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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기후협약 체결 이후로 가장 중요한 환경협약으로 떠오른 ‘플라스틱 국제협약’.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22년부터 유엔환경계획(UNEP)과 175개국으로 구성된 정부간협상위원회(INC)가 관련 논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오는 4월 23일부터 29일까지(이하 현지시각), 일주일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제4차 정부간협상원회(INC-4)’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어 올해 11월 우리나라 부산에서 마지막 5차 위원회(INC-5)를 거쳐 2024년까지 세부 논의를 끝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나 INC-4 개최를 앞두고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체결될 수 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옵니다. 주요국별로 플라스틱 오염의 원인에 대한 시각이 다를 뿐더러, 감축목표 설정 여부 등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핵심 쟁점은 무엇이고,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요? 그리니엄이 짚어봤습니다.[기자말]
플라스틱 생산 감축 vs. 재활용 우선… 한국 입장은?

국제사회가 플라스틱의 환경 영향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협약 마련에 나섰습니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란 목표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협약 세부 내용에 대해선 국가별 이견이 적지 않습니다.

예컨대 유럽연합(EU)·영국·캐나다 등은 플라스틱 생산부터 적극적으로 감축하자는 입장입니다. 르완다 등 아프리카 국가 대다수도 이를 지지합니다.

반면, 중국·미국·일본 등은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러시아·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 아닌 단계적 감축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입장일까요? 전반적으로 한국이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5대 범용수지를 기준으로 하면 2022년 기준 한국은 세계 3위 플라스틱 생산국이다.
 5대 범용수지를 기준으로 하면 2022년 기준 한국은 세계 3위 플라스틱 생산국이다.
ⓒ 그리니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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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석유화학 강국인 동시에 플라스틱 다소비, 다수출국이다. 동시에 INC-5 개최국이자 글로벌 중추국가이기 때문에 플라스틱 전(全)주기를 다루는 각 조항에 대해 신중하고 면밀하게 협상 전략을 대비해야 한다."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에 한국 대표단으로 참석한 최재연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국제환경협력센터 선임연구원의 말입니다. 최 선임연구원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전망과 과제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포럼은 녹색연합·서울환경연합·동아시아바다공동체오션 등 15개 단체가 참여하는 '플뿌리 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가 주관했습니다.

한국은 중국·미국·독일·인도에 이어 '플라스틱 생산 5위'입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4.1%를 차지합니다. 대기업이 플라스틱 원료, 중소기업이 플라스틱 가공품을 생산하는 형태입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플라스틱 산업 내 인력 규모는 약 19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플라스틱 관련 제조업체는 2만여 개이며, 이 중 99% 중소기업입니다.

최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산업의 경제 구조상 플라스틱을 무조건 감축하자고 외칠 수 없는 상황임을 짚었습니다.

그는 "중소기업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도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두 손을 들고 (플라스틱 무조건 생산 감축을) 지지할 수 없는 경제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플라스틱 국제협약 도입 시 플라스틱 산업 내 노동자와 산업계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 대책이 필요하단 뜻입니다.

"INC-5 개최국인 한국 입장에 국제사회 주목"

이에 작년 11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3차 회의(INC-3)에서도 우리 정부는 관련 산업에 미칠 여파를 우려해 플라스틱 감축목표 설정 등 일률적 규제 신설에 신중한 뜻을 견지했습니다.

최 선임연구원은 협약의 구속력, 즉 강제성에 따라 장단점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일률적 규제가 도입될 시 EU·미국 등 선진국의 다양한 규제가 통일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국내 플라스틱 산업계 차원에서는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을뿐더러, 폐기물로 어려움을 겪는 개발도상국 또한 규범을 확립함으로써 초국경적 대응에 나설 수 있습니다.

다만, 구속력이 다소 완화된 협약이 통과될 시 사우디·이란·중국 등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해 '보편성'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한국이 계속 쉽지 않다고만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은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야심찬 목표 연합(HAC)'에 소속돼 있습니다. HAC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 가속화를 목표로 2022년 출범했습니다. 2024년 4월 기준 현재 65개국이 가입돼 있습니다.

또 오는 11월 열릴 마지막 회의(INC-5)가 우리나라 부산에서 열리는 만큼, 한국은 주도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단 것이 최 선임연구원의 말입니다.

최 선임연구원은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의 입장에 주목하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협상장에서도 우리나라의 발언을 듣고 있는 곳이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한국은) 입장유사국과 연대를 강화하여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고 사회경제적 여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단,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 열분해 등 화학적 재활용 둘러싸고 입장 엇갈려"

한편, 플라스틱 국제협약 내에서도 세부 쟁점으로 들어가면 국가별 입장차가 선명합니다.

열분해 같은 화학적 재활용이 대표적입니다. 화학적 재활용은 용매·촉매·열 등 화학공정을 통해 폐플라스틱을 원료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을 말합니다. 이물질이 있더라도 여러 종류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은 열분해 등 화학적 재활용과 생분해성 플라스틱 같은 사후 관리에 초점을 둔 해결책을 강조합니다. 일본과 사우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폐플라스틱을 재생원료로 활용할 수 있단 점에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재 2025년 가동을 목표로 3대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모두 갖춘 재활용 산업단지가 울산에 건설 중입니다.

그러나 협약에서 미국은 화학적 재활용은 '재활용이 아니다'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EU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화학적 재활용에서 나올 수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우려, 나아가 많은 에너지가 소모돼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입니다. 단, 이들의 입장은 올해 선거에 따라서 변화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폐기물 전문 국제환경단체 가이아(GAIA)의 문도운 정책연구원은 이날 포럼에서 "(열분해의 경우) 엄밀히 따지면 재활용 범주로 보기 어려워 EU에서는 명시적으로 재활용으로 인정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또 가이아가 미국 재활용업체 아질릭스의 열분해 시설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플라스틱 1톤 처리 시 3톤 정도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 연구원은 "2020년 미국 열분해 프로젝트 전수조사 결과, 실제 플라스틱 전구체까지 만드는 사례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바이오플라스틱·플라스틱 순환이용·미세플라스틱 정의 놓고도 이견"

폐플라스틱 열분해 설비 확대 시 폐플라스틱 원료 확보 경쟁이 벌어져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감축 같은 근본적인 오염 종식 노력이 저해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옵니다.

포럼에 참석한 양순정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 상무는 "국내 주요 기업이 재활용 시장 선점을 위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그런데) 재활용 원료 부족으로 투자를 연기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작년 10월 환경부는 협약 대응 차원에서 민관합동으로 전(全)주기 플라스틱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중 마지막인 폐기 단계에서 국내 대응 정책으로 2026년까지 공공 열분해 시설 10개소 확충이 담겼습니다.

서울환경연합의 박정음 자원순환팀 팀장은 이 자료를 인용하며 "한국 정부의 열분해 입장이 중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박 팀장은 "(한국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을 하겠다고 입장을 표했다"며 "한국 정부가 마지막 회담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열분해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이어 시민단체가 중요하게 봐야하는 쟁점 중 하나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바이오플라스틱 ▲재사용·리필 방법 ▲플라스틱 순환이용 등을 놓고도 국가별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예컨대 브라질은 플라스틱에서 독성 화학물질 사용 규제에 찬성하는 반면, 플라스틱 감축목표 설정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관련 정의와 인체 영향 등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단 의견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https://greenium.kr/)에도 실립니다


태그:#플라스틱국제협약, #기후위기, #생물다양성, #환경,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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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기후위기라고 생각함.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술과 토론이 답이라고 생각. 사실과 이야기 그리고 문제의 간극을 좁히고자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중. ■ 이메일 주소: yoon365@greenpuls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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