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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기구 앞에서
 재활기구 앞에서
ⓒ 최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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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환자로 재활병원에 입원해 있다 보니 병실에서 다양한 환자와 간병인들을 만날 수가 있다. 특히 척추 손상 환자들은 사지가 마비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꽤 무게가 나가는 남성 환자를 여성 간병인이 대소변을 받고 씻기고 먹이는 일들을 하고 있다. 보통 힘든 일이 아니겠지만 까탈스러운 환자나 간병인을 쓸 수 있는 금전적인 여력이 없는 상태의 환자 보호자라면 아내나 자식들이 그 간병을 대신하게 되는데 대부분 자식보단 아내가 환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중증환자의 간병이라는 것이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나는 일이 아니다 보니 그 누구라도 지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거기다 거의 고령자라서 체력 소진이 빠르고 거기다 진통제의 효과가 떨어져 통증이 심화되면 심한 욕설이 입에서 튀어나오고 이로 인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발생하는데 이는 개인적으로 볼 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간병할 때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는 듯 보였다. 

특히 인지 장애가 없는 환자들의 입에선 그 상처 주는 말의 강도도 더욱 심해지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지난 세월 가부장 제도라는 사회적 통념 속에서 남편이라는 거대한 산에 가려 기를 펴지 못한 기성세대 즉, 어머니라 지칭되는 분들이 당신의 남편이자 환자의 간병을 하며 이 언어 폭력을 당하는 주체들이라는 거다. 이들은 잔인할 정도의 언어 폭력을 당하면서도 그것이 당연한 듯 묵인하고 있었다.

최근 공동으로 쓰는 다인실 병실임에도 새벽만 되면 간병을 하는 부인을 깨워 간병이 서투르다며 장시간 욕설을 해대는 척추손상 환자의 행동을 말렸던 필자의 경우도 심한 욕설을 그대로 받고 있는 간병인(아내)이 안쓰러워 그녀의 편을 들었줬다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들었다. 그녀의 말은 이랬다.

'요즘 젊은것들…'

이 말을 해석하자면 70대인 그들이 40대 후반인 내가 어려 보였을 것이고 또한 이유없이 욕설 듣는 걸 말려줘서 고맙다는 말보다는 네가 ' 욕받이를 하든 말든 내 일에 무슨  상관이냐?' 라고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녀에게 그저 나는 오지랍이 넓은 사람 정도로 인식이 된 거로 보인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기성세대 여성들은 부정할 수 없는 인권의 주체이지만 여전히 사회에선 과거의 통념 때문에 아니면 여러 가지 ​​​​​​환경 요소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차별과 폭력에 직면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안타까웠던 건 자신들이 피해를 당하고도 피해자의 입장이 아닌 가해자의 편을 들어야 하는 그들의 현실이었다.

물론, 국가가 상대적으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보호를 ​​​​​​위해 나름 큰 예산을 들여 국내 인권 상황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매년 발표하고 있는 자료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보고서에는 기성세대 여성들 특히, 자신이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간병인과 아내의 중간 사이에 끼어있는 특수한 여성들의 부류는 포함되어있지 않다.

물론 그 대상자의 수치가 적고 그래서 리서치에 포함될 수 없다는 말도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여성들 즉, 기성세대 여성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어머니' 란 이름이 함축한 거대한 무게감과 그들에게 빚을 진 자식과도 같은 우리가 그들을 지키고 인권을 보호·보전해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여성들의 인권침해나 차별에 대한 사례를 신고받거나 구제받을 수 있는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물론, 이미 관련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만 기성세대 여성들이 접근성이 보장된 시스템으로 고도화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기성세대 여성 인권을 위한 법률이나 제도,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의 적극적인 조사와 대응, 인권교육의 확대와 맞춤형 교육의 실시 등도 고도화 됨이 마땅하다. 이러한 여성 인권 존중과 보호를 위한 정책과 시스템의 고도화는 MZ 세대 여성들과 X세대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 세대의 여성들까지 아우르는 것이며 이는 세대차 없이 여성 인권이 존중되고 보호되는 사회로 발전하는 초석을 마련하는 것이자 진정 세대차 없는 젠더 갈등의 종결로 나아갈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한다.

태그:#간병인, #아내, #폭언, #젠더갈등, #재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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