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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두고 충돌 중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사태와 관련된 의원들에 질의를 들으며 경찰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두고 충돌 중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사태와 관련된 의원들에 질의를 들으며 경찰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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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 등으로 궁지에 몰린 국면을 '공안정국'을 조성해 돌파하겠다는 정부당국의 노림수인가? 검찰은 만 2년 만에 공안대책회의를 열었다. 경찰은 충북경찰청 차장을 강정마을 대응팀 팀장으로 제주도로 급파했다. 모두 이례적인 조치들이다. 타깃은 오직 한 곳, 해군기지 반대를 외치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이다.

26일 오후 3시 검찰은 임정혁 대검 공안부장 주재로 '공안대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회의에는 검찰과 경찰청, 국정원과 국군기무사령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공안관계 기관이 모두 참여한 공안대책협의회가 열린 것은 지난 2009년 7월 쌍용자동차 노조 평택공장 점거사태 이후 만 2년 만이다.

검찰 관계자는 회의 개최 전부터 "공안대책협의회를 여는 이유는 최근 늘고 있는 불법 집단행동 관련"이라면서 "제주 해군기지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공안대책회의의 목적과 대상을 분명히 했다.

공안대책회의 결과도 사전 멘트와 다르지 않았다. 임정혁 공안부장은 공안대책협의회 협의사항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국책사업 및 합법적인 집회를 폭력, 불법적인 방법으로 방해하는 행위는 법규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안대책회의는 한상대 검찰총장이 지난 12일 취임하면서 '종북·좌익 세력과의 전쟁'을 선언한 이후 열린 첫 번째 회의였다.

경찰특공대장 출신 충북경찰청 차장 급파... 작전 시기 임박?

24일 강정마을 주민이 던진 김밥에 맞은 서귀포경찰서장.
 24일 강정마을 주민이 던진 김밥에 맞은 서귀포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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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강정마을회는 회의 소식을 접한 이후 "한 번도 폭력집회를 한 적도 없는 우리 주민들은 졸지에 '종북·좌익 세력'이 되고 말았다"며 "검찰 등 사법당국은 경찰과 시행사들이 저지른 온갖 불법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부당한 공권력에 저항한 주민들만 불온한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공안대책회의를 여는 동안 경찰은 윤종기 충북경찰청 차장을 제주지방경찰청에 급파했다. 강정마을 대응관련 전담팀을 운영하는 것이 그가 급파된 이유다. 윤 차장은 서울청에서 경찰특공대장, 경비2과장 등을 거쳤다.

경찰청 관계자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 집회·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비교적 현안이 적은 충북청장을 보내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은 "윤 차장의 이력으로 보아 강정마을 강경진압을 염두에 둔 배치 같다"며 "작전 시기가 임박한 것 아니겠냐"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앞서 25일 조현오 경찰청장은 "불법 집단행동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공권력이 무력화되는 사태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송양화 서귀포 경찰서장을 25일 전격 경질했다.

조현오 "불법행동 묵과 못해"... 김재윤 "경찰과 협상내용 다 알고있었으면서 왜?"
조 청장이 '불법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하는 사건은 지난 24일 발생했다.

해군기지 건설예정지 내에서 과태료까지 부과 받은 불법장비를 시공업체(삼성) 직원들이 조립하려하자 강동균 마을회장 등이 "이 장비 불법 장비 아니냐, 불법장비로 왜 공사를 강행하냐"고 항의를 했다.

강 회장이 항의를 하자마자 주변에 미리 배치돼있던 서귀포경찰서 사복형사들이 '공사 업무방해'라며 기다렸다는 듯 체포했다. 강 회장이 "불법장비라고 묻는 것도 업무방해냐"고 항의했지만 허사였다. 이 현장을 경질된 송양화 당시 서장이 직접 지휘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주민들은 경찰의 처사가 부당하다며 강 회장이 탄 차량을 공사예정지 안에서 가로막았다. 그렇게 7시간 동안 마을주민들과 경찰 간 대치가 지속되자 김재윤 (민주당·서귀포)의원과 천주교 측이 나서 중재안을 마련했다. 중재안의 핵심내용은 강 회장 등이 일단 경찰서로 가서 조서를 쓴 다음 자정 전에 나온다는 것이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중재와 경찰과의 협의 과정을 조 청장도 다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며 마치 자신은 아무런 사실을 모른 척 하며 강력대응 운운하는 조 처장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민투표 패배하자 공안정국 조성"... 야5당 일제 비판

검찰과 경찰이 '공안정국' 조성의도를 분명히 하자 야5당은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로 인한 레임덕 위기를 공안정국으로 정면 돌파하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야5당 제주해군기지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이미경 의원과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강기정 의원, 서귀포가 지역구인 김재윤 의원 등 야당 국회의원 24명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 예결위 제주해군기지 소위가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란 점을 강조했다.

국회의원들은 "그런데도 정부가 공권력에 의존해 공사를 강행한다면 제주해군기지가 더욱 정당성을 잃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회 예결위 제주해군기지 소위가 가동되는 기간에 공사를 중단하라"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정부는 공안정국 조성을 포기하라"며 "강동균 회장, 문정현 신부 등 연행자 전원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국회의원들은 "정부 여당이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제주도민과 국민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야5당 국회의원 24명의 기자회견에 앞서 민주당 지도부도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을 일제히 질타했다.

손학규 대표는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강정마을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뒤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가 예산 확정될 때의 취지를 다시 확인한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했다.

강기정 예결위 간사와 함께 육지경찰 강정마을 투입을 예산과 결부시키며 자제시켰던 김진표 원내대표는 "해군기지는 경찰이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강정마을 해군기지 백지화하고 강정 평화공원 조성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던 정동영 최고위원도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며 "연행자 전원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군사기저지 범제주도민대책위는 "우리는 지금의 국면을 사실상의 공안 정국이라 규정한다"며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보수 언론과 안보단체 등을 앞세워 종북좌파로 매도하다, 이것이 별로 먹히지 않자 이번 연행사태가 기회다 싶어 공안정국 조성에 나섰다"고 공안당국을 비판했다.

범대위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패의 위기를 강정마을 공안정국을 조성해 국면 돌파용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선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결사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강정마을, #해군기지, #손학규, #정동영, #김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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