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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서울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
 2022년 3월 서울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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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국민연금공단 등에 의하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소속 공론화위원회에서는 국민연금 의무 가입 상한 연령을 현행 59세에서 '64세로 상향'하고, 수급 개시 연령은 '65세'로 정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민대표단 공개 토론에 회부하기로 했다. 해당 토론은 4월 20~21일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연금 가입 기간은 만 18세 이상부터 59세(60세 미만)까지로, 국외 주요국가와 비교해 가입 시작 나이는 거의 차이가 없지만, 가입종료 연령은 상당히 낮다. 가입 상한 연령 59세는 1988년 국민연금제도를 시행하면서 정한 기준이다. 퇴직 후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가 현행 법정 정년과 같이 60세였던 2012년까지만 해도 보험료 납부 상한 연령과 수급 개시 연령 간에 괴리는 없었다. 

하지만 수급 개시 연령이 1998년 1차 연금개혁 때 재정안정 차원에서 2013년 61세로 높아졌고, 이후 5년마다 한 살씩 늦춰져서 2033년부터는 65세에 연금을 받도록 바뀌면서 '소득 크레바스(Income Crevasse)' 현상이 생겼다.  소득 크레바스란 직장에서 은퇴하고 연금을 받을 때까지 안정된 소득이 없는 기간을 의미한다.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의 제안과 같이 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 상향을 논의하고, 결정하기에 앞서 ▲정년 연장 ▲연금 국가보장 명문화 ▲성별에 따른 수급격차와 관련한 노동개혁, 연금개혁, 양성평등 정책 의제를 연동해서 통합적 고찰을 반드시 해야 한다.

'정년 연장 입법' 제쳐둔 연금 의무가입 연령 상향은 무책임한 행태

앞서 공론화위원회는 국민연금 의무 가입 상한 연령이 64세로 늘어난다고 해도, 60세에 정년 퇴임해 소득이 없으면 보험료를 안 내도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의무가입 상한 연령 상향 목적은 연금 수급 수준을 현행보다 높이는 데 있는데, 어떤 이는 고용주와 반반 부담을 할 수도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람은 4년 동안 개인이 보험료를 모두 부담해야 하는 차별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제도는 노동개혁과 맞닿아 있는 사회보험이다. 따라서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높이고자 한다면, 한국노총의 청원으로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상 고용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입법을 제안하면서, 동시에 연금 가입 연령 상한을 토론에 부쳤어야 한다.

"국민연금 못 믿어" 2030세대 10명 중 7명은 불신… 고갈 우려
국민연금제도 존속 신뢰주지 못한 채, 의무만 나열하는 개혁은 나쁘다


2023년 7∼8월 20·30대 1152명(여성 552명·남성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발간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미래사회 성평등 정책의 도전과제: 초고령·4차 혁명 사회의 여성 노후소득 보장' 보고서를 보면, '국민연금 제도를 불신한다'고 답한 20·30대는 전체의 75.6%였다.

응답자들이 국민연금 제도에 대해 가장 크게 우려한 점은 '인구 감소(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내야 하는 국민연금 보험료가 계속 인상될 것 같다'(89.3%)는 점이었다. 그다음으로 '노후에 받게 될 국민연금 급여액이 너무 적을 것'(86.3%)을 크게 걱정했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로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82.6%)는 우려도 상당했다.

이처럼 연금제도 존속에 대한 불신과 연금 보험료가 계속 인상될 것 같다는 20·30의 불신이 짙은 가운데, 국민연금 국가보장 명문화 즉, 국가보장 책임 논의 없이 보험료 납입 기간만 늘리자는 제안은 설득력도 없을 뿐더러, 제도에 대한 반발만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23년 10월 27일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정부가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 보장 근거를 명문화하기로 하는 방안을 담았다. 또한 2022년 12월 16일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은 국회에서 국민연금 기금 소진 우려와 관련해 "필요하다면 지급 보장 명문화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보건복지위원회 김소속 김미애 의원은 2022년도에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 보장 근거를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민연금 국가보장 명문화 근거를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해당 상임위원회 계류 중이다. 보건복지부장관도 약속했고, 여당 국회의원도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와 보건복지부는 국민에게 국민연금 제도에 불신만 안겨주고 있는 형국에서 연금 납입 연령만 상향하자는 의견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국민연금 국가보장 명문화 입법 개정안(김미애 의원 대표발의).
 국민연금 국가보장 명문화 입법 개정안(김미애 의원 대표발의).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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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연금격차 해소에 대한 방안마련 없는 현 정부, 이미 예견된 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성별 연금 격차의 현황과 시사점(2022년)'에 따르면 20년 이상 국민연금에 가입한 남성은 72만8900여명, 여성은 12만500여명으로 남성이 여성의 6배 이상이었다.

이와 함께 남성이 여성에 비해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수급액이 2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출산과 양육 등으로 경력 단절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준으로 노령연금 월평균 급여액은 남성이 75만6898원, 여성이 39만845원이다. 

'성별 연금 격차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35~39세 연령대에서는 여성 가입자 수가 남성보다 약 49만3000여명 적은데, 이는 출산·양육으로 인해 여성이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것 외에도 노동시장에 계속 남아 일하는 여성의 일자리 상당수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국회에서 국민연금 출산크레딧 인정 기간을 자녀 1명당 12개월에서 36개월로 상향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2022년도에 발의했지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재정투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재정당국과 협의,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므로 제5차 종합운영계획(연금개혁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와 같이 현재 국민연금제도는 성별 연금격차가 생겨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설계됐고, 제도가 안정화되는 국면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입법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반면, 해당 제도를 주무하는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중심에는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은 기재부 출신,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 관료 출신으로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불평등 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보다는 재정 안정화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이는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노후소득보장 수준은 OECD 국가 대비 현저하게 낮다. OECD 회원국의 경우 고령층의 주소득원에서 공적이전소득 비율이 평균적으로 55.8%를 차지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고령층의 주소득원에서 공적이전소득은 30.0%에 불과하다(OECD, 2024).

따라서 연금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정년연장, 연금 국가보장 명문화, 성별 연금격차 해소에 필요한 입법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부디 이번 연금개혁특위에서는 국민연금제도와 관련된 의제들을 통합적으로 다뤄서 지속가능한, 안정적인 국민연금제도를 세워나가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필자의 소셜 미디어에도 게재합니다.


태그:#국민연금, #정년연장, #출산크레딧, #국민연금국가보장, #연금성별격차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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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소박한 삶도 얼마든지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복지학자입니다. 아동, 청소년, 장애인, 노숙인 등을 돕는 사회복지현장과 국회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지방의회에서 지방자치 발전과 사회서비스 제도 개선을 설계, 보완하는 정책지원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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