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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광화문에서 벌어진 1백만 촛불 인간띠잇기 대회를 현장에서 취재한 기자로서 일선 경찰 중대장인 이동환 경감이 오마이스에 올린 기사 '경찰은 촛불행사 방해하지 않는다'에 대한 반론이다.

참고로 나는 이동환 기자와 직접 만난 적도 대화를 나눈 적도 있음을 독자들에게 밝힌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이동환 기자는 경찰 내에서도 젊고 개혁적인 유능한 경찰 중의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동환 기자가 오마이뉴스 기자회원으로서 오마이뉴스 지면에 올리는 글은 분명히 '개인 이동환 기자'의 글이 아니다. '경찰 이동환 경감'으로서 경찰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하는 목적의식적 글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동환 기자는 '경찰폭력 사실'을 왜곡해

이동환 기자는 자신의 글에서 '일부 언론을 통해서 보도된 촛불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처는 사실과 다르다. 촛불행사 자체를 막거나 진압하지 않는다', '일부 젊은 사람들이 경찰의 차량 바리케이드를 넘어서 이순신 동상쪽으로 왔으나 '폴리스 라인'을 침범한 위법사실을 알리면서 설득하자 대부분 사람들은 다시 나갔다' 라고 썼다.

그러나 결론을 먼저 말하면 그의 글 중 핵심적인 내용은 명백히 사실왜곡이다. 기자는 31일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발생한 지점 - 비각, 광화문 네거리 경찰 버스 안의 공간 등 - 에서 현장을 비교적 생생하게 지켜봤다. 기자는 비각 돌 계단 위와 경찰 버스 차량 위에서 취재활동을 벌였다.

▲ 미대사관 에워싸기를 위해 길을 비켜줄 것을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휴대용 소화기를 쏘고 있다.
ⓒ 시민의신문 이정민
오후 8시 30분 사이에서 9시 30분 사이 일부 시위대가 경찰버스를 뚫고 들어간 광화문 네거리 공간 안에서 경찰은 촛불을 든 비무장 여중생과 학생, 시민들에게 방패를 90도로 세워 휘두르고 무차별적인 경찰폭력을 행사했다. 시민, 학생들의 비명이 쏟아졌다. 근접 취재를 한 기자는 황급히 몸을 빼서 측면으로 이동해 위기를 모면했다. 당시 방패를 휘두른 중대는 '1076'중대원들이다.

두려움에 가득찬 얼굴을 한 구로구 오류동에서 왔다는 여중생 4~5명은 "경찰이 여여중생들에게 마구 방패를 휘둘렀다"고 기자에게 생생히 증언하기도 했다.

또한 경찰버스쪽에 포위된 10여 명 가량의 비무장 시민들을 경찰병력 50여 명이 완전 압박해 질식할 정도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그 바깥 쪽에는 2~3백 여명의 시위대가 촛불을 든채 "폭력경찰 물러가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 경찰이 휘드른 방패에 부상을 당한 시민이 후송되고 있다.
ⓒ 시민의신문 이정민
비각 쪽 상황을 보자. 일부 시위대가 미대사관 진출을 위해 경찰쪽에서 봤을 때 불법적인 몸싸움을 벌였다. 주로 대학생과 젊은 시민들이 대열을 이루고 경찰과 직접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휴대용 소화기를 시민들을 향해 발사하고, 일부 경찰은 방패와 곤봉을 들어 시민들에게 휘둘렀다. 다수의 시민들이 경찰의 폭력에 희생된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 장면은 시민의신문 이정민 사진기자에 의해 생생히 잡혔다.

물론 기자의 눈에는 경찰 역시 탈진해 진압대열 후미로 나와서 진압복을 풀어헤치고, 부상을 수습하는 장면도 들어왔다. 취재수첩에는 당시의 장면이 기록되어 있다. 쓰러진 어린 경찰을 보는 기자의 마음도 아팠다. 같은 젊은이들이 한 해의 마지막 날 이렇게 대치하면서 쓰러지게 만든 근본적인 모순이 잉태한 비극이었다.

"경찰의 강경 폭력진압 먼저 척결해야 한다"

'월드컵 축제처럼 촛불 추모행사를 보호해 주자던 경찰 내 비둘기 목소리는 이제 입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오늘 촛불행사의 변화에 따라 그 입지가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이동환 기자가 글에서 언급한 말이다. 공감한다. 그러나 경찰은 촛불 추모행사를 보호해 주기 보다는 여전히 강경폭력진압을 앞세우고 있다. '인내진압'은 없고, 폭력진압 중대로 유명한 서울시경 1기동단 중대원들을 진압 대열에 투입해 방패를 휘두르는 진압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31일 비각 쪽에서 상황이 급박히 돌아가자 경찰은 무시무시한 날을 갈아세운 방패를 든 1기동단 대원들을 현장에 투입했다.

기자는 지난 7월 26일 종묘에서 벌어진 여중생 살해 미군규탄 5차 범국민대회를 취재하다 기자 신분을 밝혔음에도 경찰로부터 방패와 주먹 등으로 폭력을 당한 장본인이다. 글을 쓰는 이 시각까지도 경찰은 기자를 비롯 4인의 인터넷기자들에게 어떠한 사과도 없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지만 인권위 역시 경찰폭력에 대해 현재 90일이 경과했지만 진상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뒤 기자는 지난 31일의 촛불 시위까지 무수한 여중생 관련 집회 현장을 취재했지만 경찰은 무리한 폭력적 진압방식과 시민의 통행을 가로막는 행위를 고치지 않고 있다.

▲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이 광화문 네거리를 막아선 경찰버스를 뚫고 들어가 미대사관 에워싸기에 나서자 경찰이 '시민 에워싸기(?)'를 하고 있다.
ⓒ 시민의신문 이정민
31일 광화문 네거리 지하도는 경찰의 무장병력에 의해 점령당했으며 지난 1월 1일 경찰이 여중생 추모농성장을 강제해산 뒤 광화문 열린 시민마당에는 경찰 병력이 상주하고 있다. 특히 안국동 방향의 우측으로 꺾어지는 지점에 경찰버스 3대를 불법 주차시키면서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출근길에 사고 위험까지 상존하는데도 경찰은 불법으로 경찰버스를 도로에 세워두고 있다.

기자는 시위대의 과잉대응과 폭력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불법은 엄중히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경찰이 일방적으로 행사하는 경찰폭력에 시민들은 속수무책이다. 기자가 지난해 말지에서 고발한 '브레이크 풀린 경찰폭력'은 여전히 시민을 집회, 시위 현장에서 위협하고 있다.

이동환 기자가 개혁적인 생각을 지닌 경찰의 한 젊은 일선 중대장이라면 경찰폭력에 대책없이 노출돼 당하는 시민의 고통을 먼저 보듬어 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특히 지난 31일밤 '1076'중대가 시민에게 보여준 경찰폭력에 대해 진상을 조사해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해 주길 촉구한다.

'촛불시위 강경진압' '여중생농성장 강제해산' '경찰청장의 반미, 정치적 요구는 엄단' 등 여중생 사건으로 불거진 우리 국민의 '소파 개정, 부시 직접사과' 요구에 대해 정부와 경찰은 강경대응만 일삼고 있다. 끝으로 국민의 반미감정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도록 정부와 경찰 당국의 국민정서에 기반한 촛불시위 대처를 지면을 빌어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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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촛불행사 방해하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회를 빌어 작금 '촛불시위'와 관련해 벌어지는 논쟁이 언론에 의해 대서특필되면서 촛불시위를 파국으로 모는 '언론의 먹이감'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촛불시위'를 보도하는 오마이뉴스의 각별한 주의를 부탁하고 싶다. 현재 네티즌 김기보씨(앙마)와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대한 네티즌과 독자들의 비판에 귀 기울여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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