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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2일(현지 시각) 치러진 영국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인 보수당이 크게 패배하고 제1야당인 노동당이 승리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조용한 승자는 잉글랜드-웨일스 녹색당(이하 영국 녹색당)이라는 평가다. 영국 녹색당도 "기록적인 선거운동을 펼쳤다"라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2024년 영국 지방선거 결과(가디언 홈페이지 화면)
 2024년 영국 지방선거 결과(가디언 홈페이지 화면)
ⓒ theguard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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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녹색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1734명이 출마했고 188명이 당선됐다. 특히 브리스틀(Bristol)에서 총 70석 중에서 기존보다 10석이 늘어난 34석을 차지하며 1당을 유지했고, 헤이스팅스(Hastings)에서도 총 16석 중에서 9석을 확보하며 기존 3당에서 1당으로 올라서는 드라마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로써 영국 녹색당은 총 812명의 지방의원을 보유하게 됐다.  
 
2024년 영국 지방선거, 영국 녹색당 결과(영국 녹색당 홈페이지 화면)
 2024년 영국 지방선거, 영국 녹색당 결과(영국 녹색당 홈페이지 화면)
ⓒ GP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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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녹색당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여러 지방 도시와 농어촌 지역에서도 당선자를 배출했다. 이것은 2023년 5월 지방선거 때도 마찬가지였다. 영국 녹색당의 공동대표인 아드리안 램지(Adrian Ramsay)는 "녹색당의 지지가 넓고 깊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2024년 영국 지방선거에서 영국 녹색당 당선 지역(BBC 홈페이지 화면)
 2024년 영국 지방선거에서 영국 녹색당 당선 지역(BBC 홈페이지 화면)
ⓒ b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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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영국 녹색당이 지방선거와 총선까지 이어지는 전체적인 전략을 짜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총선까지 내다본, 영국 녹색당의 지방선거 승리 요인과 영국 녹색당의 총선 전망을 살펴보자. 

강성 진보층의 투표 확보

최근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노동당이 집권당인 보수당을 20%p 앞서 나가며 압도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노동당의 승리가 예상됐기 때문에 강성 진보층 유권자들은 안심하고 영국 녹색당에 투표했다. 

영국 녹색당은 이런 구도를 이용해 보수당뿐만 아니라 노동당을 비판하며 틈새를 파고 들었다. 녹색당은 노동당이 녹색 투자 정책을 철회하고, 공공 서비스 소유권 문제에 미온적인 것에 불만을 가진 노동당 지지층을 적극 공략했다.

가자 지구 문제에 대한 노동당의 미온적 태도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 지지층도 적극 공략했다. 녹색당은 노동당보다 발빠르게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했고, 영국 무기를 이스라엘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세, 정책 성과와 홍보

영국 녹색당의 지속적인 성장세 또한 한몫했다. 영국 녹색당은 2022년, 2023년 지방선거에서도 의석을 대폭 늘렸다. 특히 2023년에는 보수당이 집권하고 있던 미드 서퍽(Mid Suffolk)에서 1당을 차지하는데 성공했다.

영국 녹색당은 지역에서 서비스가 후퇴하는 기조에 맞서 지역 도서관을 지키고, 저탄소 수영장을 확보했다. 또한 홍수 예방 예산을 확보하고, 퇴역 군인을 위한 무료 버스 여행을 도입하는 등 성과를 냈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이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영국 녹색당은 더 공정하고 녹색스러운 공동체(For fairer, greener communities)를 원한다면 영국 녹색당에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지방선거 원픽! 기후가 아니라 주택

특별히 이번 선거에서 영국 녹색당은 자신들의 전통적 의제인 기후정책에 관한 언급을 줄이는 대신, 주택 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했다. 영국 녹색당의 공동대표인 카를라 데니어(Carla Denyer)는 "녹색당이 가장 강력한 기후정책을 가진 정당인 것은 맞지만, 지방선거는 생활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큰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 녹색당은 마거릿 대처 정부 시절에 도입된 '주택 매입권' 대신에 '커뮤니티 매입권'을 도입하여, 사회 주택과 장기간 공실 주택에 대해 선매권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이밖에도 거래 과열 지구에 대한 임대료 제한, 무과실 퇴거 금지 등을 도입해 민간 시장에 대한 통제를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총선까지 내다본 지방선거

지방선거에서 연이은 영국 녹색당의 성공은 다가오는 총선 전략과 연결되어 있다. 영국 녹색당은 다음 총선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출마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 녹색당은 특히 4개의 전략 선거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곳은 지방선거에서 영국 녹색당이 약진한 지역과 일치한다. 공동대표 중 한 명인 카를라 데니어(Carla Denyer)는 이번에 모든 지역구에서 승리한 브리스틀의 브리스틀 센트럴(Bristol Central) 선거구에 출마할 예정이다. 또 한 명의 공동대표인 아드리안 램지(Adrian Ramsay)도 2023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던 미드 서퍽(Mid Suffolk) 지역과 맞닿아 있는 웨이브니 밸리(Waveney Valley) 선거구에 출마한다. 

또한 시안 베리(Sian Berry)가 녹색당 유일의 하원의원인 캐롤라인 루카스(Caroline Lucas)가 4선을 역임하고 은퇴하는 브라이튼 파빌리온(Brighton Pavilion) 선거구를 이어받아 출마하며, 노스 헤리퍼드셔(North Herefordshire)에 출마 경험이 있는 엘리 쇼운스(Ellie Chowns)가 해당 선거구에 다시 도전한다.

'하이퍼로컬'에 선택과 집중

2023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세계 녹색당 총회에서 영국 녹색당 관계자들은 지방선거의 성공 요인으로 소수정당으로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선거구보다 수백표 정도로 당선이 가능한 '하이퍼로컬' 선거구에 '선택과 집중'해 당선자를 내는 전략을 구사한 것을 꼽았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도 가장 적은 표로 당선된 곳은 387표이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도 3763표 정도다.

지방선거에서 하이퍼로컬 선거구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당선자를 배출하고, 지역에 밀착한 의정활동을 통해 지지세를 늘리며, 이를 기반으로 거대 양당 구조가 공고한 총선에까지 야심차게 도전하는 영국 녹색당의 선거 전략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획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으로서의 모범을 보는 듯하다. 

단순다수-소선거구제 한계 뛰어넘어, 새 역사 쓸까

영국은 선거제도로 '웨스트민스터 모델'이라고 불리는 단순다수-소선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역구 선거와 같다. 1표라도 많이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제도로 거대 정당에 유리하고 소수 정당에 불리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성공을 거둔 영국 녹색당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국 녹색당은 이미 "Four for 24"라는 이름으로, 4명의 전략 선거구 후보를 위한 모금에 돌입했다. 영국 녹색당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영국 정당정치, 세계 녹색정치에 새 역사를 쓸 수 있을까.
 
"Four for 24" 영국녹색당 2024년 총선 모금 캠페인(영국녹색당 홈페이지 화면)
 "Four for 24" 영국녹색당 2024년 총선 모금 캠페인(영국녹색당 홈페이지 화면)
ⓒ GP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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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녹색정치리포트, #영국녹색당, #녹색당, #영국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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