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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오후 울산시 남구 신정시장을 찾아 울산지역 총선 후보들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26일 오후 울산시 남구 신정시장을 찾아 울산지역 총선 후보들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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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1시 30분 무렵 울산광역시 남구 신정시장. 울산 지역 최대 전통시장인 이곳엔 사람이 붐빈다. 인근에 울산광역시청과 주택가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정치인들의 '단골 민생 탐방' 명소이기도 하다. 하루 전만 해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 총선 출마자들이 신정시장에서 유세를 벌였다. 올해 2월 21일엔 윤석열 대통령이 다녀갔다. 2016년 7월 28일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씨가 이곳에서 국밥을 먹은 일화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정치인들이 울산 신정시장을 즐겨찾는 이유는 유동인구가 많아서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상인 수가 많아서다. 상인들을 많이 만나면 여론 형성에 유리하다. 시장에서 나오는 말들은 곧 여론이 된다.

총선을 약 2주일 앞두고 '높은 물가'가 이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겐 악재이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겐 공격의 기회로 작용한다.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양재 하나로마트에서 한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 발언 여파로 민심은 요동쳤다. 서민이 마주하는 물가 상황과 동 떨어진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불 난 데 부채질하는 격으로 이수정 국민의힘 경기 수원정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 25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서 '대통령이 대파 한 뿌리에 875원으로 말했을 것'이란 식으로 말해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여권은 '물가 안정 대책 시행 중' '대파값은 본질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대응하지만, 당장 시장·마트에서 지갑을 열어야 하는 서민 입장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대파가 한 단에 3000원으로 다 똑같다?... "가격 맞춰서 대파 양 조절"
 
2024년 3월 27일 오후 울산 남구 신정시장의 한 상점 매대에 놓여 있는 대파. 한 단 약 여섯 뿌리에 3000원.
 2024년 3월 27일 오후 울산 남구 신정시장의 한 상점 매대에 놓여 있는 대파. 한 단 약 여섯 뿌리에 3000원.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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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27일 오후 울산 남구 신정시장
 2024년 3월 27일 오후 울산 남구 신정시장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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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정오가 막 지난 오후, 저녁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보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신정시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기자는 대파값부터 파악하기 위해 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특이한 점은 이날 시장 곳곳에서 파는 대파값이 모두 3000원으로 동일했다는 점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등장한 대파값은 한 단에 3800원, 5000원 정도였다. 며칠 사이 가격이 크게 떨어진 걸까?

한 상인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대파 가격이 근래 들어 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이곳 전통시장에서는 가격대를 3000원으로 맞춰 대파 양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가령 3000원어치 대파에 두세 뿌리 더 넣으면 5000원 꼴이 되는 것.
 
- 최근에 윤 대통령이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이라고 한 소식 들으셨습니까? 
"875원? 들었제. 하지만 그서(그곳에서) 하는 말이제. 대파가 얼마나 비싼데 그라노."

- 그 소식 나오고 나서 상인들 사이에선 어떤 이야기가 나오던가요?
"다 세상 실정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카제. 실제 서민들은 그말 안 믿제."

- 요즘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데 장사는 잘 됩니까?
"말라꼬(뭐하려고) 자꾸 묻능교... (이후 침묵으로 일관)"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다보면 '덤'이라는 게 있다. 본래 놓여 있던 물건보다 몇 개씩 더 얹어주는 주인의 인정을 말한다. 하지만 요즘엔 '덤'을 얹어주기 힘들다는 게 상인들의 중론이다. 그만큼 물가가 올랐다는 뜻이다. 

"정치인들이 물가 얘기하다가 논란만 키워... 상인 힘들어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15일 오전 10시 울산 남구 수암시장 주앙광장에서 즉석 연설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15일 오전 10시 울산 남구 수암시장 주앙광장에서 즉석 연설을 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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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옮겨 오후 2시 20분께 도착한 곳은 울산 남구 수암시장. 이곳은 지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당 총선 출마자 지원을 위해 방문하자 인파가 모였던 곳이다.

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니 이곳 역시 대파값이 한 단에 3000원으로 같았다. 한 상인에게 이유를 물으니 "전통시장 상인들이 물건을 가져오는 도매시장 가격이 같으니 전통시장 대파값도 같을 수밖에"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파도 대파지만 요새 값이 많이 뛴 채소 중 하나가 고추라고 한다. 시장에서 만난 한 주부는 "시장에 오면 제일 싼 것이 고추였는데 요즘은 고추 사기가 겁난다. 시장 돌아보다 더 많이 주는 곳을 찾게 된다"라고 말했다.

상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파나 고추뿐 아니라 전통시장 내 대부분의 먹거리 가격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상 기후로 채소·과일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도 있고, 온실재배의 경우 난방비 폭등이 가격 상승이란 결과를 낳기도 한단다.

또다른 상인은 "손님들 중 대부분이 '채소는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이 싸다'고 한다. 채소류는 아무래도 전통시장이 낫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정치인들이 자꾸 채소나 과일 물가를 이야기하다 논란만 키우니 시장과 상인에 대한 불신이 쌓여 우리만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

'지난해에 비해 채소값이 올랐나'는 질문에 이 상인은 "채소 가격은 계절 영향과 물량에 따라 등락이 있어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라며 "오히려 정치하는 사람들이 물가 불안감을 조성하고 손님과 상인 간 갈등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자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울산전통시장, #대파, #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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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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