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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 현아무개씨가 지난 2023년 12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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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증인으로 피고인 아버지를 신청한 이유가 뭐냐?"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 현아무개씨 측이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검사 출신이자 전직 5선 국회의원인 부친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재판장은 위와 같이 말했다.

허경무 부장판사는 "법정 내에서 (공판이) 대결 구도로 진행이 되면 말썽이 생길 여지도 있다"면서 "피해자 측도 증인신청한 상황에서 서로 충돌할 우려가 있다. 고려해 보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실제 이날 법정에서 피고인 현씨와 그의 변호인단을 향해 "하늘이 무섭지 않냐" 등의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씨 변호인은 "피고인의 부친이 범행 경위와 성행, 사회성 등을 알고 있다"고 현씨 부친을 양형 증인으로 신청한 이유를 밝혔다. 양형 증인은 유·무죄와 관련 없이 형벌의 경중을 정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 신문하는 증인을 뜻한다.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현씨는 지난해 12월 3일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 별거 중이던 아내를 서울 종로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둔기로 폭행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현씨는 결혼 초기부터 '아내의 소득급여가 적다'는 이유로 폭언을 하고, 자녀들로 하여금 아내에 대한 욕설과 비하 언행을 하게 한 뒤 해당 녹음파일을 전송했다. 또 추석 명절에 아내만 남겨두고 자녀들과 홍콩 여행을 가는 등 가족 내 따돌림을 주도했다. 아내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별거 생활을 유지 중이었다.

변호인 "고의 없었다" 주장에 현씨 오열... 방청객 "연기 그만하라" 고성

공판에서 변호인이 "평생을 함께하기로 다짐했던 배우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참극을 저지름으로써 자신의 인생에도 엄청난 비극을 가져왔다.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로 목숨을 잃은 피해자와 유족들, 그리고 남겨진 자녀들에 대해 평생에 걸쳐 사죄를 해도 턱없이 모자랄 것"이라며 "법의 심판을 받고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려 한다"라고 말하자, 현씨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오열했다.

그러자 재판정에 있던 방청객 사이에서 "연기 그만하라", "그런다고 살아 돌아오냐"는 고성이 쏟아졌다.

그 순간 재판장인 허 부장판사는 "대부분 방청객이 피해자(아내)와 관련된 지인 및 가족으로 안다"면서 재판을 멈춘 뒤 "법정에서 피고인이 자기 변명을 하는 것이라 느끼면서 여러분이 흥분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형사소송법과 사법체계가 용인하는 한도 내에서 하는 거다. 피고인에 대해 적절한 죄상과 죄책을 밝힐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소란이 가라앉자 현씨 측 변호인은 아내를 살해한 범행은 인정하지만 고의적인 살인이 아닌 우발적인 상해치사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를 가격하는데 사용한 도구는 사실 쇠파이프가 아니라 자녀들이 사용하던 고양이 놀이용 금속막대였다는 사실이 수사과정을 통해 명확히 입증됐다"라고도 말했다. 살인이냐 상해치사냐는 양형에서 차이가 크다.

현씨는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한국으로 건너와 국내 대형 로펌을 다니다 아내를 살해한 직후 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변호인단으로 등록된 변호사는 총 1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