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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회장 김승연)이 대한생명과 신동아화재를 8236억원에 인수하면서 종합금융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한화컨소시엄은 대한생명이 보유중인 63빌딩과 신동아화재 주식(지분율 66.3%)도 함께 인수하게 돼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업에 동시 진출하게 됐다.

특히 재계순위 10위권 밖이던 한화그룹이 자산규모 26조1천억원 규모의 '거함' 대한생명을 인수하면서 재계 판도에도 큰 변화가 일 전망이어서 이를 놓고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 위원장 강금식)는 23일 예금보험공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대한생명 우선 협상 대상자인 한화컨소시엄을 대한생명 인수자로 최종 확정했다.

▲ 63빌딩
ⓒ 공희정
하지만 공자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이를 처리하지 못하고 재적위원 8명 가운데 3명이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등 공자위 내부에서도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에 대해 첨예한 논란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한편 공자위의 이번 결정을 놓고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대한생명 노조 등이 "헐값매각을 통한 졸속·특혜의혹"이라며 적극 반발하고 있어 향후 이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대한생명 노조(위원장 임우상)는 23일 성명을 통해 "대규모 적자를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실적을 부풀린 산업자본에게 막대한 국민혈세가 투입된 금융기관을 맡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2001년 회계연도 결산 시 87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하였고, 2002년 회계연도에도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이 예상되는 기업을 7천억 수준에 매각한다는 것은 헐값 매각을 통한 특혜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한화그룹은 경영능력과 재무 건전성이 의심스런 기업"이라면서 "한화컨소시엄의 구성원인 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유통은 증권선물위원회 감리 결과 분식회계로 제재를 받는 등 도덕성에서도 커다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는 구체적인 매각반대 이유에 대해, "한화종금은 97년 부실여신증가 및 유동성 부족으로 인가 취소되었으며, 예금 대지급을 위해 1조4800억원의 공자금이 투입됐다. 또한 한화파이낸스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230억원에 자본금 -500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기업이며, 한화그룹은 지난해 부채비율이 230% 이상에 달해 보험업법 요건을 충족할 수 없는 재무 불건전 기업"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사무금융노련 정종순 정책실장은 "다른 대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공적자금을 조속히 회수한다는 것에 집착해 더 커다란 문제를 발생시킬 요소를 남겨두는 것"이라며 "재무건전성 확보와 계열사 지원 방지 등의 방어벽을 만들었지만 페이퍼상의 약속을 믿기 어려우며 실효성 없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23일 성명서를 내고 "국정감사에서 한화의 인수자격에 대한 논란이 있는 가운데 표결까지 강행하면서 졸속으로 매각을 결정한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면서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는 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금식 공자위 위원장은 전체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통해 "한화컨소시엄의 대한생명 인수 자격은 한화측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할 당시 해결된 문제"라며 "매각 가격이 상당히 오른 만큼 대한생명 매각 협상을 더 이상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8236억에 대한생명 인수 확정

▲ 한화그룹 본사 사옥
그러나 한화의 대생 인수자격 논란과 관련해, 공자위는 엄격한 법률장치를 마련 눈길을 끌었다. 한화그룹은 인수 후 3년간 한화계열사에 대한 신규자금을 지원할 수 없고, 2005년 말까지 부채비율을 200% 밑으로 낮춰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에는 예보가 매각지분을 다시 사들일 수 있다. 또한 예보가 대한생명 이사 총 7명 중 2명의 임명권을 갖게 했다.

대한생명의 기업가치는 1조6150억원으로 당초 1조5200억원보다 1000억원 가량 인상됐고, 이에 따라 지분 51% 매각 대금도 8256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한화그룹은 인수시 4118억원, 2년후 4118억원 등 인수대금을 2회에 걸쳐 분할 납부하게 된다. 또 향후 5년 또는 대한생명 상장시점 중 빠른 시기에 추가로 16%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게 된다.

대한생명 가격논란과 관련해 강 위원장은 "지난해말 한화컨소시엄은 최초 투자 제안서에서 대한생명 전체 가치를 약 7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면서 "이에 비하면 지금의 가격은 2배 이상 상승한 것이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시 한화가 제시한 대한생명 전체 가치도 1조500억∼1조1000억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또 "매각자문사인 메릴린치는 한화측의 최종가격조건은 그간 전세계 60여개 투자자들과 접촉한 결과 받을 수 있는 최고수준이라고 평가했다"면서 "대생의 기업가치인 1조2000억~1조6000억원도 대생이 향후 4~5년간 매년 7000억~800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것을 전제로 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최순영 전 대한생명 회장과 관련한 세금문제,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세금문제, 퇴직금 청구소송, 대출채권 부실화에 따른 사후보전 등 풋백 옵션 조항은 삭제키로 했다.

강금식 위원장은 "풋백 옵션을 두지 않고 예보료 인상분도 반영하지 않게 돼 약 2500억원 정도의 부담을 한화 측에서 떠안게 됐다"면서 "실제 기업가치를 1조8650억원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한화컨소시엄은 한화그룹(한화석유화학 한화종합화학 한화유통 한화증권)이 63%, 일본 오릭스가 30%, 호주 맥쿼리 은행이 7% 등의 비율로 참여함에 따라 한화 계열 4개사가 우선 2600억원을 부담하게 된다.

창사50주년, 재계5위 거대기업으로
한화, 어떤 기업인가

▲ 한화그룹 50주년 상징
한화그룹은 오는 10월 9일, 창사 50주년을 맞이하며 제2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사지에 내몰렸던 한화그룹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 끝에 기사회생, 대한생명 인수를 통해 굴뚝산업 위주에서 금융업 전문 그룹으로 거듭날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화학·유화·기계 등 전통적인 '굴뚝산업'에 주력해 온 한화는 대한생명 인수를 계기로 그룹 주력사업을 금융·유통·레저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산업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한화는 외환위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계열사 32개를 거느린 재계 순위 9위의 대재벌이었지만, 수익을 내는 곳은 서너 개에 불과한 '속빈 강정'이었던 것. 하지만 한화그룹의 모체이기도 한 한화에너지를 매각하는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97년 1200%였던 부채비율이 2000년에는 130%로 떨어졌고, 2000년에는 창업이래 최초로 전 계열사가 흑자를 내는 진기록을 세웠고, 계열사간의 상호지급보증도 그해 말 완전히 해소됐다. 그후 대생 인수를 위한 유동성 확보과정에서 부채비율이 230%대로 다소 올랐고 계열사수도 대생, 신동아화재, 63시티 등이 편입됨으로써 27개로 늘었다.

이번에 한화는 자산규모 26조1천억원의 거함 대한생명을 인수함으로써 한화의 자산규모는 37조5천억원으로 껑충 뛰었으며 한화의 재계 순위도 공기업을 뺀 순수 민간기업으로는 삼성, LG, SK, 현대차에 이어 재계 5위 그룹으로 급부상 했다. / 공희정 기자

참여연대, "'밀어붙이기식', '졸속·특혜 매각'" 반발

한편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한화의 인수 자격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졸속으로 매각을 강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재고돼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5명의 민간위원 중 3명이 끝까지 반대의사를 표명해 결국 표결로 정한 것을 보면, 이는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대생을 한화에 매각한 것이며, '졸속·특혜 매각'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어서 "대한생명이 경영정상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작년 이후 1년에 수천억대의 이익을 내고 있다"면서 "정부지분의 회수를 높이거나 건전성, 보험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대한생명 인수자의 자격은 철저히 검증해야 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관계자는 "재경위 국회의원들도 국정감사 기간동안 한화의 대생인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다"면서 "금감위, 예금보험공사 등의 국감에서 불거져 나올 문제를 정부가 표결까지 강행하며 졸속으로 매각을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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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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