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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렬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 부위원장(오른쪽)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원희룡 후보 지지자 폭언 사건 관련 대책위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원희룡 후보 지지자 폭언 사건에 "분통" 김병렬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 부위원장(오른쪽)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원희룡 후보 지지자 폭언 사건 관련 대책위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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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보다는 오히려 분노로 가득해야 할 현장이었다. 당초 이번 국회 기자회견이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 지지자에게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폭언·폭행당한 것을 문제제기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기 때문이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 소속 피해자들이 4일 오전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이야기다.

그런데 피해자들이 돌아가며 격앙된 목소리를 내는 동안 김병렬 대책위 부위원장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하염없이 눈물을 닦았다. 기자회견이 진행된 약 20여분 동안 왼쪽과 오른쪽 손을 번갈아 가며 눈을 비벼댄 탓에 기자회견이 끝날 무렵 그의 얼굴은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지막까지 고개를 들지 못했던 그에게 다가가 왜 그렇게 울었는지 물었다.

"국회에 오니까 또 복합적인 감정이 드네요. (전세사기 피해로 유명을 달리한) 첫 번째 고인분도 그렇고, 두  번째, 세 번째 고인 모두 우리가 아는 분들이었거든요. 첫 번째 고인 분은 국회에 처음 왔을 때 바로 제 옆에 앉아 있었어요.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 그분은 바로 제 윗집 살았던 분이고요."

하지만 그는 이내 목소리를 바꿔 말을 이었다.

"원희룡 후보를 재작년 12월 9일 처음 만났어요. 한아름 아파트에 왔을 때요. 그때 분명히 '도와준다'고 했어요. 첫 번째 고인이 돌아가신 장지에도 와서 '도와준다'고 했는데 불과 몇 달 후에 입장이 확 바뀌었어요."

"선 구제, 후 대책 분명히 말해놓고는..."
 
김병렬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 부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원희룡 후보 지지자 폭언 사건 관련 대책위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원희룡 후보 지지자 폭언 사건에 "분통" 김병렬 미추홀구전세사기피해대책위 부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원희룡 후보 지지자 폭언 사건 관련 대책위 기자회견을 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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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 처음 발생한 지 1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가 됐을 때, 함께 국회를 찾았던 대책위 관계자들은 '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 하나로 서로를 동료처럼 여겼다. 하지만 피해구제가 늦어지는 사이 피해자들은 동료를 셋이나 잃었다.

남은 이들에게 떠난 이들의 죽음은 상처가 됐고, 희생자들과 함께 피해 구제를 부르짖었던 국회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 트라우마가 됐다. 문제 해결 지연에 따른 피해자들의 분노와 원망은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던 원희룡 후보에게 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이 날 선 단어를 쏟아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들의 요구사항은 단순하다. 원 후보를 포함한 정부 관계자의 '진정 어린 사과'다.

대책위 대표이자 전세사기 피해자인 강민석 대표는 이날 "저는 오늘 원희룡 후보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라며 입을 뗀 뒤 "대책위는 희생자 1주기를 맞아 인천에서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는 의미로 각 정당을 돌아다니면서 영정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희룡 후보가) 저희를 보는 시선과 느낌이 사뭇 많이 달라졌다"며 "원 후보는 국토부 장관 때 인천 (전세사기 피해로 인한) 첫번째 희생자인 고 박00님의 화장장에서 분명히 저희에게 '선 구제, 후 절차 대책을 세우고 시기나 절차는 기관들이 떠안든지 여러 방안을 더 검토하겠다'고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런 사람이 본인의 말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으며, '모든 사기사건에 국가가 나서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거나 '모든 사기 사건은 평등하다', '주식 투자나 보이스피싱은 어떻게 하냐' 등의 말을 했다"라며 "정치에도 감정이 있다고 알고 있다, 또 정치인은 본인이 뱉은 말에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원 후보는 본인의 말에 책임지는 모습을 저희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는 결코 보여주지 않았고, 매몰차게 피해자를 희롱했다"라며 "이런 사람이 국민과 지역구 민심을 대변한다며 국회의원 후보가 됐고 특히 전세사기 피해가 많은 인천, 그것도 계양구에 출마하겠다는 것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 후보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달라, 그래야만 저희 대책위를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원 후보의 선거법 위반 가능성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전세사기 대책위의 요구 "진심어린 사과"

최은선 대책위 부위원장 역시 이날 단상 위에 올라 "4월 1일부터 3일까지 인천 계양에 출마하는 원희룡, 이재명 후보 등 선거운동 하는 곳을 다녀왔다"며 "그런데 후보자와 지지자들이 피해자들을 대하는 반응이 어마어마하게 차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한 곳에서는 모멸감과 공포심을 느꼈고 다른 한 곳에서는 따듯한 위로를 느꼈다"며 "우리는 피해자다, 우리가 원했던 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현 제도가 잘못됐으니 (대책을) 논의해 보겠다'는 말"이라며 "공감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웠냐"고 되물었다.

지난 1일 1인 시위 도중 원 후보 지지자로부터 폭언·폭행을 당한 당사자, 안상미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 역시 이 자리에 함께했다. 안 위원장은 "폭행 다음 날 경찰서에 가서 고소했다, 죄목은 폭행과 재물 손괴, 은닉"이라며 "그분이 위협적인 행동을 해 제 손을 쳐 핸드폰을 떨어트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이 제게 사과를 한다면 용서할 생각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안 위원장은 이어 "조금 전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는데 그분은 '(폭행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사과가 아니라서 (고소는) 계속 진행하겠다, 그 어떤 것도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인 시위는 합법적이다, 시위를 방해하지 말고 제대로 사과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또 "원희룡 후보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자 후보가 '전세사기는 정부의 탓'이라고 해 깜짝 놀랐다"며 "그런데 연이어 '문재인 정부 탓이라고 해 또 한번 깜짝 놀랐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를 다시 우리에게 돌려주시면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묻고 지원책을 요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안 위원장은 "전세사기는 대표적인 민생이자 국민 기본권과 주거권을 위협하는 사회적 재난"이라며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고 정책을 만들겠다고 나온 사람들이 대표적인 민생을 악성 민원 취급한다면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다, 사과해달라"고 요구했다.

주요 지리정보

태그:#22대총선, #전세사기, #원희룡,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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