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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왔다. 봄을 맞이해 성인을 대상으로 한 봄 강좌가 여기저기서 개강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는 2월에 문화원의 문화학교가 시작되었고 3월에는 평생학습센터가 강좌를 시작한다.

요즘 문화강좌 중에 인기있는 수업은 어반스케치다. 어반스케치는 도시나 마을, 여행지 등 주변 풍경을 보고 현장에서 직접 그리는 그림을 말한다. 작은 스케치북과 팔레트, 붓과 펜 하나만 있으면 되는 그림 그리기라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스케치북, 휴대용 팔레트, 펜, 붓, 물통
▲ 어반스케치 도구들 스케치북, 휴대용 팔레트, 펜, 붓, 물통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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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작년 가을에 어반스케치를 처음 시작했다. 작년 문화학교의 어반스케치 반에는 40대가 주를 이루어 50대 후반인 나는 나이가 많은 축에 속했다. 그러나 올해는 내 나이가 어린 편에 속할 만큼 60, 70대가 많다. 그만큼 어반스케치가 연령대와 상관없는 좋은 취미 활동으로 자리잡는 것 같다.

나는 주로 사진을 보면서 어반스케치로 그림을 그린다. 동네 골목길 풍경도 사진 찍어와 그리고 여행지의 추억도 사진을 보고 그린다. 전봇대와 나무, 건물과 사물들을 스케치하고 색을 입히면서 그리다 보면 관찰하는 힘이 늘어 그림에 디테일이 생긴다. 더구나 그림을 하나씩 완성해 가노라면 성취감은 덤으로 주어진다.

올해는 우리 지역에 어반스케치 모임이 만들어졌다. 작년에 어반스케치를 하면서 알게 된 선생님이 제안한 모임인데 어반스케치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정기모임을 갖는데 매달 다른 장소에 모여서 주어진 시간 안에 그림을 그린다. 다 그린 그림을 들고 모여 함께 인증샷을 찍는다.
 
보령어반스케치 2월 정기모임에서 내가 그린 개화예술공원 어반스케치
▲ 2월의 어반스케치 보령어반스케치 2월 정기모임에서 내가 그린 개화예술공원 어반스케치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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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는 시립도서관에서 첫 정기모임을 가졌다.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알던 분들과는 반갑게 인사하고 각자 챙겨 온 그림 도구들을 챙겨 자신이 그리고 싶은 곳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2월에는 개화예술공원에서 정기모임을 했다. 오후의 햇볕이 따뜻해서 나는 테이블이 있는 야외에 앉아 카페와 아이들 놀이터가 있는 풍경을 그렸다. 

사실 야외에서 어반스케치를 하는 것이 처음에는 두려웠다. 현장에서 직접 보고 그리는 일을 해 보지 않아서 멈칫거렸다. 하지만 어반스케치의 기본이 현장에서 그리는 그림이기에 도전해 보았다.

주어진 시간 안에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는 점 역시 어려웠다. 나는 이것이 왜 어려운가 생각해 보았는데 스스로에게 완성도 높은 그림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잘 그리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망하면 어때, 라는 마음으로 그렸더니 주어진 시간 안에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림이 점점 자유롭고 더 과감해지는 것 같아 즐거웠다.
 
어반스케치(펜과 수채화)
▲ 동네 골목길 풍경 어반스케치(펜과 수채화)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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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스케치(펜드로잉 후 수채화)
▲ 바르셀로나 거리  어반스케치(펜드로잉 후 수채화)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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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예술공원에 모여 그린 그림들 모음
▲ 보령어반스케치 2월 정기 모임 그림 모음 개화예술공원에 모여 그린 그림들 모음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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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스케치 모임은 함께 현장에서 그리는 일이라 그 장소의 특징을 잡아 자유롭게 속도감 있게 그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장소나 사물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개성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같은 장소에 모여서 그려도 모두의 그림이 다 다르다. 그래서 보는 재미가 있다.

아이들과 함께 오는 회원도 있어서 연령대도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데 그래서 그림을 통해 소통하는 즐거움도 있다. 
 
보령어반스케치 1월 정기 모임에서 내가 그린 도서관 어반스케치
▲ 도서관 어반스케치 보령어반스케치 1월 정기 모임에서 내가 그린 도서관 어반스케치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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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소에 온라인으로 만난다. 주마다 미션으로 정해진 사물을 보고 그린 후 밴드에 올리며 서로의 그림을 공유하고 소통한다. 컵이나 시계, 가방이나 모자 등을 그리는데 각자의 생활이 묻어 있는 그림들은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림은 보통 혼자 그리는 작업이지만 어반스케치 모임은 혼자 그리면서도 함께 하는 느낌을 주어 색다른 묘미가 있다. 함께 모여 따로 또, 같이 하는 느낌이 있어서 좋다.

어반스케치는 생활 속에 예술이 스며드는 아름다운 문화 활동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에게는 일상에 풍요로움을 주고 사회적으로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문화 생활을 통해 지역 사회가 더 생기롭고 활기차지 않을까 생각한다.

3월 어반스케치 정기모임에서는 어떤 분들을 만날지 그리고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태그:#어반스케치, #어반드로잉, #보령어반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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