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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4일, 서울 영등포구 그의 지역구 사무실에 아직 더불어민주당 명의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영주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4일, 서울 영등포구 그의 지역구 사무실에 아직 더불어민주당 명의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 김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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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에 더불어민주당 김영주라고 적혀 있는데 국민의힘으로 갔다고요?"

김영주 의원(4선, 서울 영등포갑)이 더불어민주당을 떠나 국민의힘에 입당한 4일, 그의 지역구 사무실이 있는 영등포구 당산동3가 앞을 지나다 <오마이뉴스>와 만난 50대 남성은 현수막을 가리키며 반문했다. "아직 소식을 듣지 못했다"는 그의 손가락 끝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영등포갑 국회의원 김영주",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적힌 현수막의 파란 글씨를 향하고 있었다.

유권자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 김 의원의 탈당과 입당은 총선을 불과 한 달여를 앞두고 이뤄졌다. 국민의힘에 '기습' 입당한 김 의원이 아직 "더불어민주당" 현수막을 못 걷었듯,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의 현수막도 영등포시장 곳곳에 걸려 있었다.

영등포갑은 원도심 위주의 지역구로 영등포본동, 영등포동, 당산1~2동, 도림동, 문래동, 양평1~2동, 신길3동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한강변 서부생활권에 속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하위 20%' 평가를 받고 탈당한 김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같은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영등포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던 문병호 전 의원이 탈당해 '개혁신당'에 합류하면서 지역구를 옮겼고, 국민의힘 소속으로는 김기남 예비후보 등이 뛰고 있다.  

김 예비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그동안 혼신을 다해 지역을 누빈 예비후보들이 받게 될 상처와 배신감을 헤아린 것이냐"며 "김 의원이 총선승리 경쟁력이 있다면 공정한 경선을 통해 후보로 결정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총선 앞두고 갑자기, 지역주민에 예의 아니다"
국힘 지지자 "이재명 비호감, 김영주 찍겠다"

 
김영주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4일, 그의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 일대를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김영주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4일, 그의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 일대를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 김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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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4일 지역구 내 영등포시장, 영등포주민센터와 인근 공원, 영등포구청역 사거리 일대를 돌며 김 의원의 정치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40여 명에게 인터뷰를 시도했고, 10여 명의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주민들 대부분은 "관심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인터뷰를 거절했으나, 인터뷰에 응한 일부 주민은 김 의원의 행보에 대해 "기회주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5시쯤 영등포구청역 인근 김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만난 30대 남성 정아무개씨는 "주민들이 당과 정책을 놓고 의원을 뽑는 건데 갑자기 정반대 (성격의) 정당으로 간 것 아닌가"라며 "4선을 하며 민주당의 정책을 구현한다더니 좀 배신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고개를 저었다. 

영등포구청역 앞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던 40대 초반 남성 백아무개씨도 "물론 김 의원이 능력도 있겠지만 4선을 했다는 건 민주당 영향도 있는 거 아니냐"면서 "선거를 코 앞에 두고 (당적을) 갑자기 옮긴 건 지역주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좀 이기적이란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갑작스러운 김 의원의 행보가 "놀랍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영등포주민센터 옆 중마루공원에서 오후 3시께 만난 68세 남성 김아무개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기브앤테이크(주고 받는 것)가 있지 않았겠나. (서로에게) 이득이 되니 옮겼을 것"이라며 "(정치권에서의 선거 직전 당적 변경이) 한 두 번도 아니고 기대할 게 없다. 투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주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4일, 그의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영주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4일, 그의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 김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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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밝힌 이들은 김 의원의 입당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우리은행 당산동지점 앞에서 만난 70대 후반의 남성 이아무개씨는 "(김 의원의) 탈당은 요새 매일 뉴스에 나와 알고 있었다"며 "지역구의 다선 의원이니 정부에 발맞춰 지역 정책을 잘 펼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영등포시장 앞에서 만난 71세 여성 이아무개씨는 "김 의원은 (다른) 민주당 의원들과 달리 이재명 대표만 '옳다'고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다. 민주당 출신이지만 (비교적)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치켜세웠다. 시장 내 상가에서 만난 40대 여성 유아무개씨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호감이 있어 (국민의힘 후보로 나올) 김 의원을 뽑을 예정이다"라며 "(4선 의원이니) 오래된 구시가지를 깨끗하게 정비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당층 두드러진 2030 "누굴 뽑을지 선거 직전에 봐서"
 
김영주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4일, 그의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 안내도를 바라보고 있다.
 김영주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4일, 그의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시장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 안내도를 바라보고 있다.
ⓒ 김화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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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평가 외에도 '선거 직전까지 공약을 살피며 투표하겠다'는 신중론과 '딱히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무당층의 답변도 눈에 띄었다. 이러한 답변은 젊은층에서 두드러졌다.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영등포시장 인근 신축 오피스텔에서 만난 20대 후반의 남성 김아무개씨는 "기본적으로 윤석열 정권에 실망감이 있는 상태"라면서도 "(총선에서) 누굴 뽑을지는 선거 직전에 가서 공약을 보고 선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영등포본점 앞에서 만난 29살 여성 구아무개씨는 "솔직히 총선에 별 관심은 없고, 딱히 지지하는 사람도 없다"며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면 원래 지지하던 정당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 

영등포시장 기계공구상가 앞 카페에서 만난 30대 여성 박아무개씨는 "예전엔 몇 번 찍었지만 이젠 누가 나오는지 찾지도 않게 됐다"며, "투표해도 바뀌는 게 없는 것 같아 투표할 생각도 안 든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김영주 의원은 21대 선거에서 56.26%를 득표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문병호 후보 (38.28%)를 약 18%p차로 크게 이겼다. 2022년 구청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48%, 국민의힘이 52%를 득표했다. 비례대표를 제외하고 당선된 영등포구 기초의원은 민주당 8명, 국민의힘 7명이다.  

김영주 의원의 탈당선언 이후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영등포구청장을 역임한 채현일 후보를 이 지역에 전략공천했다. 

태그:#김영주, #기습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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