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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 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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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를 지난해 10월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채택했다.

안보리는 25일(현지 시각) 공식회의에서 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 분쟁 당사자의 존중 하에 항구적이고 지속 가능한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이사국 15개국 중 14개국의 찬성으로 채택했다. 

안보리는 지금까지 가자지구와 관련한 결의안을 두 차례 채택한 바 있으나, 즉각적인 휴전 요구는 없었다. 

미국은 거부권 행사 대신 기권을 택했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 찬성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즉각적인 휴전 요구... '인질 석방' 조건 안 걸어

이번 결의안은 앞서 미국이 제출한 결의안을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하며 상임이사국 간 이견을 드러내자 한국을 포함한 선출직 비상임 이사국 10개국이 공동으로 제안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회의에서 "새 결의가 안보리 내부 정치를 넘어 구체적인 의의를 갖기 위해서는 가자지구 상황에 유형의 영향을 미쳐야 한다"라며 "무고한 민간인의 생명을 구하고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을 완화하는 등 가자지구 현장 상황이 달라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이 결의가 너무 늦었다"라며 "안보리가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기까지 6개월이 걸렸고, 그동안 10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죽거나 불구가 되었고 200만 명이 난민이 되어 기근을 겪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은 탄원하고, 소리치고, 울고, 저주하고, 기도하면서 역경을 이겨냈지만 그럼에도 죽음과 파괴, 강제 이주, 질병을 겪고 있다"라며 "이들의 시련은 지금 즉시 끝나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새 결의는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요구하고, 의료 및 식량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가 시급하며 가자지구 전체의 민간인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인질 석방을 휴전의 조건으로 걸지는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안보리 결의는 국제법상 구속력을 지니고 국제법으로 간주된다"라며 "결의를 집행할 수단은 없지만, 이스라엘이 결의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징벌적 조치를 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안보리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한 것에 감사한다"라며 "(이스라엘과) 인질 석방을 위한 팔레스타인 수감자와의 교환 협상에 즉시 참여할 의사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휴전을 준수하고 가자지구에서 군대를 철수하며,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전쟁, 집단 학살, 인종 청소를 끝내도록 안보리가 압박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미, 거부권 대신 기권... 이스라엘 강력 반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안보리 회원국들이 우리의 수정안 일부를 받아들이고 결의안을 개선하려는 의지에 감사하다"라면서도 "하마스에 대한 규탄을 넣어달라는 핵심적인 내용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에 결의안의 모든 내용에 동의할 수도 없었고, 안타깝게도 찬성표를 던지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결의안의 일부 중요한 목표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라며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석방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새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지만, 채택을 무산시키지 않기 위해 거부권 대신 기권이라는 절충안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강력히 반발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번 전쟁을 시작한 것은 하마스의 대학살"이라며 "슬프게도 안보리는 지난해 10월 7일 벌어진 대학살을 비난하는 것을 거부했다"라고 밝혔다. 

이날 안보리 결의 직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날 예정됐던 이스라엘 고위 대표단의 미국 방문을 돌연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의 최측근인 자히 하네그비 국가안보보좌관, 론 더머 전략 담당 장관을 미국에 보내 가자지구 라파 지역 공격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내고 "인질 석방 조건이 없는 휴전을 지지한 결의안에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전쟁 내내 유지해 온 미국의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라며 "이는 인질을 풀어주지 않고도 휴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하마스에 심어줌으로써 이스라엘의 전쟁과 인질 석방 노력에 해를 끼친다"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대표단, 방미 취소... 백악관 "매우 실망"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대표단 파견을 취소한 것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라며 "그들이 오지 않은 것은 이상적인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대규모 지상 작전을 하는 것이 실수라는 우리 입장은 변함 없다"라면서 "특히 라파에 150만 명의 피란민이 모여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곳에서의 지상 공격을 올바른 행동 수순(right course of action)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다만 "우리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인질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위해서라도 새 결의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라며 "실패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안보리, #이스라엘, #가자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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