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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갑문 덕분에 새만금호 수질 개선됐다"

뉴스 검색을 하다가 이런 제목의 <조선비즈> 기사(2월 23일)를 봤다. 배수갑문 덕분에 수질이 개선되었다니, 무슨 소리인가 하는 궁금증에 뉴스를 읽기 시작했다.

"지난 2020년 완공된 새만금 방조제가 인근 바다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방조제 내부에 쌓인 과도한 영양분이 흘러나가 수질 개선 효과가 나타났고, 동시에 방조제 외부에서는 생태계 먹이 사슬의 변화가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다. 이번 연구는 새만금 생태계 유지를 위한 배수갑문 운영 계획에 적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가 이끄는 연구진은 23일 새만금 방조제의 배수갑문 개방이 생태계에 미친 영향에 대한 최초의 장기간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 기사에서 배수갑문에 대해 언급한 건 이 정도다. 그런데, '배수갑문 덕분'이라는 말을 쓰려면 좀처럼 수질 개선이 되지 않았는데 배수갑문을 열었더니 눈에 띄게 수질이 개선된 경우여야 하지 않을까. 지금 새만금호 수질이 획기적으로 좋아졌나? 의문이 들어 추가적으로 관련 기사 등을 찾아보았다. 
 
새만금 방조제 기사
▲ 새만금방조제 기사 새만금 방조제 기사
ⓒ 카카오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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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또 하나의 기사를 찾았다. <연합뉴스>의 2월23일 기사이다.

"새만금 방조제, 수질 개선, 수중생물 먹이원 증가 효과"

이 제목은 단어만 나열해서 인과관계를 모르겠다.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로 인해 수질이 개선되고 수중생물의 먹이원이 증가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듯하다. 그런데 가만히 있는 방조제 덕분에 수질이 개선되었다니, 이게 맞는 말인가 싶다. 

김종성 교수의 논문에 어떤 내용이 있었기에 이런 제목이 나왔는지 원본을 찾아보기로 했다. 서울대 홈페이지에서 연구진 측이 내놓은 보도자료를 볼 수 있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방조제 외측 갯벌 생태계는 배수갑문을 통한 내측의 방류수(부영양화) 유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 즉, 내측과 외측 갯벌 생태계를 비교함으로써 방류수 유출 영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방조제 내·외측 갯벌의 생태계 먹이망 및 주요 생물의 먹이 원을 추적하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한다. 

연구진은 "본 연구에서는 새만금 방조제의 배수갑문 운영에 따른 새만금호 내측 및 외측의 수질 변화 양상 등 수환경 특성을 파악한 결과를 제시"했는데, "배수갑문의 개방 횟수 증가와 상시 개방 이후 활발한 해수 교환으로 내측 수질이 일부 개선되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해당 논문의 보도자료
▲ 보도자료 해당 논문의 보도자료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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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연구진은 "인공 방조제는 강과 바다로 이어지는 자연 생태계의 연속성을 파괴하고 방조제 내측 수환경의 부영양화를 야기한다. 이는 녹조나 적조와 같은 환경문제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실제 세계 최장의 새만금 방조제 내측에서는 부영양화로 인한 수질 악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된 바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새만금호 수질 악화 근본 원인은 새만금 방조제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방조제가 없었으면 갯벌이 살아 있고, 수질 악화도 없었을 것이다.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된 후 배수갑문을 열고 오염된 물을 빼고는 있지만, 그 규모가 새 발의 피일 뿐이라고 본다. 새만금호의 물을 개선시키기에는 너무 작은 규모이다. 이 정도로 언제 수질을 개선할 수 있을까? 

내가 활동하고 있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새만금 호수 밑바닥은 생물이 살기 힘들 정도로 오염돼 있다. 하루 2회 해수 유통을 하는 것으로는 새만금호 전체의 수질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검게 썩은 펄
▲ 새만금호수 밑바닥의 썩은 펄 검게 썩은 펄
ⓒ 김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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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새만금호 수질을 개선시키기 위해서 2001년에서 2020년까지 4조 원 넘게 돈을 쏟아 부었고(2001∼2010년 1조3000억 원, 2011∼2020년 2조9000여 억 원을 투입) 지금도 엄청나게 많은 돈을 쓰고 있지만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실패한 수질 정책을 포기하고 상시 해수 유통을 하는 것이 새만금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김종성 교수는 지난 3월 2일 군산대에서 열린 새만금 바다연구 10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여했다. 필자도 이 자리에 참석했는데, 김 교수는 "새만금 갯벌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새만금 방조제의 배수갑문을 상시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기자들이) 배수갑문 덕분에 새만금 방조제 안의 수질이 개선되었다고 기사 쓰는데, 그게 아니다. 방조제 때문에 물이 썩었는데... 제가 주장하는 부분은 배수갑문 운용에 따라서, 안쪽과 바깥쪽의 통합 관을 통해 지금보단 수질을 개선하는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질이 개선되면 아래에 썩어 있는 퇴적물, 빈산소층이 해결될 것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퇴적물에 살고 있는 여러 저서 생물들이 다시 나타날 것이다.

(내 논문은) 해수가 유통돼야 그 안에 살고 있는 여러 생물들이 같이 이동하고, 물질도 순환하고, 여러 가지 에너지 측면에서 좋아진다는 내용이다. 과학적인 내용이 들어간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 훼손된 갯벌이 회복되는 데는 최소한 30년 이상이 걸릴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무조건 해수를 유통하는 것이다. 

새만금 방조제의 문제는 수문이 남쪽에만 있는 것이다. 수문을 여러 개 만들고 해수를 상시 유통해야 수질 개선 효과를 보고 궁극적으로는 생태계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 이게 지금 남아 있는 갯벌이라도 지켜 회복하는 방법이다."

 
서울대학교 김종성교수가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다.
▲ 김종성교수 서울대학교 김종성교수가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다.
ⓒ 김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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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교수는 지난 2월 25일 <현대해양>과의 인터뷰에서 "새만금 갯벌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새만금 방조제(배수갑문)를 상시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새만금 갯벌이 회복되려면 최소 30년은 걸릴 것이라는 김종성 교수의 말이 필자의 가슴을 무겁게 했다. 1991년 새만금사업을 시작해서 30년이 넘었는데, 그만큼의 시간을 더 인내해야 과거 갯벌을 만날 수 있다니. 한번 훼손된 갯벌은 복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걸 개발 세력도 기억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브런치 스토리에도 보냅니다.


태그:#새만금방조제, #새만금갯벌,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김종성교수, #배수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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