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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등을 촉구하는 전국대학생대표자 농성단이 11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연행학우 석방', '이명박정부 심판' 등을 외치며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등을 촉구하는 전국대학생대표자 농성단이 11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연행학우 석방', '이명박정부 심판' 등을 외치며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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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1일 밤 11시 40분]

'일반 학우'들의 발랄한 결기 "등록금을 인하하라"
<'명'자민 '박'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등 기발한 피켓도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이 주축이 된 11일 '대학생 투쟁'은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오후 5시께 명동성당에서 3보 1배를 시작할 때 100여 명이었던 대학생 규모는 저녁 7시 30분 밀리오레 앞 촛불 문화제 때는 600여 명까지 불어났다. 부산경남, 광주전남 등 대부분 지역 대학생 대표들까지 이곳에 모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촛불정국 당시 각 대학이나 과 깃발 아래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온 적은 있었으나, 조직화된 연합체 차원의 사회적 움직임은 오랜만의 일이어서 주목된다.

 [댓글논쟁] 등록금 인하요구 여대생 삭발, 어떻게 볼까?

이들은 복장부터 기존의 '운동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칙칙하고 헐렁한 복장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많은 여학생들은 핸드백을 어깨에 걸거나 하이힐을 신었고 남학생들 역시 '끈 풀린 운동화' 차림은 없었다. 이른바 '일반 학우'들이었다.

이들은 민중가요와 대중가요를 자연스레 섞어 불렀으며 즉석에서 장기자랑을 열어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 명동 거리를 이동할 때는 "연행학우 석방하라", "등록금을 인하하라", "이명박 정부 심판하자" 등의 구호를 한목소리로 외쳤으나, 함께 모여 있을 때는 늘 춤추고 노래 부르는 등 발랄한 모습이었다.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명'자민 '박'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는 피켓 등 기발한 아이디어도 등장했으며 "민주주의 '상습' 파괴 대통령도 연행해라"는 '손수제작물'도 보였다.

촛불문화제를 끝낸 대학생들은 명동길을 두루 거쳐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쪽으로 이동했으나 전경에 막혀 더 이상은 나아가지 못했다. 일부 '촛불시민'들은 이들에게 "가두로 나가야 한다", "전경과 붙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으나 이들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전경들과 몸싸움 등 거친 언행을 자제하고, 길이 나면 길이 나는 대로 뛰고 막히면 그 자리에 앉아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 저마다 "우리는 5월 1일에 우리의 요구를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란 이유였다. 한대련은 5월 1일과 2일 노동계와 함께 '등록금 인하 비정규직 철폐 이명박 심판 범국민대회'와 '전국대학생행동'을 개최할 예정이다.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등을 촉구하는 전국대학생대표자 농성단이 11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거리선전전을 한 뒤 정리집회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등을 촉구하는 전국대학생대표자 농성단이 11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거리선전전을 한 뒤 정리집회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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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하와 청년실업 해결, 이명박정부 심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선전전을 벌이자 경찰이 가두로 나가는 통로를 막고 있다.
 11일 저녁 서울 명동에서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하와 청년실업 해결, 이명박정부 심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선전전을 벌이자 경찰이 가두로 나가는 통로를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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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기는 번뜩였다. 노영민 동아대 생명자원과학대 학생회장은 동료 대학생 49명이 연행된 10일을 상기하며 "정권이 50명을 잡아들인다고 해서, 등록금 해결을 외치는 수많은 학우들의 목소리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면서 "5월 1일 투쟁을 반드시 성사시켜 대학생들이 숨 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들로 넘쳐난 명동 거리에서는 대학생들에게 "불편하다", "짜증난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대학생들 파이팅", "보기 좋다"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대련 소속 대학생들은 밤 10시께 외환은행 본점 뒤에서 간단한 정리집회를 열었으며 이를 끝으로 11일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1신 : 11일 저녁 8시 6분]

"연행학우 석방하라" 3보 1배도 경찰에 막혀

11일 오후 5시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 벚꽃축제가 한창인 여의도에서 2시간여 동안 선전전을 벌이던 대학생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파르라니 깎은 머리가 눈에 띄었다. 성공회대, 덕성여대, 숙명여대, 숭실대 총학생회장 등 대부분이 여학생들이었다. 10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연행된 49명에 포함된 대부분의 남학생 대표들은 아직 석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후 5시 30분부터 무릎에 노란 수건을 묶고 목장갑을 끼기 시작했다. '연행학우 석방,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삼보일배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박해선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오늘 우리는 연행학우 석방과 청년실업 해결을 요구하는 삼보일배를 시작할 것"이라면서 "작은 고통이 있겠지만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들의 고통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오후 6시, 학생들은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서서히 빠져나와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50여 명의 대학생들이 삼보일배에 동참하고 나머지 50여 명은 뒤에서 따르며 구호를 함께 외치는 형식이었다. 사회자가 "공안탄압 규탄한다", "등록금을 인하하라", "연행학우 석방하라", "이명박 정부 심판하자" 라는 구호를 외치면 이를 신호로 세 발 떼고 한 번 절하는 의식이 이어졌다.

하지만 삼보일배는 채 10분을 이어가지 못했다. 대학생들이 명동성당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서울 로열호텔 앞을 지날때쯤 경찰이 이들을 완전히 에워쌌기 때문이다.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등을 촉구하는 전국대학생대표자 농성단이 11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에서 '연행학우 석방', '이명박정부 심판' 등을 외치며 삼보일배 행진을 벌이자 경찰이 이들을 에워싸고 있다.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등을 촉구하는 전국대학생대표자 농성단이 11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에서 '연행학우 석방', '이명박정부 심판' 등을 외치며 삼보일배 행진을 벌이자 경찰이 이들을 에워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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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등을 촉구하는 전국대학생대표자 농성단이 11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에서 '연행학우 석방', '이명박정부 심판' 등을 외치며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등을 촉구하는 전국대학생대표자 농성단이 11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에서 '연행학우 석방', '이명박정부 심판' 등을 외치며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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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희 성공회대 총학생회장은 "우리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대학생이어서 가진 머리카락을 잘라가며 호소하고 있으나 오늘도 전경들의 우리의 요구를 가로막고 있다"면서 "계속 삼보일배를 진행하겠다"고 외쳤다.

하지만 전경들은 "대열정비", "화이바써", "방패들어"라는 구호를 차례로 외치며 이들의 전진을 촘촘히 막아나섰다. 결국 '3보'를 할 수 없게 된 대학생들은 5분여 동안 '1배'만을 하면서 계속 구호를 외친 뒤 선두를 돌려 명동성당 들머리로 다시 들어갔다. 문소영 덕성여대 총학생회장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우린 어처구니 없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대학생들은 절대 탄압에 꺾이지 않고 열심히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대련은 11일 낸 대국민성명서에서 "부산대 총학생회장, 고려대 총학생회장 등 회장단이 속속 수배되고 지난 2주 사이에만 대학생 40여 명에게 소환장이 발부되었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전 국민을 잡아간다고 해도 진보를 향한 역사의 힘찬 전진은 결코 막아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명박 심판 없이 대학생의 미래와 서민들의 미래는 없다"면서 "5월 1일 전국의 대학생들이 함께 모여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저녁 7시 30분 무렵부터 명동 밀리오레 앞으로 자리를 옮겨 촛불문화제를 진행 중이다.

[인터뷰] 박해선 서울대학생연합 의장(숙명여대 총학생회장)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등을 촉구하며 삭발한 박해선 숙명여대 총학생회장
 '등록금 인하, 청년실업 해결' 등을 촉구하며 삭발한 박해선 숙명여대 총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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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에는 여학생 대표자들만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을 이끌었다. 10일 연행된 남학생 대표들은 아직 석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청운동 사무실 앞 삭발식에도 동참했던 박해선 서울지역대학생연합(서울대련) 의장(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이 주로 마이크를 잡았고 삼보일배에도 맨 앞에 섰다. 10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한 박 의장은 이명박 정부의 대학생 정책 및 청년 대책을 강하게 질타했다.

-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에는 몇 개 대학 총학생회가 가입되어 있나?
"고려대, 숭실대, 항공대, 성공회대, 숙명여대, 덕성여대 등 전국 70여 개 대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 '전국 대학생 대표자 농성단'을 만들게 된 계기는?
"우리는 등록금 인하만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MB 정부와 서민 대학생들의 거리는 너무나 멀다. 정부를 심판하지 않으면 우리 미래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 청년 실업 문제와 등록금 문제를 중심으로 '반이명박' 기조의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을 하게 됐다."

- 10일 청운동 동사무소 앞 기자회견에서 50여 명이 연행됐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
"대표자 농성단을 구성한 뒤 기자회견 및 삭발식을 하고 우리의 의지를 밝힌 뒤 서울 시내 3~4개 학교로 들어가 선전전을 하고 3일동안 농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었다. 삭발을 막 마치고 마지막 발언을 하고 있는데 경찰들이 갑자기 밀어닥쳤다. 경찰 무전기로 '000 잡아라', 'XXX 잡아라'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미 수배상태인 한대련 의장 등을 잡기 위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늘 새벽 부분적으로 석방되긴 했지만 대다수가 아직 석방되지 못하고 있다. 정말 납득할 수가 없다."

- 작금의 대학 분위기는 어떤가?
"대학생들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음을 느낀다. 예체능 대학이나 이공대 학생들의 상실감은 훨씬 더 큰 것 같다. 등록금 문제도 거의 풀리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있으나 지치고, 익숙해진 것 같다. 하지만 지난해 촛불정국에서 이것이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학우들이 많이 인식했다."

- 경제 위기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 등록금 부담도 더 커졌을 것 같다
"많은 대학이 '동결' 결정을 했지만 한 아르바이트 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40%의 대학생들이 휴학을 고려하고 있다. 워낙 고액 등록금 시대이니까, 1000만원이냐, 1010만원이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 반값 등록금이나 후불제, 상한제 등의 정책이 정치적으로 다뤄지기도 했는데 학교 당국의 변화 움직임은 없나?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물론 일부 대학에서 학자금 보전 등의 정책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등록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도덕적인 문제보다는 경영적인 문제가 앞서고 있다."

-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인턴제'에 대한 대학생들의 평가는?
"어처구니없는 정책이라고 본다. 비정규직 계약직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사회 경험이라기보다는 대부분의 인턴이 잡무에 시달리고 있다. 이걸 '일자리 정책'이라고 부를 수 있나. 노동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 역시 훼손하는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인턴제를 시행한다든지 대졸 초임을 깎는다는지 하는 정책을 보면, 이 정부는 정말 20대를 만만하게 본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청년들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전혀 없다."

- 이후 한대련 차원의 활동 계획은?
"5월 1일부터 이틀간 큰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끊겼던 '노학연대'가 복구될 것으로 본다. 등록금을 마련하는 주체는 아직 학부모들이다. 즉 노동자들이다. 1일에는 '등록금 인하 비정규직 철폐 이명박 심판 범국민대회'를 서울에서 열 것이며 2일에는 전국 대학생들이 모이는 '대학생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 승리를 시작으로 진보개혁 진영이 계속 이길 수 있도록 대학생들이 앞장설 것이다. "

- 홈페이지를 보니 '제2의 촛불항쟁을 대학생들이 이끌겠다'고 했던데?
"절박한 위기라고 본다. 심각한 현실이다. 하지만 일상은 너무나 평온하다.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분노가 폭발하는 절정의 시점이 분명히 올 것이다. 막 삭발한 대학생들의 목을 꺾어 잡아가는 정권 아닌가. 활동하는 대학생들마저 뭉치지 못하게 하는 정권 아닌가. 살벌한 지금의 상황에서는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펼져지고 있다. 이 정부가 지지 계층 몇 %만을 위한 정책을 펴는 한 기대할 것은 없다. 역사의 무게에서 아주 중요한 4년이 될 것이라고 본다. 대학생들의 결의도 그만큼 크다고 말할 수 있다."


태그:#한대련, #이명박, #청년실업, #박해선, #서울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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