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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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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징역 4년 구형 역시 너무나 짧습니다. 제 고통은 가해자가 나온 뒤에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엄마나 할머니가 되어서도 평생 불안감 속에 살 텐데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가해자를 생각하면 너무나 분하고 억울합니다."

축구선수 황의조씨의 불법촬영 혐의 피해자이자 형수 A씨의 유포·협박 피해자이기도 한 여성 B씨가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 중 일부다.

B씨는 구속기소된 A씨의 재판부에 5일 낸 탄원서를 통해 "영상이 유포됐던 시간을 밤으로 알고 있다. (가해자는) 그 밤에 조회수가 몇 만 단위로 올라가고, 유포 영상이 수없이 다른 매체로 퍼 날라지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접했음에도 본인의 잘못을 제때 바로잡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제 얼굴이 나온 (불법촬영) 영상 캡쳐본으로 (저를) 2차 협박했는데 '악랄하다'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라고 호소했다. 

특히 B씨는 혐의를 부인하던 A씨가 갑자기 죄를 인정하고 황씨를 두둔한 내용의 반성문을 낸 것을 지적하며 엄벌을 요구했다. B씨는 "가해자(A씨)의 반성문과 달리 저는 단 한 번도 카메라를 바라본 적이 없다"며 "거짓된 진술로 저를 기만하는 것 또한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 측이 했던 발언, '영상에 얼굴을 편집했으니 배려한 것이다', '당사자가 누군지 모르니 괜찮다'는 식의 취지 역시 전혀 납득되지 않았다"며 "편집된 영상에서 제 얼굴은 반쯤 노출됐고, 제 수치심과 불안함은 얼굴이 편집됐으나 안 됐으나 변함이 없다. 얼굴이 나오지 않았다고 영상 속 사람이 제가 아닌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B씨는 "(가해자의 말 중) 이렇게 일이 커질지 몰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가해자는) 첫 유포 후 언론보도로 이 상황이 뜨거운 감자가 됐음에도 멈추지 않았고 2차 협박을 이어갔다"며 "저는 하루하루가 불안해 사소한 외출조차 꺼리는 와중에 (가해자는) 태평하게 네일샵에서 (황씨를 협박하기 위해) 이메일 계정을 만들었고, (경찰이 휴대폰을 압수할 당시) 필사적으로 휴대폰을 초기화해 영상을 지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황씨와 수년간 함께 생활하며 국가대표인 그에게 얼마나 많은 언론과 대중이 관심을 갖는지 체감하고 있었다. 파급력을 '악의적'으로 노리고 범행에 임했기 때문에 일반 선례보다 더 강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며 "가해자들(황의조·A씨)은 (이번 사건에 대한) 대중들의 질타와 관심이 없었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법 위에 사는 가해자에게 재판부가 합당한 처벌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영상 돈 받고 팔리기도... 참담한 마음 말로 표현 못해"
 
지난해 11월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 출전한 황의조.
 지난해 11월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 출전한 황의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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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사건이 불거진) 9개월 전과 비교해 (보면) 저는 피폐해지고, 극심한 우울감과 스트레스, 불면과 불안을 겪고 있다"며 "2차 유포 협박과 가해도 스스럼없었던 가해자들의 행태를 보면 10년, 20년 뒤 제게 어떤 피해를 입힐지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특히나 이번 사건은 (국가대표 축구선수였던) 가해자 특성상 대중의 관심이 많았고, 파급력 또한 엄청났다. 단톡방에 영상이 돌아다니고, 심지어 영상이 돈을 받고 팔리기도 했다"며 "평범한 일상을 사는 저 또한 지인이 요즘 뜨거운 영상이라며 일방적으로 보낸 영상으로 피해사실을 알게 됐다. 이 정도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봤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매체에, 신문과 유튜브에, 제 벗은 몸이 헤드라인 기사로 돌아다녔다.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에서 제 벗은 몸을 마주한 (당시) 그 심정은 부끄러움, 불쾌함, 분노, 참담함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며 "차마 보지 못하고 화면을 끄는 것밖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재판 내내 "공유기가 해킹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혐의를 부인하다 지난 20일 돌연 재판부에 자필 반성문을 제출하고 범죄를 시인했다. 하지만 "형 부부의 헌신을 인정하지 않은 시동생(황씨)을 (중략) 혼내줄 생각으로, 영상을 편집해서 카메라를 바라보는 여성의 얼굴이 노출되지 않게 했다"며 "황의조 선수는 불법촬영이나 하는 파렴치한 사람이 아니고 모두 제 잘못이다"고 황씨를 두둔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공판에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촬영물 등 이용 협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보복 협박 등) 위반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4년, 취업제한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14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황씨는 영상을 불법촬영하고 피해여성의 신상을 특정해 2차가해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황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법촬영은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황의조형수불법촬영유포,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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