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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이 되자 정치권에서도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여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마음껏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는 나라"에 대한 지원을 이야기하며 "놀이시설, 통학로 등에 여전히 존재하는 다양한 위험 요인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약속했고, 야당 역시 "어린이가 안전하게 뛰놀 수 있는 나라"를 위해 온 정성을 다하겠다고 한다. 특히 여당은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가 행복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어른의 도리이자 국가의 의무라고 논평했다. 
   
폐기물 위에 세워진 주민 공원
 
지난 4월부터 공원 아래 콘크리트 시설물에 박힌 산업 폐기물 화학 드럼통 16개를 땅속에서 꺼내는 작업을 하던 도중, 그 아래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폐기물이 새로 발견되었다. 5월 1일 이후 지역 언론들은 일제히 관련 기사를 연일 보도 중이다.
▲ 공원에서 새롭게 발견된 폐기물에 대한 보도 지난 4월부터 공원 아래 콘크리트 시설물에 박힌 산업 폐기물 화학 드럼통 16개를 땅속에서 꺼내는 작업을 하던 도중, 그 아래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폐기물이 새로 발견되었다. 5월 1일 이후 지역 언론들은 일제히 관련 기사를 연일 보도 중이다.
ⓒ 장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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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뉴욕 롱아일랜드의 주요 지역 매체들은 베스페이지 커뮤니티 파크(Bethpage Community Park)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화학 물체들이 발견되었다고 일제히 보도 했다. 베스페이지는 맨해튼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떨어진 교외 주택 지역이다. 또한 그루먼(Northrop Grumman)이라는 기업체가 있다. 구소련과 우주 전쟁을 하던 냉전 시대와 2차 세계대전에 쓰인 각종 무기와 로켓, 탐사선을 만들며 유명해진 회사다. 
 
미국 항공우주와 무기 생산의 산 역사인 기업이다. 베스페이지 곳곳에는 그루먼사의 치적과 역사 현장을 기린 유적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자랑스런 역사였지만 폐기물 처리에는 불명예을 안게 되었다.
▲ 항공우주 산업을 주도했던 방산업체 노스럽그루먼사 미국 항공우주와 무기 생산의 산 역사인 기업이다. 베스페이지 곳곳에는 그루먼사의 치적과 역사 현장을 기린 유적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자랑스런 역사였지만 폐기물 처리에는 불명예을 안게 되었다.
ⓒ 장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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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그루먼사와 해군이 땅에 묻어 버리고 간 폐기물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1949년 첫 조사가 시작된 이래 베스페이지 일대에서 크롬으로 오염된 지하수와 토양 증발로 인해 대기 중에 암 유발 화학물질 검출되었고, 라듐이 일부 상수도 지역에서 검출되기도 했다는 내용이었다. )

폐기물이 묻힌 지 약 80년 만인 지난 2020년, 드디어 그루먼사가 한화 약 1385억의 천연자원 손해 배상을 약속했고, 2022년에는 그루먼사와 해군이 정화 작업을 이행하겠다는 문서에 서명했다. (관련기사: 폐기물 오염지 위 학교, 제 자녀가 그곳에 다닙니다 https://omn.kr/25dc7

정부와의 조약에 따라 가장 우선적으로 정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 다름 아닌 '주민 공원'이다. 실내 아이스 링크, 실외 수영장, 야구장, 놀이터, 롤러 스케이트와 보드 연습장, 농구장, 테니스장이 빼곡하게 들어선 큰 부지다. 이번에 발견된 폐기물은 폐기물 철거 계획에 따라 야구장 아래 묻혀있던 16개의 드럼통을 제거하던 중에 새로 드러난 것이다. 

주 정부 환경 보호국(DEC)은 즉각 레이더로 지하 물체를 스캔했으며, 두 가지 이상의 물체에서 화학 폐기물과 공업 쓰레기 성분을 확인했다고 한다. 16개의 드럼통을 포함 어느 것도 새고 있지는 않다고 발표했지만, 지역 언론은 토양 증발 정도와 토양 오염이 꾸준히 조사, 보고 되었던 만큼 드럼통은 물론 새로 발견된 두 개의 오염 물체에 대한 더욱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2022년 해군과 그루먼사의 서명이후 정화작업이 시작된 베스페이지 커뮤니티 공원이다. 이 일대는 폐기물 투기장으로 짐작되며 정확한 지점과 폐기물량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우선적으로 공원내 야구장에 묻힌 16개의 화학 드럼통을 수거하기로 하고 땅을 파던 중 그 아래에서 새로운 이상 물질이 발견되어 조사중이다. 일대에 묻힌 폐기물은 지하수의 방향을 따라 롱아일랜드 섬 남단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공원입구 뒤쪽으로 쳐진 새 울타리 너머가 작업 현장이다.
▲ 폐기물 정화 작업에 들어간 베스페이지 주민 공원 2022년 해군과 그루먼사의 서명이후 정화작업이 시작된 베스페이지 커뮤니티 공원이다. 이 일대는 폐기물 투기장으로 짐작되며 정확한 지점과 폐기물량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우선적으로 공원내 야구장에 묻힌 16개의 화학 드럼통을 수거하기로 하고 땅을 파던 중 그 아래에서 새로운 이상 물질이 발견되어 조사중이다. 일대에 묻힌 폐기물은 지하수의 방향을 따라 롱아일랜드 섬 남단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공원입구 뒤쪽으로 쳐진 새 울타리 너머가 작업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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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으로 지금까지 공청회를 비롯해 주로 공식적인 경로로 목소리를 내오던 베스페이지 주민들이 항의 집회를 열었다. 지난 2일 베스페이지 공립 도서관 앞에 모인 주민들은 보다 신속한 정화 작업과 정직하고 상세한 보고서를 그루먼사에 요구했다. 이미 베스페이지가 속한 오이스터베이 행정 당국은 소송전에 들어갔으며, 이미 알려진 사실을 종합할 때 그루먼사의 폐기물 투기장이 틀림없는 공원과 공원 주변 토양을 조사하면 이번처럼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오염 물질이 발견될 것이라는 담당자의 인터뷰도 있었다. 

집회 하루 뒤인 3일에는 지역 하원의원을 비롯한 관계 기관이 모인 비공개회의가 있었다. 공원의 오염 실태 조사와 남쪽으로 흐르며 번지고 있는 오염물질이 주요 안건이었다고 한다. 주민 불신을 의식한 듯, 공원을 철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편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빠르게 대처할 방도를 모색 중이라며 각 기관의 협응을 신뢰해 달라고 관계자가 당부했다.  
 
조속한 정화 작업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항의 집회가 공립 도서관 앞에서 있었다. 폐기물 처리를 위한 안전하고 체계적인 계획이 세워지고 이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작업을 수행해 왔으나 새롭게 발견된 폐기물이 나오면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공원 관리자는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폐기물 발견이 계속 될 거라 예측했다.
▲ 베스페이지 주민들의 항의 집회 조속한 정화 작업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항의 집회가 공립 도서관 앞에서 있었다. 폐기물 처리를 위한 안전하고 체계적인 계획이 세워지고 이에 따라 지난 4월부터 작업을 수행해 왔으나 새롭게 발견된 폐기물이 나오면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공원 관리자는 앞으로도 예상치 못한 폐기물 발견이 계속 될 거라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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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어린이정원은 안전한가 

16개의 화학 폐기물 드럼통은 세 층으로 된 콘크리트에 박혀 있었다. 두꺼운 콘크리트로도 토양과 대기 오염을 막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루먼사와 해군이 폐기물의 정화 작업을 이행하겠다고 정부 공식 문서에 서명했던 2022년, 같은 해에 폐기물이 묻힌 땅위에 29억 원을 들여 임시 개장을 서둘렀던 곳이 있었다. 공원 예정 부지의 82%가 넘는 곳에서 토양 오염 기준을 초과하는데도 말이다. 용산 어린이 정원이다.

90건이 넘는 기름 유출과 납을 비롯한 독성물질 검출이 보고 되었지만, 정화 작업도 없이 흙으로 덮고 잔디를 깔았다. 어린이정원 개장 1년을 맞아 환경 단체의 항의 집회를 보면서 마음이 착잡했다. 

베스페이지 커뮤니티 공원은 배상과 정화 작업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는데 무려 40년이 걸렸다. 그루먼사는 1385억 배상 이상의 대가를 치를 예정이다. 첫 삽을 뜨자마자 알려지지 않았던 폐기물도 발견되었다. 어린이정원 아래의 폐기물은 이보다 안전한 상태일까. 당장의 치적보다 상식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정화 작업의 단계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밟을 수는 없는 것일까.  

오염된 토양 위 어린이정원을 세우는 것이 '어린이가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인지 다시 한 번 되묻고 싶다. 어른의 도리이자 국가의 의무라고 당당히 논평으로 내어놓은 어른과 국가에 말이다. 더 늦기 전에, 더 큰 문제로 번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어른과 국가의 의무를 다해주길 부탁드린다. 

태그:#용산어린이정원, #폐기물, #독성물질, #정화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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