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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근길 지하철에서 시민들이 무료신문을 보고 있다.
ⓒ 한국NGO신문
지하철을 타고 아침에 출근할 때면 역 앞에서 무료신문을 나눠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메트로>와 <포커스>. 때로는 사람이 손에서 손으로 전해주고, 아니면 출근길 시민들이 무인 배포대에 쌓인 신문을 직접 집어간다. 이제는 무료신문을 집어들고 지하철을 타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

그런데 '공짜'라는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보는 이 무료신문이 사회적으로 팽팽히 맞선 갈등에 대해 한쪽 편을 들면서 편향된 기사를 싣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이 기사를 읽는 사람들 개개인의 생각에, 그리고 여론형성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유료신문과 같이 무료신문도 언론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편향성을 띤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 언론의 병폐이기도 한 자본예속성이 그대로 표출된 언론 출현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들 신문이 서울과 수도권, 부산 등지에 대량으로 뿌려질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은 '자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광고수입으로만 운영되는 무료신문이 자본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근거해 편향된 기사를 쏟아낸다면 이는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아래 기사에서는 무료신문의 실태와 논조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필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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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가판시장은 무가지 ' 천국 '

▲ 8월27일자 포커스 1면
작년 5월 31일에 창간한 <메트로>와 지난 6월 16일에 창간한 <더 데일리 포커스>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에만 각각 40만부와 53만부를 발행하고 있다. 두 신문의 발행부수를 합치고 지하철 안에서 신문을 돌려보는 사람들까지 치게 되면 무료신문을 보는 독자는 족히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 신문은 아침시간대 신문을 보지 않는 사람들과 졸거나 무료하게 출근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주요 현안에 대한 정보를 '뉴스 브리핑'식으로 제공한다. 기획, 분석과 같은 긴 기사는 지양하면서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읽을거리들을 짤막하게 담아내고, 더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일간지나 인터넷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특히 정치 관련 기사는 되도록이면 싣지 않고 스포츠, 연예, 주식 및 부동산 정보, 재테크 등 흥미거리나 생활정보기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 8월 27일자 메트로 1면
소속 기자들이 쓴 기사는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이 연합뉴스에서 가져온 기사들로 채워지는 무료신문은 사설이나 칼럼이 없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무료신문이 신문이냐? 정론이 없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메트로> 최정길 경영기획실장은 이에 대해 "그럼 자기주장만 몇 면에 걸쳐 하는 등 사설만 있는 언론이 언론이냐?"면서 "언론의 기본은 사실보도"라고 말하고 "메트로의 편집방향은 편향된 기사는 싣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사견 없이 전달해주고 독자로 하여금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무료신문이 갖는 기존 일간지와의 차이점이라는 것.

그러나 무료신문이 브리핑식의 간단한 정보전달만 한다고 해도 수많은 정보 중에 일부를 추려 전달하는 주체가 있기 마련이고 편집방향이 '무색무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조 이정호 국장은 "최근 이들 신문이 상업주의에 젖어들고 있는 모습이 보여 우려스럽다"면서 "무가지는 판매수익이 없기 때문에 광고주 입맛대로 기사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무가지는 수익구조를 신문 구독료가 아닌 전적으로 광고에 의존하기 때문에 친자본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가능성이 일간지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포커스> 친재계적 논조 뚜렷

▲ 포커스 자료사진1
실제 포커스는 창간호(6월 16일자)에서부터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의 사진과 함께 "부시마음 변하기 전 한국정부 나서서 북핵 빨리 해결을"이란 그의 주장을 1면 제목으로 뽑으면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에릭 닐슨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사장 “오락가락 노사정책에 투자 망설여져” (6.27)
▶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 “파업 끝나도 불법파업 책임 물을 것” (6.30)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 “한국경제 유럽 추종말라” ‘분배중시 친노정책 성장방해’ (7.1)
▶김정태 국민은행 행장 “갈등-혼란 일으키는 반개혁세력 인사조치” (7.2)
▶대한상공회의소 “외국기업 67% 행정절차 복잡 사업 못하겠다” (7.21)
▶구자홍 LG전자 회장 “3만원 넘으면 뇌물로 보겠다” (7.22)
▶‘신국부론’ 저자이자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 “노사모델 수입 환상 쫓는 것” (7.23)
▶박윤식 조지워싱턴대 교수 “팽배한 반기업정서 한국경제 발전장애” (7.25)
▶블룸버그통신 칼럼니스트 윌리엄 폐섹 2세 “한국경제 전투적노조 제물됐다” (8.13)


▲ 포커스 자료 사진2
이외에도 하바드 주한 미 대사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등이 포커스 1면의 주인공이었고, 인물이 실리지 않을 때는 주로 증시 등 경제관련 기사가 톱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삼성 이건희 회장(8월 13일자)의 경우에는 1면에 소개를 하고 안쪽에서 두 면의 지면을 할애해 실었는데, 삼성 노조가 포커스에 전화를 걸어 "말도 안 되게 미화했다"고 비판하는 등 반발을 사기도 했다. 삼성일반노동조합의 김성환 위원장은 내부에 노사간 갈등이 있는 상황에서 "그런 기사를 쓰려면 한쪽 얘기만 쓰지 말고 양측의 얘기를 모두 다뤘어야 했다고 지적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하철 무가지, 여론형성기능 '무시못해'

▲ 포커스 자료 사진3
"포커스의 편집방향은 인물중심, 팩트 중심으로 가능하면 1면은 인물중심으로 뽑는다”고 언급한 박상인 포커스 부국장은 '주로 재계 CEO를 싣고 그 주장이 제목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1면으로 크게 올리긴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때로는 친재계적으로 비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고 그런 시각에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고 밝힌 박 부국장은 "포커스의 관점은 딱 하나, 국익"이라면서 "국익에 관련한 내용을 실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보는 한국에 대한 시각이라든지 따끔한 얘기들, 특히 외신의 한국에 대한 언급을 많이 싣고 유명 칼럼니스트라든가 유력 인사들이 얘기한 것은 키워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싣는다는 것.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포커스는 기업의 시각에서 '포커스'를 맞추고 유력인사도 보수적 논객에 한정함으로써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 포커스 자료 사진4
박 부국장은 이어 "기존 신문들은 사주나 신문 색깔에 맞춰 편집하지만 우리는 색깔이라는 걸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눈치 볼 게 없다"면서 "노조나 시민단체 눈치를 보며 할 말 못하는 정치인들도 많은데 우리가 그런 것을 대변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규행 전 메트로 대표이사(현 포커스 사장)가 새롬기술 자본과 함께 만든 포커스는 홍기태 새롬기술 사장이 개인 자격으로 지분의 50%를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 50%는 새롬기술 법인이 갖고 있는 등 100% 새롬기술 자본으로 설립됐으며, 메트로에서 일했던 기자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초반에 잠시 배포원이 나왔을 뿐 요즘엔 거의 무인배포대에 신문을 쌓아두는 메트로와는 달리, 무료신문의 후발주자 포커스는 현재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펴면서 지하철역마다 2~3명의 사람이 직접 나와 신문을 나눠주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이정호 국장은 "유럽의 경우 무료신문은 '벼룩시장'처럼 시민들이 알아서 갖고 가게 되어 있는데 현재 포커스의 경우 무리하게 출혈해가면서까지 과다경쟁을 하고 있다"면서, "그 인력을 과연 유지할 수 있겠느냐"며 "이렇게 간다면 버틸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기도 했다.

무료신문 시장 급성장 추세

두 신문이 경쟁 과열 양상을 보이며 서울과 수도권에 이어 부산 등지로 배포망을 확대하고 전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이 추세로 간다면 조만간 무료신문 시장은 다른 대자본도 뛰어들면서 '정글'과 같은 경쟁체제로 갈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메트로의 경우만 봐도 자본금 40여억원으로 시작해 창업 1년만에 손익분기점 가까이에 이르렀고, 불특정 다수가 보는 무료일간지의 광고효과를 눈여겨본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무료신문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수신문 워싱턴포스트도 얼마 전 자체 무료신문을 창간해 배포하기 시작했으며, 전문가들은 머지 않아 조중동 등 기존 일간지들도 무료신문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무료신문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이미 외국에서는 이런 신문이 많이 있다"고 밝혔다. 이동인구가 많아지면서 지하철에서 펼쳐 보기 힘든 기존 일간지의 문제점을 개선, 크기를 반으로 줄인 타블로이드판이 나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고, 이들 무료신문이 정보제공지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언론사가 장사나 이윤만을 목적으로 하여 신문 색깔을 영업적 목적에 맞춰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근길 지하철에서 무료 일간지를 읽고 있는 시민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국, 지하철 유동인구 천만 명…세계 2위
정보 편향되지 않도록 시민사회 감시 필요


한국은 지하철 유동인구가 천만 명으로 세계 2위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아침시간 지하철이라는 공간 안에서 무료신문을 읽으며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얻고 있다.

"잠깐 읽고 버리는 정보지라고 하지만 지하철 출근길에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회사에 나가 동료들과 얘기를 하기 때문에 이들 신문의 논조는 사람들에게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영은 활동가는 무료신문이 "여론형성기능을 오히려 더할 수도 있는 매체라는 점에서 위험성이 있다"고 말한다. 지하철 무가지가 갖는 여론형성기능을 시민사회가 간과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현재 언론 관련 시민단체는 이들 무료신문에 대해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언론환경의 변화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향후 이들 신문이 가져올 영향력을 내다보고 편향된 논조를 제어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모니터를 통한 비판적 감시가 시민사회에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세력, 여론 장악 프로젝트 가동되나
무료신문 독자만 잡아도 내년 총선은 ‘누워서 떡먹기?’

현재 한국 사회는 ‘보수’ 대 ‘개혁 혹은 진보’로 전선이 갈려지고 있다. 이 대결은 내년 총선에서도 불꽃을 튀기며 전개될 것이다. 기존의 3대 일간지나 경제신문들이 전자의 편에 서있는 지금 지하철 무가지마저 재계와 보수언론, 야당 중심으로 흘러간다면 이는 내년 총선과 연계돼 보수 세력의 여론형성과 궤를 같이 하게 되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보수적 성향을 강하게 띤 한 무료신문을 두고 내년 총선을 위한 보수세력의 ‘여론 장악’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민언련 이송지혜 모니터 부장은 이 신문이 “조중동의 오보를 그대로 받아 1면에 오보를 실은 적도 있었다”고 지적했고, 전국언론노조 이정호 국장은 “정보를 간단하게 언급한 뒤 독자가 더 자세한 정보를 찾으려 하면 조중동을 읽을 수 있도록 편집국에서 신경을 쓴다”고 귀띔했다.

사실만 요약보도하고 분석은 타 매체와 보완관계를 맺는다는 무료일간지가 내심으론 조중동에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지적이다.

"무가지 신문시장 잠식하면 조중동 보다 마이너 신문 더 영향받을 것”

한편 한눈에 들어오는 크기의 타블로이드판 무가지가 지닌 높은 광고 효과가 일간지 광고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이사는 “무가지들이 산업적 차원에서 광고주를 끌어당겨 서서히 신문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면 조중동보다는 한겨레나 경향신문 등 상대적으로 마이너 신문이 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가지의 진입으로) 광고시장의 '파이'가 줄어든 상황에서 재정적으로 취약한 신문사가 더욱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민주노동당도 <주간 진보정치>를 통해 “대량 살포되는 지하철 무가지가 질과 내용보다는 자본력을 중심으로 하는 신문 경쟁 구도를 더욱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경향> <한겨레> 등 재정이 취약한 신문들이 모여 시행하고 시작한 공동배달제에도 무가지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냐 하는 우려에 대해 이정호 국장은 “한국의 경우 공동배달제는 가정배달 중심이기에 이들 무료신문과는 시장이 달라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반면 정영은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무가지의 등장 이후 “실제 가판에서 좀 팔리던 한겨레가 요즘 잘 안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조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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