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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십 년만 하자고 했었다. 십 년이 되니 떠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새만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은 십 년을 더 넘겨 20년을 조사하고 있다. 앞으로 10년을 더 조사해야 할까? 30년이 되면 새만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시민들이 새만금에 대해 직접 알아보고 전달하자는 마음으로 2003년 11월에 만들어진 게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다.

2003년은 새만금방조제 건설 문제로 찬성과 반대 측이 각자의 논리로 대립하던 때이다. 하지만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판단할 수 없어, 시민들이 새만금을 직접 방문하고 조사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시민이 과학자가 되어 조사하는 시민과학자라는 말도 없었던 20년 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시작되었다. 

20년 전, 직접 '과학자'가 된 시민들 
 
조사단원들이 추운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조류조사를 하고 있다.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조사단원들이 추운 겨울 찬바람을 맞으며 조류조사를 하고 있다.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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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첫 번째 일요일 아침에 새만금사업구역인 군산, 김제, 부안의 어느 한 곳에서 만나 조사를 했다. 조류(새), 식물, 저서생물과 문화팀으로 나누어 생물상 조사와 인문 조사를 했다.

조류팀은 하루 종일 차로 이동하며 새의 종류와 개체 수를 세었다. 저서생물팀은 갯벌 속의 작은 생물을 분류했고 식물팀은 염생식물과 새만금 주변 식물을 기록했다. 그리고 문화팀은 어민들이 어업을 못 하게 되었을 때 오는 어려움을 기록했다.
 
조사단원들이 갯벌에서 저서생물을 조사하고 있다.
▲ 생물조사 조사단원들이 갯벌에서 저서생물을 조사하고 있다.
ⓒ 김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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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십여 명의 적은 인원으로 시작했지만 새만금방조제 사업 찬반이 극심하던 때에는 수십 명이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새만금방조제가 완전히 막히자 참가 인원도 줄었다. 방조제가 막혀서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새만금갯벌에는 생명이 살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새만금갯벌 살리기 운동을 그만하게 된 것이 당연하다.

2006년 이후로 새만금운동을 하던 시민단체들이 새만금을 떠났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환경운동인 새만금방조제 건설반대 운동이 시민단체의 패배로 기록된 것이 수치스럽고 슬프기도 했다. 그러나 거대한 정부와 개발론자에 맞서 십 년 이상 싸운 것은 한국 시민환경운동사에 큰 발자취가 되었다. 

남들은 떠났어도 우리는 새만금을 떠날 수 없었다

환경운동단체와 개인활동가들이 떠난 새만금은 일반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사라졌지만 죽어가는 새만금이라도 기록하자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새만금을 떠나지 않았다. 

자생적으로 생겨난 시민생태조사단이니 남들이 떠난다고 해도 우리는 남아서 변해가는 새만금을 조사하자는 마음으로 계속 새만금을 찾았다. 조사에 참여하는 인원이 십여 명을 넘지 않았지만 앞으로 십 년 동안 새만금을 기록하자는 결의를 했다.
 
환생교 새만금걷기에서 선생님과 제자가 새만금 제방을 걷고 있다.
▲ 동행 환생교 새만금걷기에서 선생님과 제자가 새만금 제방을 걷고 있다.
ⓒ 김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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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직도 새만금에 가냐? 죽은 새만금갯벌을 만지면 다시 살아나냐"는 사람들의 비아냥도 들린다. 우리가 새만금생태 조사를 하는 것은 당장 새만금갯벌이 살아나는 것을 바라며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갯벌의 16.57퍼센트가 넘는 넓은 갯벌이 사라지는 가장 비극적인 환경파괴 현장을 지켜보고 그 변화상을 기록하여 남기는 게 우리 시민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새만금호 수질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매년 회원들이 돈을 모아 배를 빌려 새만금호의 수질을 측정했고 새만금호 바닥의 썩은 흙을 떠서 그 심각성을 공개했다. 지금은 새만금을 취재하려는 언론사에서 첫 번째로 찾는 단체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새만금호수 밑바닥에서 퍼 올린 검게 썩은 펄. 살아있는 생물이 없다.
▲ 새만금호수의 죽은 뻘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새만금호수 밑바닥에서 퍼 올린 검게 썩은 펄. 살아있는 생물이 없다.
ⓒ 김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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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갯벌에 오던 많은 새들이 급감한 것을 알린 곳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었다. 그리고 새만금에서 가장 주목받지 못했던 어민들의 아픔을 들어주던 곳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문화팀이었다. 충분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갯벌에서 쫓겨나야 했던 어민들의 답답한 마음에 귀 기울이며 조사단원들은 같이 슬퍼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문화팀원들이 계화도를 방문하여 어민과 만나고 있다. 예전 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여성어민.
▲ 어민인터뷰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문화팀원들이 계화도를 방문하여 어민과 만나고 있다. 예전 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여성어민.
ⓒ 김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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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년 동안 조사단은 새만금생태보고서 4권을 냈다. 보고서는 조사단원들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만금갯벌에 열심히 다니며 조사한 기록이었다. 내 돈 내가며 새만금을 조사하고 기록하지만 아무 대가도 받지 않는 이상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다. 서울, 경기, 충남, 전북, 전남에서 새만금갯벌을 기록하러 회원들이 매달 모인다.
 
조사단이 펴낸 조사보고서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조사보고서 조사단이 펴낸 조사보고서
ⓒ 김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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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활동 20년 기념 사진전 열어

2023년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20주년이었지만 생일 잔치를 하지 못했다. 2024년 봄이 되어서야 20년 자축을 하고 싶었다. 20년을 꾸준히 나온 회원들이 다섯 명이 넘는다. 15년이 된 사람도 있고 2~3년 나온 신입도 있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조사하는 집안도 있다. 유치원생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새만금갯벌을 다닌 대학생 오승준씨와 새만금 새박사로 통하는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공동단장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영화 <수라>에도 나온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는 드물게 6만이 넘는 관객이 본 영화 <수라>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인터뷰와 활동이 주된 스토리이다. <수라>는 황윤 감독이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을 7년여 촬영해서 만든 환경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조사단 회원들은 20주년 기념으로 사진전을 열기로 했다. 20년간 찍은 사진을 골라 새만금갯벌의 변화상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렇게 회원들의 컴퓨터 사진첩 깊은 곳에 숨어있던 사진을 불러내었다. 다행히 서울의 한 화랑에서 전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20년 사진전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사진전 포스터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20년 사진전
ⓒ 김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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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사진전 1층 벽면을 비춘 대형 슬라이드 사진
▲ 사진전 갤러리 사진전 1층 벽면을 비춘 대형 슬라이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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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상자 속에서 갯벌 사진을 볼 수 있게 했다. 관람객이 사진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 만화경 작은 상자 속에서 갯벌 사진을 볼 수 있게 했다. 관람객이 사진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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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원들이 자기가 찍은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전 조사단원들이 자기가 찍은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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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원들이 선유도에서 조사를 마치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조사단원들이 선유도에서 조사를 마치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 김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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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능동에 있는 '갤러리 적'에서 장소를 내어주어 이십년 묵은 사진들이 빛을 보게 되었다. '갤러리 적'은 작은 땅에 세워진 4층 건물의 1층에 있다. 1층은 갤러리와 이태리 식당을 함께 하고 2층은 전시공간도 있고 차를 마시며 책을 보고 살 수도 있다. 어린이 그림책을 만드는 1인출판사도 함께 있다.

이번 주말 서울 나들이를 하고 싶으면 어린이대공원에서 봄꽃을 감상하고 대공원에서 가까운 '갤러리 적'에서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의 바다를 만나면 어떨까?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20주년 사진전은 4월 28일까지 열린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스토리에도 올립니다.


태그:#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갯벌, #갤러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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