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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무인매장에서 키오스크로 결제를 하고 있는 시민의 모습.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무인매장에서 키오스크로 결제를 하고 있는 시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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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로 당시를 표현하는 말이 있다. 일명 '○○시대'이다. 여기에는 시대를 상징하는 말일 수도 있고, 특정 계층을 뜻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 2024년 현대는 '스마트 시대', 'AI(인공지능)시대'라고 불리고 있다.

스마트 시대에 걸맞게 사회는 '스마트'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느 식당에서는 로봇이 직접 음식을 가져다주며, 홀몸 노인을 위해 AI로봇이 건강을 체크하고, 말을 걸기도 한다.

이처럼 스마트한 전자기기가 확대되며 사회는 스마트해지고 있지만, 노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겐 불친절한 사회로 변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제는 낯설지 않은 스마트폰

'스마트 시대'를 연 대표적인 전자기기는 '스마트폰'이다. 거리나 대중교통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 시민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10여 년 전부터 대중화된 '스마트폰'은 노인에게도 낯설지 않은 전자기기다. 메시지를 보내고,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고, 영상을 찾는 등 일상에서 밀접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스마트폰은 우리나라에서 2007년 애플 아이폰, 2010년 삼성 갤럭시S가 출시되면서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스마트냉장고', '스마트TV', '스마트워치' 등 전자기기에 '스마트' 수식어가 붙으며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터치 한 번이면 로봇청소기가 작동되고, 냉장고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있다.

인터넷과 연결된 TV로 VOD를 시청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다. 스마트기기는 편리함을 넘어서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당연해진 존재가 됐다.

그러나 아직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주로 스마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이다. 용인시 3개 구 노인복지관은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노인을 위한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교육에서는 글자 크기나 음량 조절 등 기본적인 기기 사용 방법부터 메신저나 인터넷 검색 등을 알려준다.

기흥구 구갈동에서 만난 이명근씨는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오래됐는데 지난해부터 잘 쓰고 있다고 느낀다. 문자와 전화만 주로 이용했는데 야구도 보고, 유튜브로 다큐멘터리도 봤다"며 "자녀가 드라마, 영화도 볼 수 있는 앱을 알려준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수지구 풍덕천동에서 만난 최명자씨는 "요즘엔 유튜브를 배워서 스마트폰으로 보고 싶은 영상을 마음껏 찾아보다 보니까 시간 가는 줄 몰라서 큰일"이라며 "그만 보려 해도 계속 찾아보게 된다. 눈이 나빠질까봐 자녀들이 걱정하고 있어서 줄이도록 노력은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활용범위 넓어지는 키오스크, 편리하지만...
 
무인매장은 키오스크로 결제해야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무인매장은 키오스크로 결제해야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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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따라가기 무섭게 일상에 새롭게 침투한 '키오스크'는 사회적 약자에게 당황스러운 존재가 되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은행, 병원에서 접수표를 받기 위해 터치 한 번이면 충분했던 키오스크는 영화표를 예매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장을 보고 나서 결제를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키오스크가 설치된 용인 영화관, 식당,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살펴보니, 노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게 키오스크는 불편한 존재가 분명했다. 그러나 기기가 익숙한 젊은 층이나, 키오스크 설치 매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는 편리한 존재다.

지난 6일 오후 수지구의 한 영화관을 찾은 중년의 부부는 키오스크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예매부터 간식거리까지 모두 키오스크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부는 "키오스크가 설치된 곳을 피하고 싶다. 열심히 해본다고 하는데 허둥지둥하는 내 모습이 초라하다"며 "젊은 사람들 눈치 보이기도 하고, 빨리하지 않으면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반면, 영화관을 찾은 젊은 층은 앱을 통해 미리 표를 예매하는 것이 익숙하고, 직원에게 직접 주문하지 않아도 돼 키오스크가 편리하다고 말한다.

이날 영화관을 찾은 한 시민은 "직접 주문할 때는 직원과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을 때도 있어서 오히려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 불편했는데, 기계로 정확히 주문하니까 손님도 직원도 실수할 일이 적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편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키오스크가 있는 매장에 근무하는 이들은 대체적으로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에 만족하고 있다. 기계를 통해 손님이 원하는 것을 주문하기 때문에 주문 실수, 누락 등의 일이 적다는 것이다.

나이 불문 '키오스크 불편할 때 있다'... 왜?
 
기업형 슈퍼마켓에 설치된 키오스크.
 기업형 슈퍼마켓에 설치된 키오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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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흥구의 한 기업형 슈퍼마켓은 키오스크 계산대와 일반 계산대 두 곳으로 분류돼 있었다. 직원이 계산을 해주는 일반 계산대 줄이 길자 키오스크 계산대에 줄을 선 노부부는 차례가 되자 손을 들고 "도와주세요~"라며 계산대로 들어갔다.

키오스크 계산대 입구에 서서 손님을 안내하던 한 직원은 도움을 요청하는 노부부의 말에 달려가 천천히 안내하기 시작했다. "시작하기 버튼 누르시고, 바코드를 하나씩 찍으시면 돼요. 해보시겠어요?"라면서 방법을 설명하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왔다.

노부부는 바코드를 하나씩 찍었고, 결제단계에 다다르자 카드를 손에 들고 신중하게 직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결제단계에서는 슈퍼마켓 포인트, 종량제 봉투 구매, 결제 수단 등의 순으로 하나씩 응답해야 했다.

결제를 마친 노부부는 "직원한테 결제를 맡길 땐 계산된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카드만 내밀면 됐는데, 스스로 하려니까 너무 복잡하다"며 "자녀들이 요즘엔 식당만 가도 (키오스크가) 많으니까 조금씩 해보라는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빠른 계산을 위해 키오스크 계산대를 찾았던 젊은층은 앞서 계산을 시작한 이들의 결제가 길어지고 있다며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기계가 낯설어 계산을 어려워했던 노부부와 달리, 기계가 친숙함에도 다른 사람들이 계산을 빨리하지 못해 불편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는 키오스크가 가져온 부정적인 면이 드러난 사례이다.

불편함을 느꼈다는 이가 젊은이라고 해서 젊은 층만 키오스크를 능숙하게 다루는 것은 아니다. 키오스크를 자주 접한 어린이나 청소년, 중·장년, 노인 중에서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

그러나 앞선 사례처럼 키오스크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으로 인해 불편하다는 주장이 나오지 않도록 지자체에서는 관련 교육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기흥구의 한 식당에는 테이블마다 설치된 키오스크를 이용해 손님이 직접 주문하고, 결제까지 하는 시스템이었다. 점심시간 찾은 식당은 손님으로 가득했는데, 이때 가게 밖에서는 60대 노인 두 명이 내부를 살펴보다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아직 키오스크로 주문을 잘하지 못해서 들어가기 꺼려진다. 와서 주문받아달라고 하면 귀찮아하지 않을까 싶어서 다른 식당으로 갈 생각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키오스크가 익숙치 않아 발생하는 일들도 있다. 3월 21일 새벽 경주 진주시의 한 꽃가게를 찾은 한 노인은 꽃다발을 골랐지만, 결제하지 못하고 돌아갔다가 가게가 문을 열 시간에 다시 방문해 직원에게 돈을 건네는 일이 있었다. 꽃을 구매하고 싶지만, 키오스크를 이용할 줄 몰라서 생긴 일이다.

또 한 무인매장의 경우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바코드를 모두 찍었지만, 결제 때 카드를 끝까지 밀어 넣으라는 안내를 이해하지 못해 구매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용인시 3개구 노인복지관, 2022년부터 키오스크 교육 진행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행정복지센터가 경로당 회장들을 대상으로 스마트 시니어 양성 교육을 진행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행정복지센터가 경로당 회장들을 대상으로 스마트 시니어 양성 교육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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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는 자영업자에게 있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하지만, 누구에게나 적응하고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용인시 3개구 노인복지관에서는 2022년부터 키오스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복지관에서 교육이 이뤄진다는 것은 그만큼 키오스크가 일상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이웃을 살펴보면, 키오스크를 알고 있으며 잘 다루는 사람, 알고 있지만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이들은 키오스크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전혀 접하지 못한,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 '키오스크'는 그저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이들이 키오스크를 접했을 때 다루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리지 않도록, 키오스크를 설치한 자영업자들이 생계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지자체가 나서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키오스크 시범도입 단계에서 연령별 교육이 활발히 이뤄진다면, 용인시에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평등한 스마트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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