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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1시 30분께 찾은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에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26일 오후 1시 30분께 찾은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에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 김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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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준다고 싫어할 국민은 없겠지만, (거물급) 정치인이라면 문제의 근본을 해결해야죠." - 87세 남성 신아무개씨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이번 총선의 핵심 의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놓은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25만 원'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지난 26일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80대 남성 신씨는 "본질적 해결책도 아니고 실현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내놨다. 50대 후반 여성인 박아무개씨는 "코로나 때도 재난지원금이 도움 됐어요. 4인 가구면 100만원인데 적은 돈도 아니고 받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일시적인 대책이고, 총선용이지만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여야 사이 안 좋은데 가능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뒤 현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인순(송파병), 송기호(송파을), 이 대표, 조재희(송파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전통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뒤 현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인순(송파병), 송기호(송파을), 이 대표, 조재희(송파갑).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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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1시 30분께 찾은 대형마트엔 '물가안정, 가격파격'이라고 적힌 포스터가 곳곳에 나붙어 있었다. 판촉행사 중인 매대 직원들은 "대폭 할인 중"이라며 고객들에게 손짓했지만, 좀처럼 카트에 물건이 담기지 않자 한숨을 내쉬었다.

조미료 코너에서 물건을 진열 중이던 직원 문아무개(60대, 여)씨는 "저 가격이면 괜찮다 싶은데도 손님들, 특히 어머님들은 몇십 원만 올라도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한다"며 "(평소라면) 그냥 살 것도 (고)물가 때문에 지나치는 걸 보면서 (가계가) 많이 위축됐다고 느낀다"고 귀띔했다.

<오마이뉴스>가 만난 대다수 시민들은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묻자 코로나 팬데믹 때 받은 재난지원금을 떠올리며 '보편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날 간편식품 매대에서 만난 고아무개(60대 후반, 남)씨는 "물가를 자극하더라도 (국가적 차원의) 보편지원이 필요하다. 고물가로 서민들이 너무 어렵지 않나"라고 말했다. 양념 코너에서 쌈장을 집어 든 50대 주부 김아무개씨도 "세금을 많이 냈는데 (민생회복지원금을 받는다면) 일부 돌려받는 느낌이 들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앞서 거론한 신씨처럼 "고물가로 사람들이 힘드니 선거에서 반사이익을 얻어보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특히 협치 없는 정부여당과 야당의 상황을 꼬집으며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가로젓는 시민도 있었다. 40대 중반 남성 이아무개씨는 "세금을 13조원이나 쓰려면 정부와 소통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여당과 야당은) 사이가 좋지 못한 것 아닌가"라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전문가들 "고물가 상황에서 적절한가"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야채 매장에서 대파 등 야채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야채 매장에서 대파 등 야채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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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는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새마을전통시장을 찾아 전 국민에게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국민 1인당 25만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되 취약계층(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은 10만원을 추가 지원한한다는 계획이다. 민생회복지원금에 소요될 예산은 약 13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대표는 세금, 국채발행,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발표가 고물가 상황에선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표가 "(보편지원으로 얻는 경제적 효과는) 코로나19 때 증명됐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도 "코로나 때는 저물가였다"며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확장재정은 소비가 위축되고 물가가 하락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 즉 대공황에 준하는 위기 때 필요하다"며 "하지만 현 상황은 금리를 올려 고물가를 잡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발발했고,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 Fed)도 금리를 계속 올려 우리 경제가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거시적으로는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되 미시적으로는 이 과정에서 버틸 여력이 없는 취약계층의 채무를 조정하거나 복지로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26일 오후 1시 30분께 찾은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에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26일 오후 1시 30분께 찾은 경기도의 한 대형마트에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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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도 "소비 진작 측면에서만 보자면 민생회복지원금은 효과가 있겠지만 13조를 지금 투입하는 게 적절한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예를 들어 아동수당은 '모든 아동에 대한 보편적 양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논리가 사회적 합의를 이뤄 도입된 것인데 민생회복지원금은 합의돼 있지 않다"면서 "결국 이런 공약이 나오는 건 지금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재난지원금 지급도 찬반이 갈렸지만, (결정적으로) 코로나 때는 경제 전반이 위축된 데다 2020년 당시 저물가로 소비진작 요구가 제기됐고, 팬데믹과 맞물려 정서적 위로라는 사회적 공감대까지 형성됐다. 현재와 상황이 다르다. 무엇보다 13조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올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할 생계비로 편성된 예산이 7조 5000억원인데 추경으로 민생회복지원금을 줄 바에야 어려운 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 

여당 "포퓰리즘" 공세에 이재명 "부작용은 효과에 비해 미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 신당동 떡볶이타운에서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 이혜훈 후보와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 신당동 떡볶이타운에서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 이혜훈 후보와 함께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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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선 즉각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쏟아졌고, 이 대표는 "부작용이 없을 수 없지만 얻는 효과에 비해 미미하다"고 반박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동문회관에서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높은 물가로 고통받는 분을 돕기 위해 돈을 푼다는 것인데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를 것 같나, 내릴 것 같나"라며 "물가로 인한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오히려 물가를 상승시킨다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26일 논평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은) 선거를 불과 2주 앞둔 시점에서 대놓고 표를 달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평가절하했다.

이같은 지적에 이 대표는 26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대통령이 전국을 순회하며 사실상 불법 관권선거를 하면서 (남발한 재원이) 1000조원이 넘는데 (민생회복지원금을 위한) 13조원으로 (고물가에) 도움되는 것을 안 한다는 건 황당한 얘기"라며 "(확장재정을 통한 보편지원 정책 효과는) 코로나 때 이미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역화폐로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했을 때 발생할 지역경제·골목상권 활성화, 돈이 순환되며 생기는 재정수입 등 복합적 요인을 생각하면 (물가가 오르는 등) 부작용은 미세할 것"이라며 "(어떤 정책이든) 효과가 100% 좋은 건 없다"며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도 2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은 부자감세 등 윤석열 정부 경제실정의 책임을 묻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며 "블루·화이트칼라 따질 것 없이 전 국민의 경제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다급히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총선, #민생회복지원금,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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