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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버스를 타고 역삼역에 갈 때의 일이었습니다. 대중교통은 지하철보다 버스를 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하철은 창밖 풍경을 볼 수 없지만 버스는 시간이 다소 오래 걸려도 다양한 바깥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나름의 버스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그때도 그래서 버스를 탔습니다.

평일 낮 시간이라 그런지 내부는 무척이나 한산했습니다. 뒤쪽으로 가서 자리에 앉아 앞쪽을 바라보다 눈에 들어온 문구가 있었습니다.

'휴대폰 보관함', '휴대폰은 보관함에 양손은 운전대에…' OO교통주식회사 
 
버스기사들의 휴대전화를 승객들이 보이게 별도 보관한다는 내용
▲ 버스 내부에 부착된 안내문 버스기사들의 휴대전화를 승객들이 보이게 별도 보관한다는 내용
ⓒ 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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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본 생각은 '뭐지? 승객들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고 보관함에 넣어 두었다가 내릴 때 가져가라는 건가?,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금방 깨닭았습니다. 왜냐하면 '양손은 운전대에'라는 글귀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버스기사들의 개인 휴대전화를 운전하는 동안 사용하지 않고 보관함에 넣어두고 있으며, 이를 승객들이 볼 수 있도록 알려주려고 써 놓았던 것입니다.

경찰관의 시각에서 생각해봐도 너무 과도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운전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도로교통법상 위법한 행동입니다. 그러나 2시간여 이상을 계속해서 운전하는 운전기사들에게 신호대기중이든 정류장에 정차했을 때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역삼역에 도착해 약속장소에서 경찰동료 두 명을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버스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마음이 불편하기 보다는 이 버스회사에서 기사님이 운행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무슨 민원을 받아서 생각해낸 아이디어 아닐까요? 내가 버스기사라면 사실 더 신경 쓰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요즘은 대부분 휴대전화와 워치를 연결해 쓰는데 내용을 모르면 궁금해 미칠거 같긴 하죠"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작년 언론보도에 따르면 택시 기사가 주행 도중 성인 영상물(이른바 '야동')을 보는 택시기사의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있었습니다. 또한, 버스기사가 운행 중에 휴대전화 문자를 하다 급 정거를 해 손님이 다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누구나 이용하는 버스, 승객만큼 기사의 권리도 중요합니다.
▲ 서울에서 운행중인 버스 누구나 이용하는 버스, 승객만큼 기사의 권리도 중요합니다.
ⓒ 박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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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범죄 예방적인 차원에서 보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시내버스의 경우 교통카드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요금문제로 기사와 승객이 부딪힐 일은 크게 줄었지만 일부 버스의 승객 승, 하차와 주취자들의 시비와 폭행에 따른 위험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택시와 버스 기사들의 범죄 신고도 크게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버스기사들이 자신의 운전석 뒤쪽 보관함에 승객들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휴대를 못하게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한사람은 "저는 진짜 안쓰럽고 짠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보여주기 식으로 그렇게까지해야 하나 싶죠. 아니 요즘 휴대전화 문자 정도는 초등학생들도 매일 쓰는 건데 성인이고 그것도 가족이 있는 대부분 가장들일텐데 저건 아니라고 봅니다"라며 다소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실 저 또한 후자 의견에 가깝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 글을 통해 버스 기사님들의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경찰관이 바라본 세상)에도 함께 게재했습니다.


태그:#박승일, #기사, #버스, #서울, #대중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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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에 근무하고 있으며, 우리 이웃의 훈훈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현직 경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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