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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노동자 노동시장 특성. 〈돌봄서비스업 외국인 노동시장 연구〉, 이규용·조혁진·양난주·주수인, 한국노동연구원, 2022.
 돌봄노동자 노동시장 특성. 〈돌봄서비스업 외국인 노동시장 연구〉, 이규용·조혁진·양난주·주수인, 한국노동연구원, 2022.
ⓒ 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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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태어나서 생을 마칠 때까지 대부분의 삶을 누군가를 돌보거나 누군가의 돌봄을 받으며 살아간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노동이지만, 필요한 만큼의 사회적 인정과 대우를 받지 못하는 노동, 바로 돌봄 노동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나는 하기 싫고, 누군가 저비용으로 알아서 해주었으면 하는 일"이 돌봄이 처해 있는 정직한 현실이기도 하다. <돌봄이 돌보는 세계>, 조한진희 외 10인, 동아시아, 2022.

지난 3월,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고령화와 맞벌이 증가 등으로 돌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예정이나 국내 노동자만으로는 돌봄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며 ▲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 방식으로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 ▲ 외국인 고용허가제 대상 업종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고, 해당 업종의 최저임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국은행 보고서는 근로기준법, 외국인고용법 등 국내법과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협약 등 국제기준을 위반하고, 헌법 제11조에 명시된 평등권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반인권적·차별적·시대착오적인 발상에 기초하고 있다. 돌봄 비용이 증가하니 값싼 이주여성노동자를 활용하면 된다는 단순한 접근이다. 비용 절감을 위한 시장 논리로만 돌봄 문제를 접근하니 돌봄 철학의 빈곤도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돌봄노동자들은 불안정한 호출형 일자리,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는 열악한 노동조건, 여성의 노동을 폄하하는 낮은 사회적 인식 등으로 이미 인권의 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다. 그런데 더 낮은 임금과 더 열악한 노동조건을 이주노동자들에게 전가하겠다? 이는 그 자체로도 차별적이지만 내국인 돌봄노동자들의 처우를 더 열악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우리 곁에는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노인생활지원사, 보육교사, 아이돌보미, 초등돌봄전담사, 지역아동교사, 산모건강관리사 등 140만 명이 넘는 돌봄노동자들이 있다. 돌봄노동자를 갈아 넣어서 지탱하고 있는 돌봄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누구나 차별없이 돌봄을 받고, 또 돌봄을 할 수 있도록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그 기초가 되는 것이 돌봄을 사회경제적으로 인정하고, 돌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글 전은경 사회복지위원회 활동.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4년 5월호에 실립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 02-723-4251


태그:#돌봄노동자, #노동, #돌봄이돌보는세계, #돌봄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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