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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간의 겨울방학이 끝나고 등교가 시작되었다. 새 학기 학부모들은 학교급식에 관심이 많다.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의 식사가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급식은 아이들에게도 최대 관심사인가 보다.

개학 첫 날, 하교 후 아이가 신이 나서 급식 얘기부터 꺼냈다.

"엄마, 미역국에 감자 넣으니까 맛있더라."

다음날도 집에서 자주 먹는 된장찌개도 학교급식으로 먹고 나면 어김없이 관심사가 된다.

"엄마, 된장찌개에 냉이가 나왔어. 냉이는 어디서 자라?"
 
아이들이 신학기가 시작되어 점심 급식을 먹고 온다. 친환경농산물로 다양한 메뉴가 매일 제공된다.
▲ 초등학교 3월 급식  아이들이 신학기가 시작되어 점심 급식을 먹고 온다. 친환경농산물로 다양한 메뉴가 매일 제공된다.
ⓒ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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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의 말에 웃음이 터진다. 새 학기엔 보통 선생님이 어떠하시다. 반 친구들 중에 누구랑 친해졌다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아이는 마치 급식놀이를 하고 온 것 같았다.

오늘은 어떤 반찬이 나왔는데 우리 집과 달리 이렇게 저렇게 하니까 더 맛있다는 얘기가 주를 이룬다. 가령 저녁에는 계란찜이 먹고 싶은데 당근과 쪽파를 더 작게 썰고 버섯을 넣어서 해달라고 하고 떡국에 들어가는 떡은 눈사람모양으로 넣어달라고 말한다.

이상한 건 아이가 말한대로 해줘도 학교에서 먹은 게 더 맛있다는 것이다. 매번 학교급식 VS 엄마표 밥상에서 내가 밀린다. 

엄마 고민을 덜어주는 급식

이십 년 가까이 주부로 지냈고 요리 좀 한다는 손이지만 매일 다른 메뉴로 반찬을 새로 만들고 재료를 골고루 준비하기는 어렵다. 물론 찌개나 주메뉴는 바꾸지만 밑반찬은 보통 다 소모될 때까지 밥상에 오른다. 이유는 야채나 고기를 소량으로 팔지 않기 때문이다. 시금치를 사서 한단을 무치고 고기도 한 근을 사서 재우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기에 학부모였던 분은 급식의 절실함을 겪어봐서 알 것이다. 매일 세 끼 밥상을 차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 점심 한 끼만 학교에서 먹고 와도 많은 고민을 덜 수 있다. 학교에서는 매주 수요일은 특별한 음식을 선보인다. 최근 아이들에게 인기인 마라탕이나 스파게티, 밥버거, 쫄면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아이들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안양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은 성장 성수기이다
▲ 안양시 한 초등학교 운동장 안양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은 성장 성수기이다
ⓒ 김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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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에 학부모총회를 하고 그날 모인 학부모들 중에 학교에서 봉사할 일을 맡는데 나는 주로 급식모니터링을 맡았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가서 식자재를 검수하는 것이니 부담도 적고 아이들이 맛있다고 노래를 부르니 비법이 궁금하기도 하였다.

급식모니터링을 다니면서 느낀 점은 첫째, 재료가 매우 신선하다는 것이었다. 친환경마크가 찍힌 식재료가 농협에서 바로 배달되고 소금까지 '해초 소금'을 쓴다. 급식 모니터링하고 와서 우리 집의 소금도 해초 소금으로 바꿨다.

둘째, 영영사와 조리사의 음식 솜씨까지 더 해지니 맛있을 수밖에 없다. 급식실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재료를 꼼꼼히 검수하고 깨끗이 세척해서 맛있게 요리하여 점심시간에 따뜻한 식사를 제공한다. 급식이 맛있다는 말을 아이에게 들으면 학부모들은 얼마나 뿌듯하고 안심이 되는지 모른다.

사실 아이들이 김치를 학교처럼 아삭하게 담아 달라고 하는 말에 자존심도 조금 상했었다. 김치는 주부의 자존심인데 말이다. 하지만 내 자존심에 스크래치 좀 나면 어떤가 매일 조리사와 요리 배틀 하고 거기서 완패하더라도 아이들이 급식을 즐기니 좋다. 잘 먹고 즐겁게 학교 생활하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지난 6일 최대호 시장은 "안양시는 친환경무상 학교급식에 총 271억 원을 지원하여 학교급식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더욱 높여가겠다"라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급식 맛집 학교에서 몸도 마음도 성장 성수기를 누리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작가의 브런치에 실릴 수 있습니다.


태그:#친환경무상급식, #안양시, #최대호, #새학기급식식단표,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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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아름답고 재미난 이야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고가며 마주치는 풍경들을 사진에 담으며 꽃화분처럼 바라보는 작가이자 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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