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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갑천에 놀라운 새들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많은 새가 찾아오기는 했지만, 최근 여러 종이 다양하게 확인되고 있다. 얼마 전 대전환경운동연합은 3년째 월동하는 노랑부리저어새를 확인했다.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저어새의 월동지로 갑천이 자리매김한 것이다.

지난 17일에는 잿빛개구리매와 큰말똥가리 두 종이 추가로 확인되었다. 두 종 모두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한 보호종이다. 두 종 모두 대전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된 맹금류이다.

맹금류는 서식하는 것 자체만으로 서식지의 환경이 좋다는 것을 증명하는 깃대종이다. 맹금류는 최상위 포식자로 매우 중요한 생태적 위치에 처해 있다. 이런 깃대종인 맹금류 두 종이 동시에 확인된 만큼 갑천의 서식처 보호는 매우 중요하다.

갑천은 금강의 제1지류다. 73.7km 연장을 가지고 있고, 유역면적 648.87km²나 큰 하천에 해당한다. 규모가 있는 만큼 서식하는 공간만 잘 조성된다면, 많은 새가 찾아올 수 있는 하천이다.

"멸종위기 보호종 서식, 생태계 회복 신호 확인"
 
갑천 잿빛개구리의 모습(흐릿한 흰색이 보이는 것이 잿빛개구리매이다)
 갑천 잿빛개구리의 모습(흐릿한 흰색이 보이는 것이 잿빛개구리매이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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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종 중 잿빛개구리매는 대한민국 전역에서 월동하는 겨울 철새이지만 개체수는 매우 적다. 환경부가 조사하는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센서스)에 따르면, 잿빛개구리매는 74개체가 최대로 확인되었고, 보통 40여 개체 내외가 전국적으로 월동하는 매우 귀한 종이다.

전국적으로 개체수가 적기 때문에 관찰 자체가 어렵다. 잿빛개구리매는 버드나무 등의 교목과 함께 넓은 갈대밭 등의 초지가 있는 곳에서 월동한다. 갑천이 이런 서식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잿빛개구리매의 서식으로 확인한 것이다.
  
갑천에서 까마위에게 쫓겨나는 큰말똥가리의 모습
 갑천에서 까마위에게 쫓겨나는 큰말똥가리의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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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말똥가리 역시 대한민국 전역에서 월동하는 겨울철이지만 잿빛개구리매에 비해 개체수가 적다. 과거 남부지방에서 어렵지 않게 관찰되는 새였으나 최근에는 매우 희귀한 겨울 철새가 되었다.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를 보면 잿빛개구리매보다 적은 37개체가 최대로 확인된다. 보통 20개체 내외의 개체군이 국내에 월동하는 매우 귀한 종이다.

큰말똥가리는 넓은 농경지나 개방된 환경을 좋아한다. 개방된 환경에서 높은 나무 등에 앉아 먹이를 찾거나 경계하며 휴식을 취한다. 큰말똥가리가 확인된 지역은 이런 서식 조건을 확보해 주고 있다.

갑천의 넓은 폭이 개방된 환경을 보장하고 있고, 버드나무 등이 휴식처와 경계 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주고 있다. 더불어 충분한 먹이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갑천을 월동지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습지에 서식하는 쥐, 곤충, 작은 새를 사냥하는 큰말똥가리가 갑천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충분히 사냥하며 월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전에서 새들이가장많이 찾아오는 갑천탑립돌보 전경
 대전에서 새들이가장많이 찾아오는 갑천탑립돌보 전경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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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대강 정비사업으로 갑천에도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었다. 갑천과 유등천 등의 대규모 하천개발로 하천에 찾아오던 큰고니, 홍머리오리 등 수금류가 급감했다.

이후 추가 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갑천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고방오리와 청머리오리, 홍머리오리, 혹부리오리 등 월동 조류가 확인되고 있어 사라졌던 겨울 철새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형국이다. 참수리, 흰꼬리수리 등도 최근 확인되면서 생태계 회복의 신호를 확인했다. 

여기에 큰말똥가리, 잿빛개구리매 등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갑천의 생태적 가치를 재확인했다. 하중도와 모래톱, 자갈밭 같은 비오톱이 다양하게 유지되고 갈대와 같은 초지가 복원되면서 생물들이 다양하게 서식할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갑천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대전시가 이렇게 자리를 찾아가는 하천에 대규모 준설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대전시는 33곳의 준설을 발표했다. 이런 준설계획은 다시 찾아오는 철새들과 맹금류들에게는 생명의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시는 준설과 더불어 대규모 개발계획을 추진 중이다.

제내지와 제외지의 격차 해소가 우선 되어야
 
태봉보 철거 환영 기자회견모습
 태봉보 철거 환영 기자회견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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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대규모 준설로 홍수를 예방한다는 것은 허상에 가깝다. 장기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고, 예방 효과도 거의 없다.

일부 구간의 준설을 하천의 수위를 내릴 수 없는 것은 환경공학의 기초이기도 하다. 준설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횡단구조물의 철거를 먼저 해야 한다. 하천에 설치된 횡단구조물(보, 낙차공, 하상보호공)로 인해 준설 효과는 반감된다. 준설된 곳의 하류에 보가 설치되었다면 준설은 하나 마나 하다.

이 때문에 보가 많이 설치된 3대 하천의 준설은 효과가 없다. 대전 하천에는 약 300~400m에 보나 낙차공이 설치되어 있다. 결국 대전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보와 낙차공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필요하지 않은 보를 철거해야 하는 것이다.

도시에서의 홍수를 예방하는 것은 하천이 아니라 도시 내에 물순환 시스템 전체를 점검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이다. 빗물 순환 시스템을 토대로 홍수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전 3대 하천(제외지)의 경우, 이미 200년 빈도의 홍수량에 견딜 수 있게 제방이 설계되어 있고, 여기에 1미터를 더 쌓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는 지역(제내지)은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다. 이 격차를 해소하는 도시계획과 홍수예방 정책이 필요하다. 강남역 침수 사태 등 도시에서 종종 발생하는 침수의 이유는 이 격차가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천의 범람을 예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도시의 경우 제내지의 침수를 관리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선 훨씬 더 필요하다. 제내지와 제외지의 격차 해소가 우선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굳이 하천에 홍수 대책이 필요하다면, 횡단구조물(보, 낙차공)을 철거하는 것이 중요 정책이 되어야 한다. 준설의 경우 효과가 없지만 보 철거는 이미 홍수 예방효과뿐만 아니라 생태계 복원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대전에선 이미 태봉보가 철거되었다. 철거 전후를 비교하면, 홍수위가 감소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대전시는 이런 효과를 검증하고 홍수 대책에 횡단구조물 철거를 계획해야 할 필요가 있다. 효과가 입증된 대책을 놔두고 불필요한 준설과 벌목 등 토목사업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대전시의 하천준설계획이 아직 공개되고 있지 않다.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고 시민들과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 공론화 없이 밀실에서 행정을 진행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잿빛개구리매와 큰말똥가리의 멸종위기 조류 서식, 얼마 전 확인된 노랑부리저어새의 서식을 위해서라도 준설과 벌목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하천에 진행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결국 하천을 대규모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생물들의 서식공간으로 두고, 실제 침수 위험이 있는 곳을 제대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천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태그:#갑천, #멸종위기야생생물, #서식처, #준설중단, #하천페러다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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