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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능력시험이 불과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들은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거쳐 마침내 그동안 자신이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에서 거둔 전과를 확인하는 ‘그날’이 다가온 것이다.


물론 어느 수험생은 고지 정상에 깃발을 세울 수 있을 것이고 어느 수험생은 9부 능선에서 관측하는가 하면 또 어느 수험생은 7부 능선에서 참호를 파기도 할 것이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누가 자신의 역량에 맞춰 최선을 다했는가, 또 자신이 그동안 준비해온 수험생으로서의 자산을 아낌없이 쏟아부을 수 있는가가 중요할 뿐이다.

 

아직은 끝나지 않은 자신과의 치열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고3 교실을 찾았다. 대구시 달서구 성서지역에 자리한 대구 경원고등학교의 고3 교실도 여느 학교의 그곳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교문에는 물론이고 학교 곳곳에 나붙어 있는 격문들로 인해 학교의 분위기는 짐작할 수 있었으나 기자가 민망할 정도로 고요한 교실과 학생들의 초연한 모습은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푸석한 얼굴, 졸음을 참느라 얼마나 부볐는지 토끼 눈처럼 빨갛게 충혈된 눈을 책 속에 파묻은 채 좀체 고개를 들려 하지 않는다.

 

‘이 땅의 입시가 이들에게 과연 무슨 의미인가?’ 오래 전에 이미 입시의 녹녹치 않은 여정을 지냈던 기자의 가슴에 수험생들의 고난과 번민의 무게가 그대로 전해져 와 마음 한 구석이 아리기까지 했다.


수능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자신이 있느냐고 한 수험생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학생은 참으로 한가한 질문을 하고 있는 기자에게 핼쑥한 얼굴로 대답했다.

 

“시간이 한 달만 더 남았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보강할 것도 많고 불안한 부분도 많은데 벌써 수능이 며칠 남지 않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네요.”


또 다른 학생이 한 마디 거든다. “시험을 몇 번으로 나눠보면 좋겠는데 딱 한 번에 모든 것이 결정되니까 스트레스가 엄청나요.”

 

유승재 교장은 학생들이 입시제도에 묶여 나이에 걸맞지 않은 고생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유 교장은 “하지만 입시가 중요하다고 해서 학교가 단순히 학력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며 “학생들의 마음을 순화하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 유명시인을 초청하고 음악을 들려주는 등 전인교육도 게을리하고 있지 않다 ”고 강조했다.


학교 선생님들의 모습도 학생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수험생의 일과와 행동을 같이하고 또 그들의 지도를 위한 준비에 전념하다 보면 수험생의 하루보다 결코 녹녹하지 않은가 보다.

 

유 교장은 “선생님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학생지도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고 학생들도 선생님들을 잘 믿고 따르는 것이 우리 학교가 가지고 있는 수능 대박을 위한 자산”이라며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학생들의 수능결과는 그 어느 때보다 우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결코 바람직하다 할 수 없는 입시 지옥의 틀이지만 묵묵히 그동안의 고통과 번민의 세월을 잘 참고 지내온 학생들과 그들을 위해 같이 고민하고 함께 아파하던 교사들의 노력이 그들의 말대로 ‘수능 대박’으로 거둬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났다.


수능-10일 대구 경원고등학교의 3학년 교실, 그곳에선 아직도 자신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태그:#수학능력시험, #경원고등학교, #대입수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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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인 달신문에서 약 4년, 전국아파트신문에서 약 2년의 기자생활을 마쳤으며 2007면 10월부터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에 소재하는 외국인근로자쉼터에서 재직중에 있슴. 인도네시아 근로자를 비롯해 우즈베키스탄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보호와 사고수습 등의 업무를 하고 있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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