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과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금일'과 '금요일'의 뜻을 혼동한 대학생의 대화 캡처본
▲ 10·20세대의 심각한 어휘력 실태 과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금일'과 '금요일'의 뜻을 혼동한 대학생의 대화 캡처본
ⓒ 온라인 커뮤니티 인벤

관련사진보기


과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금일'과 '금요일'의 단어 뜻을 혼동하여 과제물을 제대로 제출하지 못한 한 대학생이 교수에게 항의하는 대화 내용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또 지난 2020년엔 정부가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여 사흘간의 연휴를 언급하자,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사흘이 아니라 3일이다"라는 낯 뜨거운 일화가 생겼던 적도 있다.

춘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아이들의 문해력 결핍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수업을 해도 아이들이 단어의 뜻을 이해하지 못해 진도 나가기가 힘들 때가 빈번하다"라고 했다. 그는 그 원인으로 아이들이 노출되어 있는 환경을 꼽았다.

"미디어나 디지털 기기가 발전하지 않던 시절에는 개인 간의 소통이나 독서로 인해 언어적 자극을 많이 받을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미디어 플랫폼이나, 기기들이 워낙 발전해서 그러한 자극이 부족하다.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 시청으로 인해 아이들의 독서량이 현저히 떨어지고, 심지어 요즘에는 동영도 긴 영상은 못 봐서 숏츠나 틱톡과 같은 숏폼 콘텐츠들을 주로 시청한다. 그러다 보니 짧고 자극적인 단어들에만 익숙해지고,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긴 문장을 자꾸 접하고 익숙해져야 표현도 풍부해지면서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데 요즘 아이들이 처한 환경은 이를 제한한다. 이러한 탓에 아이들이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유튜브부터 찾아본다."
 

서울의 한 아동 청소년 발달센터에서 언어 치료 및 재활을 담당하고 있는 전아무개(27)씨는 지난 8일 기자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청소년기 아이들의 어휘력 빈곤의 원인으로 '무분별한 신조어 남용'을 언급했다.

전씨는 "청소년기 아이들의 신조어 사용은 또래 친구들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으나, 과도한 신조어의 사용은 고유어, 한자어와 거리가 멀어지게 해 어휘 습득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조어를 잘 모르는 친구들이나 어른들과의 대화에 소통의 장벽이 생김으로 인해 소통의 단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언어발달의 영역 중 특히 화용 언어능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씨는 "미디어 매체에서 신조어가 자주 등장하는 만큼 사회에서도 신조어가 많이 사용되는데, 이를 모르는 경우에도 사회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이 또한 화용 언어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자아정체가 확립되는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기에는 특히 이러한 사회성, 화용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조어의 사용을 온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적절한 수준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신조어 사용 주의를 당부했다. 

그렇다면 20대는 어떨까? 강원대에 재학 중인 이아무개(26, 남)씨는 지난 10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20대에서도 3~4학년의 학생들보다 1~2학년이 더 어휘력이 부족한 것 같다"라며 "3~4학년의 학생들은 학업적인 면이나, 인턴십과 같은 사회생활의 경험이 더 많다 보니 어려운 어휘에 더 익숙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성들의 경우 군대를 갔다 와야 하는데, 군은 특히 보수적인 조직이다 보니 명일, 작일, 금일 등과 같이 한자어를 자주 사용하는 환경에 놓인다. 그러니 이러한 어휘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라며 "반면 20대 초반의 학생들은 가끔 '금일'의 의미를 '금요일'과 혼동하거나, '익일'과 같은 단어 뜻을 모르는 학생들을 종종 봤는데, 사실 모르는 것보다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옛날에는 성인이라면 이러한 단어들을 모르는 것에 대해 스스로 낯부끄러워하고 알아가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내가 모르면 남들도 모르는 것', '그런 거 몰라도 잘산다' 등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며 배워가지 않는 자세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태그:#문해력, #어휘력, #독해력, #MZ세대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계를 변혁하는 민주시민 시민기자 최윤수 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