘크리트 가루가 떨어지고, 작은 망치로 두드리면 조각들이 떨어져나올 정도라는 것.

낡은 콘크리트 틈새로 물이 스며들어 하얗게 바래는 '백화현상'을 보이는 부분과 오래된 페인트칠이 들떠 보기 흉한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국토부, 서울경찰청, 문화재청... 산너머 산
서울시가 오는 29일 서울역고가를 폐쇄하고 교통을 통제한다는 방침이지만, 서울경찰청은 교통대책 미흡을 이유로 심의를 보류하고 있다. ⓒ 유성호
서울시는 오는 29일 0시를 기점으로 서울역고가를 폐쇄하고 교통을 통제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저런 논란이 있지만 시민들의 안전상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초 서울시는 지난 1970년 지어져 45년이나 됐고 2006년 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서울역고가를 완전 철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작년 9월 철거 대신 시민들이 걸어다닐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기로 하면서 논란의 중심이 됐다.

폐쇄 후 당장 피해를 볼 남대문시장과 인근 봉제공장 상인들이 반대에 나섰고,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를 견제하려는 정치권도 곱게 보지 않았다.

서울경찰청은 교통안전대책과 노선변경 적정성 검토 등을 이유로 서울시의 계획안을 두 차례나 승인보류시켰고, 문화재청도 고가에서 서울역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서울역의 경관을 가린다며 부결시켰다.

최근 국토연구원 검토 결과 교통대책에 큰 문제가 없다는 보도가 나오기는 했지만 국토교통부는 '노선변경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했을 뿐 교통대책은 경찰청 협의사항'이라고 밝혀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 설사 국토부가 승인하더라도 서울경찰청이 반드시 승인해줄 것이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반대측 "시민 불편 심각... 무너질 우려 없으니 폐쇄 연기해야"
서울시 중구 재향군인회가 서울역고가공원화 사업을 반대하며 대체도로 건설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걸어놓았다. ⓒ 유성호
지상욱 새누리당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역고가 폐쇄에 반대하는 건의서를 국토부에 제출했다.

토목환경공학 전문가인 그는 "박 시장은 안전 문제로 당장 고가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고가는 일반적인 콘크리트가 아니라 철판 거더교(girder bridge)라서 당장 폐쇄해야 할 만큼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역고가는 매일 5만여 명이 이용하는 생계도로라서, 당장 폐쇄하면 이를 이용하는 서울 시민의 심각한 불편을 초래할 뿐 아니라 인근 상권의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역고가가 시작되는 지점 인근의 중구 만리동 '7017전망대' 앞에는 지역 직능단체들의 서울역고가 공원화 반대 플래카드가 10여 개 걸려있어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서울시 "콘크리트 낙하물은 어떡하고... 하루빨리 폐쇄해야"
현장 관계자가 노후화된 서울역고가에서 콘크리트가 떨어지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 고가 하부에 설치된 낙하물 방지 시설물을 보여주고 있다. ⓒ 유성호
서울역고가 하부에 페인트칠이 벗겨져 흉물스럽게 변해있다. ⓒ 유성호
서울역 일대 주민들은 악취를 풍기고 있는 서울역고가 하부 청소차량 차고지 이전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해왔다. ⓒ 유성호
이에 대해 서울시 실무자들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권완택 서울역일대종합발전기획단 사업계획팀장은 "지 위원장의 말대로 서울역고가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노후화돼 아래로 떨어져내리는 콘크리트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손창익 교량안전과 강북일반교량팀장도 "다가오는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가 얼었다 풀렸다 해서 철근이 팽창할 수 있고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며 "시민 안전 차원에서 하루빨리 폐쇄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권 팀장은 상권 위축에 대한 상인들과 소상공인들의 우려에 대해서도 "찬반 논란이 있지만 서울역고가는 안전 차원에서라도 어차피 철거 또는 폐쇄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며 "시는 우회도로와 대중교통 확충, 남대문시장 활성화, 북부역세권개발 등을 통해 시민들의 우려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가를 그냥 철거해버리는 것보다 공원화해서 보행로를 열어주는 것이 시민들의 교통 편의와 주변상권을 위해 더 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청 승인 끝내 안 나면 '교통대란' 불보듯
남대문시장 상인들과 만리동 봉제업자 등 지역주민들은 고가가 폐쇄될 경우 교통 불편으로 상권 침체가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 유성호
만약 폐쇄예정일인 29일 0시까지 서울경찰청이 승인해주지 않으면 교통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퇴계로에서 오다가 연세빌딩 앞에서 현재는 우회전만 되던 것을 고가가 폐쇄되면 통일로로도 연결시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고가로 넘어가지 못한 차들이 전부 우회전해 남대문쪽으로만 몰리게 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어차피 교통개선안이 심의위원들과 함께 서울경찰청이 주도적으로 만든 데다가 국토부 승인만 나면 경찰도 승인해주겠다고 공공연히 말했다"며 "시민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일이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태그:#서울역고가,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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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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