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을 미국과 영국이 공습했다.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을 미국과 영국이 공습했다.
ⓒ BBC 보도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에게 미국과 영국이 공습을 했다.

12일(현지 시각) BBC 보도에 따르면 미군 군함에서 발사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과 전투기가 예멘 수도 사나와 후티 반군의 홍해 항구 거점인 호데이다를 포함한 16곳을 타격했다. 후티 반군은 이번 공습으로 최소 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상업용 선박을 반복적으로 공격한 데 대한 대응 조치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1월부터 홍해에서 선박을 공격해 왔으며, 중요한 항로를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100회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예멘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고 있으며 가자지구 전쟁에 대응하여 이스라엘과 연계된 선박을 공격할 것이라고 이전에 주장한 바 있다.

BBC는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공격은 11월과 12월 사이에 500% 증가했다. 이에 따른 위협이 너무 커져 주요 해운 회사들이 이 지역 항해를 중단하고 12월 초부터 보험 비용이 10배나 상승했다"라며 "국제해운회의소는 현재 전 세계 컨테이너 선박의 20%가 홍해를 피하고 아프리카 남단 주변의 훨씬 더 긴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 명령도 주저하지 않겠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은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 해군 작전을 시작했다. 해당 작전엔 영국, 캐나다, 프랑스, ​​바레인, 노르웨이, 스페인 등이 참여했다. 이번 공습에는 호주·바레인·캐나다·네덜란드의 지원을 받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습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 표적 공습은 미국과 동맹이 적대적 주체들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상업 루트 중 하나인 홍해에서 항해의 자유를 위협하는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라며 "필요한 경우 추가 조치를 명령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겠다"라고 엄포했다.

영국 역시 공습에 가담했다. BBC는 영국령인 키프로스의 아크로티리의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영국 공군 타이푼 전투기 4대가 후티 반군 목표물 두 곳에 공습을 했다고 보도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습을 "자위를 위한 제한적이고 필요하며 비례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수낙 총리는 후티 반군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홍해에서 상업용 선박에 대한 일련의 "위험하고 불안정한 공격"을 감행했다며 "무모한 행동"을 비난했다. 이어 수낙 총리는 "영국은 항해의 자유와 무역의 자유로운 흐름을 항상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하메드 압둘살람 후티 반군 대변인은 공습에 대해 "정당성이 전혀 없다"라며 "미국과 영국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홍해에서 이스라엘과 연계된 선박들을 계속 공격할 것"이라며 선박 공격을 멈출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이란과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도 이번 공습을 비난했다.

BBC "중동 지역 분쟁 확산, 이미 발생한 셈"

BBC는 "가자지구의 전쟁이 중동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위험에 대해 더이상 이야기하지 말아야 할 때다. 이미 사태는 벌어졌다"라며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이후 계속 우려된 중동 지역에서의 분쟁 확산이 이번 공습으로 사실상 발생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BBC는 "이는 가자지구의 사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이 지역을 휩쓸고 있는 위기의 고조를 나타낸다"라며 "후티 반군은 즉각 대응을 다짐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친이란 민병대가 이 지역에서 미군에 대한 행동을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BBC는 "전운이 더욱 고조되고 미군이 보복에 나서면 이스라엘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 간의 전면전을 막기 위한 미국의 외교적 노력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후티 반군은 이란이 적에 대한 전진 방어를 위해 구축한 동맹 및 대리자 네트워크, 이른바 저항의 축의 일부"라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즉각 휴전이 공습보다 훨씬 더 나은 해결책"

2005년부터 2022년까지 BBC 중동 뉴스 편집장으로 근무했고 현재 BBC의 국제 뉴스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제레미 보웬 편집장은 "나는 예멘에서 후티 반군과 꽤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들은 매우 독립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들은 미국과의 갈등을 즐길 것이고 이 전쟁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라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후티 반군과 이란 모두에게 적합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보웬 편집장은 이란의 지원으로 후티 반군이 탄도 미사일과 공격용 드론 등으로 잘 무장하고 있다며 후티 반군이 지난 2015년부터 이란의 활동을 막기 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습에 익숙해져 있기에 미국과 영국의 공습이 큰 효과를 보지 못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영국의 이번 조치가 후티 반군 사태를 종식하기는커녕 오히려 장기화하거나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라며 "그들은 더 많은 공격을 감행하여 자신들이 도전적이고 패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할 것이다. 미국과 영국의 공습은 다양한 지역을 공격했지만, 한 번의 공습으로 후티 반군이 소멸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보웬 편집장은 가자지구의 전쟁이 끝나고 물자 반입이 허용된다면 선박 공격을 멈추겠다고 후티 반군이 밝힌 점을 언급하며 "일부 사람들은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이 후티 반군을 향한 공습보다 훨씬 더 나은 방법이 될 것이라 말한다"고 했다. 그는 "가자지구의 휴전 이후에도 후티 반군의 공격이 계속된다면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의 정당성도 높아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 이번 공습을 지지하는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린 10개국 중 하나다. 성명은 이번 공습을 "유엔 헌장에 부합하는 고유 권리인 개별 및 집단 자위권에 따라" 수행한 것으로 규정하며 "이번 공습은 항해의 자유와 국제 교역 보장, 불법적이고 정당화할 수 없는 공격으로부터의 선원 보호에 대한 공동의 약속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 참여한 10개국 중 미국과 영국은 이번 공습을 직접 실행했고 호주·바레인·캐나다·네덜란드는 공습을 지원했다. 공습 지원 없이 성명에만 참여한 국가는 한국·독일·덴마크·뉴질랜드다.

태그:#후티반군, #바이든, #리시수낙, #가자지구, #중동분쟁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